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전에 결혼한 제 썰 풀어봅니다.
우선 전 지금 와이프와 4년정도 연애 했습니다.
처음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한 1년 반쯤 만나고 나니 아마도 이 사람과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죠
그리고나서 첫번째로 한 것은 동생 전화번호를 받아 둔 것 입니다. 이게 참 결정적일때 요긴하게 썼어요
그리고나서 전 두가지 플랜을 세웠습니다.
1. 어떻게 결혼 승락을 쉽게 얻을 것인가
2. 결혼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할 것인가
우선 승락에 관해서는 연애하면서 얻은 부모님에 대한 기호를 파악한 후 명절때 애매한 금액의 선물을 보냈습니다.
너무 비싸지도 않고 싸지도 않은 애매~ 한 금액, 예를들자면 스팸 참치세트 라던지, 과일세트 같은 5만원 안짝 선물요
게다가 부모님의 취향을 알아차리면 나름 센스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습니다.
다다음 명절쯤 여친이 친구랑 외국에 놀러 갔습니다. 그래서 됐다 싶어서 여친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명절에 정장입고 찾아뵈었죠
돈 없고 직장 그냥 그래도 남자는 자신감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찾아뵙고 인사드렸습니다.
저희 장모님께서는 제가 정장입고 당당하지만 예의바르게 절 올리는 모습이 딱 맘에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나서 바로 승락 얻었습니다.
프로포즈는 식 올리기 한달반쯤전에 했습니다.
저는 프로포즈중에서 최악은 공개프로포즈 그 다음은 이미 다 눈치챈 상태에서 프로포즈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안이 생명이기 때문에 나름 인력도 동원해보려 했고 프로포즈 업체도 찾아보고 했는데
거사 전날 밤에 빌어먹을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프로포즈를 하는바람에 산통이 깨졌습니다.
그래서 정공법이 가장 좋다 생각하고 다른 날을 정해서
클래식하게 괜찮은 레스토랑 창가자리에서 밥먹고 준비한 동영상 보여주고 반지 꺼내서 끼워주고 결혼해달라고 했습니다.
여친이 울었습니다.
저는 27 봄에 여친 그러니까 지금 와이프를 만났고 28살 봄에 취직해서 31살 봄에 결혼을 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한 3~4개월쯤 직장생활 하다보니 이대로는 평생 결혼자금만 모으다 말것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되겠다 싶어서 다음날로 적금통장을 하나 뚫어서 월급의 80%정도를 저축했어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저축을하면 진짜 쪼들리더군요. 제가 친구들에게 쓰는 돈은 줄이지 않고 저에게 쓰는 돈을 줄일 수 밖에 없더라구요
한 3년쯤 되니까 제가 지금 사는 전세집의 50%를 모았고 부모님이 20%원 지원 해 주시고 나머지는 대출 받았습니다.
만일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 2년쯤 더 모아서 결혼했을거라 생각합니다.
돈이 얼마나 있느냐는 결혼할 때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돈을 운용하느냐 입니다.
상견례 전에 저희는 "결혼은 흥행이다" 라는 슬로건으로 여친과, 지금의 아내와 합의 했습니다. 그리고 로망 한가지씩은 꼭 하는걸로 하고
결혼식 준비를 했습니다.
상견례때 집문제가 거론되었는데
장모님께서 '신혼집이 문제인데 둘째 학교도 아직 많이 남았고 해서 못도와드려 죄송스럽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허허 그러면 저희쪽에서 어떻게 마련 해 보겠습니다. 새 아가 큰집 못해줘서 미안하다 서운타 생각지는 말아라' 라고 말씀하시고
집은 남자쪽에서 전담, 하지만 어떤 집으로 구하던지 테클걸지 말것 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결혼준비는 저희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하는것으로 하고 양가 부모님께서 꼭 원하시는것 한가지씩은 부모님의견을 따랐습니다.
부모님께서 서운하게 생각하시는건 서로가 각자 부모님 방어를 잘 했던것도 나름 주요했습니다.
몇달이 지나고난 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가장 잘 했던 것은
어떤 결정사항에 대해 뒷말이 없도록 했던것과
서로 상대방의 부모님의 속내를 상대방에게 다 털어놓지 않았던 것이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