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이렇다 할 가족의 행복도 못 느낀 채 힘들게 살아 온 아내. 그리고 누구보다 여리고 착한 마음으로 사는 아내. 저는 그 아내에게 보호막이 되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무작정 집을 나와 가정을 이루었죠. 그런데 그런 우리에게 올해 너무도 희망이 안 보이는 군요. 저야 너무나 편하게 살아왔기에 사회에선 경쟁력도 떨어져 졸업반인데도 취업하기기 쉽지 않구요. 아내는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로 억세게 살면서도 단지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데 만족해하며 즐겁게 살고 있어요. 그런 아내에게 힘이 못 되 준 전 항상 미안하기만 하구요. 그런데 이번에 아내가 비교적 괜찮은 직장에 2차면접까지 보게 되었는데요.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자료도 뽑고 공부하고 무지하게 애썼구요. 단 둘 중에 하나를 뽑는지라 자신도 좀 있었죠. 더군다나 2차면접 때 상대가 사회초년생에 너무나 버벅거리는 말. 업무에 대한 전혀 무지한 발언등을 해서 너무나 합격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제 아내는 직접 뽑은 자료도 제출하고 그 업무에 대한 파악과 이해를 바탕으로 아주 발언도 잘 했거든요. 더군다나 미인에 속해서 인상도 상대편보다 훨씬 좋았거든요. 객관적으로요. 그런데 면접 중 그 회사 이사가 상대편 여자에게 "아버지 , 사업은 언제부터 알았나?"하는 약간 사적인 질문을 했다는군요. 그 질문내용에 저는 좀 불안하긴 했지만 워낙 면접 내용쪽으로 차이가 많이 났고 조그마한 기업도 아니기에 큰 걱정은 안 했죠. 설마 내정되어 있다거나 그런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근데 결국 오늘 그 여자분이 합격되고 제 아내가 떨어졌다는 군요. 제 아내가 너무나 상심하고 사회나 국가에 절망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구박받으며 학교나 생활비도 스스로 벌고 고시원을 떠 돌며 힘들게 자라 온 그녀에게 정당한 댓가도 이 나라는 허용하지 않는 것 같아 너무나 맘이 상하고 위로의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면접 내용 중에 이사가 그 여자분에게 "요즘 사회가 어렵다는 데 어떠냐"고 질문했더니 "뭐 사람들이 어렵다고 말하니까 어려운거지 저는 걱정없이 살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했다더군요. 하긴 그 여자분은 배고파 보지도 가족의 정이 그리운지도 정당한 결과를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겠지요. 올해 마지막 액땜이라고 위로하고 있지만 아내에게 힘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저희 부모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해 주시고 한 때 모진 말도 했었지만 지금은 아내에게 따뜻한 말을 해 준다는 게 그나마 올해의 수확인 것 같아요. 내년부터는 정말 가족의 정을 흠뻑 느낄 수 있도록 아내에게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심한 그녀를 위해선 저 혼자의 위로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오유분들 사랑하는 제 아내를 위해서 같이 분개해 주시고 위로해 주십시오. 당신의 위로 한 마디가 가여운 제 아내에겐 큰 힘이 될 겁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