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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임요환선수를 싫어합니다.
게시물ID : starcraft2_87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ikehan
추천 : 18/10
조회수 : 1720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0/11/06 01:31:41
조금 긴글입니다. 아까 4강 경기후에 게시판을 보며 빡쳐서 쓴 글에서 많은 순화를 했으나 임요환선수의 
팬들이 보시기에는 좀 불쾌한 내용이 섞여있을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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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엔 임요환선수의 팬들이 싫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자연스레 임요환선수도
함께 싫어지더군요. 어느 분야던 원래 악질팬들이 까를 양성하는 법이죠. 뭐 이젠 더더욱 많은 시간이 
지나서 예전만큼 싫어하는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가 어쨌든, 그의 팬이 어쨌든 그가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e스포츠의 역사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임요환선수의 팬들을 싫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임요환이 스타판에 많은 기여를 했던만큼 그또한 
그 안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임요환선수만을 받들다 못해 스타판의 알파와 오메가요
절대자로 추앙하며 그와함께 스타판을 키웠던 그리고 키워가는 다른 선수들은 그저 들러리 정도로 
무시하는 행태였습니다. 

'니들 게임폐인들과 우리 요환님은 다르지'
'니들이 우리 요환님 없었으면 다들 피시방 죽돌이밖에 더됐을까'
'니들은 그냥 요환님이 더 높은곳을 올라가기 위한 계단에 불과해'
'1.07시설 암울한 테란에 빛이되신 우리 요환님. 테란의 기반은 요환님이 닦았어 이것들아'

좀 과장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임요환선수의 팬들이 다른 선수에 대해 깔보는 경향이 
매우 강했고 그를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테란이라는 종족은 지나치게 암울한 종족으로 비하시키며
테란의 구세주는 임요환 그리고 그와 동시대에 혹은 그 이전에 테란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은
모두 무시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당시 테란은 다루기 어려운 종족이라 중하수들이 동급의 타종족을 상대하는것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위층의 실력은 타종족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고, 실제로 테란의 기틀을 잡았던 이기석, 플토전 
메카닉 테란의 창시자 김대건, 그리고 정석적이고 단단한 운영의 테란 김정민선수등이 임요환선수 이전에도
테란으로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거나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라고 기억합니다. 워낙 예전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합니다만.
(한가지 더 말하자면 임요환선수는 굉장한 스타일리스트입니다. 화려하고 빠르며 경쾌하고 변칙적입니다. 
그런면에서 임요환선수가 테란의 정석적인 기반을 닦았다고 보긴 어렵고 누구를 한명 손꼽기는 어렵지만
테란의 정석적인 운영을 안정시킨건 차라리 김정민선수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모든길은 요환님에게 통한다는 논리는 매우 불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스타판의 역사에 임요환은
많은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겠지만, 그렇다고 스타판의 역사가 임요환전기는 아니거든요. 

때문에 임요환선수가 스타2로 전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걱정반 기대반 이었습니다. 프로게이머중
가장 두텁고 응집력이 강한 그의 팬들이 유입되어 리그의 발전에 있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이
임요환선수에 대한 맹목적인 관심으로만 그치고 스타1에서 보여줬던 그런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팬들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다른 선수와 그들의 팬들의 입지를 좁게만들어 버리진 않을까 그래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시즌2가 시작하고 언제쯤부터 준비해왔는지는 모르지만 예상보다 훨씬 훌륭한 실력으로 특유의 
재기발랄함은 잃지 않은채 연전연승하는 모습, 곰티비 서버를 박살내고 오유의 베스트를 정복하는 모습을 
보여 이제 스2리그의 부흥이 시작되는가 설레이던 차에 벌어진 4:0의 참패.
그리고 게시판의 모습. 그걸보며 제가 드는 생각 

"임빠들은 10년동안 변한게 없다"

기억도 가물가물했던 임요환의 개인리그 본선진출. 거기에 어렵사리 턱걸이하고 광탈하는 모습이 아니라
상대들을 손쉽게 격파하며 최고의 관심사였던 천재 이윤열과의 경기조차 쉽게 승리를 가져가며 개인리그
결승의 문앞에 다다른 순간 충격의 스윕. 팬들의 허탈함과 아쉬움이 크리란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꼴은 뭔가요. 팬은 스타의 또다른 얼굴입니다. 훌륭한 실력으로 승리한 임재덕선수를 욕하고, 
리그가 좆망이네 이젠 결승따윈 안본다느니 임재덕은 공공의 적이니 임요환때문에 봤는데 이제 gsl따윈 
안본다느니 이딴 소리나 퍼붓는 꼬라지를 보고있자니 임요환선수의 스2 전향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네요.
이럴바에야 차라리 임요환선수같은 대스타 없이 차근차근 선수과 함께 리그가 성장해 나가는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죠. 

스1에서 많은 커리어를 쌓아온 임요환 선수라고 할지라도 전성기가 지나고, 그럼에도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국 쇠퇴해 갔으며, 솔직히 이젠 은퇴가 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던 선수가 처음으로 진출한
대회에서 4강을 밟았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인데 뭐가 그렇게 특별하고 잘나서 텃세를 부리려 하고 
리그를 휘어잡으려 하나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오빠만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빠순이랑은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환상적인 셔틀리버의 달인이었던 김성제 선수는 이제 셔틀이 아닌 의료선으로 화려한 견제를 보여주고,
팀플용 선수라 무시당하던 임재덕선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개인리그 결승에 올라갔으며,
이윤열선수에게 인페스티드 테란드랍을 했던 김원기선수는 맹독충드랍으로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스1시절 임요환선수에 비해 밝게 빛나지 못했던 그들이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그들이 발자국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그렇게 배가 아픕니까?? 
돼지처럼 모든 영광을 임요환선수가 다 처먹어야 배 좀 부르시겠습니까??

임요환선수도 스타리그도 과거의 영광은 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하는 입장입니다. 
선수는 과거의 영광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데 팬들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꼴이
좀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위에도 말했지만 팬은 스타의 또다른 얼굴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얼굴에 똥칠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소중한 만큼 다른 선수들도 소중합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스2리그, 스2게이머들에게 조금 더 성숙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게시판의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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