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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의 난 - 점점 드러나는 여시의 실체 實體
게시물ID : freeboard_8729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썸E
추천 : 32
조회수 : 777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5/05/27 00:38:27
 
 
 

여시의 난 - 오유 출사 娛遊 出師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066190&s_no=1066190&kind=member&page=1&member_kind=humorbest&mn=534022

↑ 먼저 읽고 읽으시길 권장해드립니당.
(여유 남으시면 추천도.. 굽신굽신)
 
 
 
 
 
 

 고려高麗 의 지리를 보자면,
서쪽으로는 전통의 강자 웃대가 자리하고 있고
동쪽으로는 글리앙인밴이 사이좋게 세력을 점하고 있다.

가장 산세가 험하고 날씨가 궃기로 유명한 북쪽에는
고려 최대의 세력을 자랑하는 디시국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디시국은 여러 소수민족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국가를 이뤘지만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모습을 띈 나라였다.

여러 소수민족이 있는 만큼 각 부족은 개성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으며
성격이라든가 문화등이 모두 상이相異 했다.
그런만큼 고려에서 가장 난해하면서 괴이한 곳이기도 했다.

남쪽으로는 찬란한 문화와 부를 자랑하는 스르륵국과 그에 견줄만한 루리가 자리했다.
고려의 남쪽은 바다가 넓게 뻗어 있어 다른 대륙과의 교류가 용이했는데
스르륵과 루리는 이 이점을 이용하여 많은 문물을 받아들이고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지금에야 스르륵이 여시의 공격에 쇠퇴하고 옛 강국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 거대한 나라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명맥을 이어가기는 하나 위태한 스르륵과,
오탁군五濁軍 이라 칭해지는 강맹한 군대를 소유한 루리는,
남쪽지방 특유의 따사로움과 비옥한 영토를 기반으로 그 세를 이어나갔다.

오유국은 고려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비교적 쉽게 다른 나라의 침략이라던가 문화에 휩쓸리기 쉬웠다.
그만큼 문화가 다양했고 국민들의 성격도 다양했다.

그리고 여시,
여시는 오유국에서 디시국으로 넘어가는 그 경계쪽의 북서쪽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었다.
여시의 삼면은 디시와 웃대, 오유가 감싸안고 있는 형색이었는데
상고시대上古時代 때 부터 울창한 수풀을 자랑하는 다음산多淫山 이 주변에 있어
워낙 산세가 깊고 넓기에 사람의 발길이 많지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여시로의 입국은 쉽지가 않다 하는데
그 입국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그 밖에 북방 더 먼 곳으로는 배북, 죽방, 트이터 등이 있다.

울울창창한 수림樹林 덕에 햇빛마저 드물게 비추는 다음산 자락으로
일련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음산의 이름없는 계곡을 지나며 그 창창한 경치에 놀라던 오유는
함께 걷는 유여의 숨소리가 거칠다 못해 긁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목이 턱 막히는 그 소리에 조금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유여보다 걸음을 조금 더 빨리해 스륵에게 다가갔다.

" 아재, 조금 쉬는게 어떻겠습니까. 밤새 많은 거리를 온거 같은데. "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지만
햇빛이 비추는 방향과 그림자의 늘어선 모양을 보니
정오正午 도 지나 미시未時(*오후1시~3시*) 가량 된 것 같았다.

스륵이 고개를 돌려 유여를 보니
눈빛은 강인하여 곧게 앞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깊고 탁한 것이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았다.

" 배도 고플것인데, 잠시 쉬는 것도 괜찮겠소. "

주변에 넓직한 바위도 있고 계곡물도 잔잔히 흐르는 터에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보였다.
게다가 다음산에 들어왔으니 여시가 멀지도 않을 것이기에 쉬어야 했다.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장치가 되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밤새 걸어온 탓에 다리도 아프고 힘도 부칠 것인데
힘든 내색 하나 안하고 뒤따라온 오유와 유여가 내심 기특한 스륵이었다.
특히 처자인 유여의 강단과 인내심이 놀라웠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얘기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소리가 없다는 것도 대견했다.

여시에 대한 증오가 저 남매를 이렇게 만들었던가,
아니면 마음 속에 남아있는 신념과 다짐이 저렇게 만들었던가,

알 길은 없으나 좋은 모습임은 분명했다.

스륵은 애검 매라를 손질하며 시간을 보냈고
오유와 유여는 준비해온 만두와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전쟁은 자신들과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식으로만 듣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 상상도 못한 오유와 유여 남매는
이 현실이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예전처럼 꽃을 보러 다니고, 바람을 따라 다니고,
고양이와 나들이를 다니고, 맛난 음식을 먹으러 다니고 하는,
그러한 소소한 것들을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번 전쟁에서 이겨야했고, 이번 여정에서 여시를 몰아내야 했다.

그것이 이들 남매를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 그런데, 아재. 여시는 다른 국가와 조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히 알고 계시는지요. "

다음산은 이상하리만치 산짐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람쥐, 토끼 같은 작은 짐승은 물론 호랑이, 늑대와 같은 큰 짐승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냇물에도 물고기도 보이지 아니했다.
하늘에는 날짐승들이 날아다녀야 함이 당연하건만 푸드득 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생명체라고는 울창하게 뻗어있는 나무 외에는 없는듯한 고요함

그 고요함 가운데 스륵, 오유, 유여는 사방을 경계하며 걷고 있었다.

그런 고요함이 싫었던 오유가 스륵에게 여시에 대해 물었다.
여시는 고려 대부분의 국가들과 다른 형태를 띈 이색적인 구조였는데,
대방大房 을 주축으로 한 단일권력이 여시를 이끌었다.

" 여시는 워낙 폐쇄적이고 자기들만의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나도 자세히는 모르오.
 많은 사학자들과 지리학자들이 여시를 밝혀내고자 했으나 알려진건 거의 전무하오.
 여시에 몸담았던 자들이 여시를 나와 이르기를,
 여시는 국가라기보다 종교적인 움직임을 지닌 곳이라 하였소. "

" 종교적인 움직임이라 함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요? "

유여는 같은 여자로서 여시에 관심이 가는걸 느꼈다.
누구는 오유국에 태어나 이러한 삶을 살고, 누구는 여시에 태어나 저러한 삶을 살고
똑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문화와 행태가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특히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여시의 법은, 대방 이라는 사람의 말이 곧 법이라 하였다.

" 유여께서 여시에 관심이 있으신 모양이오.
 혹여나 깊은 관심은 해가 될 수 있으니 너무 달게 듣지는 마시오.
 여시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방의 말이 국가의 법이고, 그들 밑으로는 의견이 없소.
 정확히는 의견이 있을 수 없소. 의견이 있는 처자는 그 다음날 여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하오. "

"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라면? "

오유와 유여는 설마 하며 스륵에게 운을 띄었다.

" 걱정마시오, 죽임을 당하는 것은 아니니.
 여시가 아무리 잔인하다고 해도 의견이 다르다고 죽이기야 하겠소.
 혹시 부털이라고 아시오? "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말에 나직히 안심이 되는 유여였다.
부털이라니? 생소한 단어였다.

" 부털이 무엇이옵니까? "

" 부랄털기라고… 들었소만. 흠흠, 단어도 민망하구려.
 여시에서는 부리털기라고 말하고 있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부랄털기가 맞다고 하오.
 부털은 여시에서의 추방을 뜻하오. "

뜻밖의 단어에 민망해진 유여의 볼이 발그레 홍조를 띄었고
오유 또한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성들만 있는 국가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단어가 나왔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오유와 유여 였다.
 
" 여시가 왜 여시인 줄은 알고 있소? "
 
스륵의 물음에 오유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주변의 소문과 어린 시절 배웠던 주변 나라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 여성시대女性時代 이기에 '여시'라 알고 있사옵니다.
 젊은 처자들만 그 나라의 구성원이라 하더군요. "
 
" 바로 맞췄소. 여시는 여성시대를 일컫는 말이오.
 그리고 같은 또래의 처자들만 있는 것도 맞소.
 젊은 처자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이기에 연륜이라던지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오
 그 부족한 것을 자기들 스스로 메우려 하니
 잘못된 지식과 허황된 정보들이 여시 내부에 진득하니 자리 잡고 있소.
 서로가 서로에게 잘못된 것을 주고받다 보니 진실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
 그녀들 스스로 알아낼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오. "
 
스륵은 최대한 감정을 죽이고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오유와 유여는 그런 스륵을 보며 말 한마디 놓칠세라 경청하고 있었다.
 
" 다른 국가들이 나라의 모습이라면 여시는 종교적인 집단의 모습에 가깝소.
 하나의 신념 하에 모두가 뜻을 같이 하고, 그 뜻에 반하는 자는 가차없이 차단에 처해지는,
 그런 광기에 젖은 모습이 지금의 여시라오. "
 
오유는 정자에서 봤던 그 날의 여시를 떠올렸다.
청초하고 순하게만 보였던 그 여시의 모습을.
그러한 것들이 전부 꾸며진 모습이었던가…?
그 순진한 미소 뒤에 냉소를 띄며 주변을 대하고 있었단 말인가.
 
" 여시에 속한 처자들이 전부 그런 광기에 물들어 있다는 말씀이시옵니까? "
 
유여는 믿을 수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그러한 생각이라면 그 곳에서 살아갈 수가 있을까 싶었다.
 
유여의 물음에 스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전부는 아닐 것이나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점점 여시의 사상이 침식해 갈 것이었다.
개중에 그런 모습에 질려 여시를 빠져 나오는 처자도 있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었다.
 
" 전부는 아니오. 개미 오줌 정도 되는 사람은 일찍이 그런 모습을 알고 대항했다오.
 그 후 관습대로 부털을 당하고 대부분 쫓겨나고 말았소.
 그렇게 차츰 반대 세력을 다 쫓아내고
 이제는 진짜 '여시' 들과 여시인척 하는 '여시'들만 남게 되었소. "
 
" 여시인척 하는 여시는 무엇이옵니까? "
 
" 여시의 사상은 마음에 안 들지만, 여시를 떠날 수 없어 동조하는 척 하는 여시들 말이오. "
 
어찌보면 안타깝고 어찌보면 그 어리석음이 불쌍하기도 했다.
유여는, 자신이 오유국에 태어난 것을 난생 처음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오유국의 법령이 여시처럼 강제적이고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도 새삼 좋았다.
 
오유국을 건립했다는 보바는 참 현명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륵에게 여시의 사상과 여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오유와 유여는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보다 더한 여시의 무서운 점은……. "
 
" 그보다 더한 것이 있더이까? "
 
스륵은 힘없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 여시는 어디에도 있으며 어디에도 없소. 오유국 내에도 있을 수 있고,
 스르륵은 물론 디시와 웃대 같은 강국에도 여시가 있을 수 있소.
 그러나 그들은 그 곳에 없소.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오. "
 
 
 
 
 
 
 
 
-
 
 
 
다음화 예고
 
『 그럼, 그때 그 정자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 그렇소, 이미 여시에게 혼을 빼앗긴채 이지를 상실하고 있었던 것이오.』  
 
무갤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담담할 수가 없었다.
 
오유는 그때 느꼈던 그 이질감의 정체를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여시는…  생각보다 더 거대한 존재였다
 
그러한 존재와 싸우려 하는 지금,
옆에 있는 무갤과 스륵, 유여의 존재는 오유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어떻게든 여시를 몰아내고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유의 머리속에 맴돌았고,
지금껏 안일하게 여시를 대했던 자기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번 풀린 갓 끈은
무라도 썰기 전에 어설프게 엉켜서는 아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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