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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73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독보라
추천 : 6
조회수 : 8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16 00:50:41

저주받은 세상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거짓임을 알기 때문이다.




지독한 학대의 시작은 애초에 전과 7범의 성폭력범으로 인해서 시작된 나의 잉태일 것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의 모든 추억은 매일매일 술취해 쓰러져 있던 어머니와 곰팡내나는 골방만이 전부다.


결국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그 때 나는 도피라는 이름으로 세상으로 탈출하였다.
한무리의 가출했던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담배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세상을 저주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번개탄으로 보였다.
불과 10대 후반에 불과한 우리들은 마지막 남은 돈 2400원으로 번개탄과 박스테이프를 구했고 우리 아지트 모여서 단체 자살을 시도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더럽고 추한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들의 죽음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세상에 대한 유일한 복수라고 생각했기에...



결국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
엄청난 두통과 온몸의 저린 감각, 계속 올라오는 구토감을 느끼며 나를 제외한 자살을 시도했던 내 친구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빌어먹을,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나의 첫 번째 자살 시도였다.


웃기게도 그제서야 세상은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
심리치료사가 나의 손을 잡아줬으며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단체들이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사회를 욕하는 도구로 나의 모자이크 된 사진은 최고의 악세사리가 되었다.


구질구질한 세상이다.


나의 자살 시도가 세상에 비추어지는 모습은 강아지가 주인에게 관심받고 싶어서 꼬리치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꼬리 친 댓가로 얻어먹는 간식은 달콤했지만 이는 결국 내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잠깐동안의 따뜻함이 끝나고 나는 다시 길거리를 방황해야 했다.



번개탄을 다시 구입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번에도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깨달을 수 없었지만 지독한 통증과 함께 나는 다시 깨어났다.


저주받은 세상이다.



나는 내 나이가 몇살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30번정도 자살을 시도한 것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살아있다.
모든 시도는 절대 나를 죽이지 못했다. 
이번에야 말로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항상 지독한 고통과 함께 깨어났다.



수십번의 죽음을 오간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죽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와 이 세상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내가 죽기 위해서는 이 저주받은 세상을 창조해 낸 그를 죽여야 한다. 
나를 그가 만든 세상에 가두어두고 엑스트라가 아닌 주연으로 출연시킨 쓰레기같은 녀석을 죽여야 한다.

그가 아닌 그녀일수도 있지만 그것을 죽이기 전에는 절대 죽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허망한 절망과 거대한 분노만 남겨놓았다.

이렇게 나의 살인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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