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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간 시조새 논란을 보고 ..
게시물ID : science_407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겨울왕궁
추천 : 10
조회수 : 758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09/04 16:48:45
진화론이 틀렸다고 주장하자, 그에 굴복해서 진화론의 증거를 삭제했다..는 식으로 언급되어 있는데, 제가 알기론 조금 달라서 써 봅니다.


교진추에서 주장한 것은 '시조새가 조류이거나 파충류이지 조류와 파충류의 중간 종이 아니다'입니다.
물론 이 주장 자체는 창조론자들이 흔히 들고 나오는 경계선 설정하기 - 어디에서 종이 나뉘느냐 - 의 문제일 뿐
일반적으로는 무시할만한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제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표현이 매우 보수적인(좋게 말하면 이렇고 나쁘게 말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전작의 표현을 재탕하는) 우리나라 교과서의 특성상 교과서에는 아마 '시조새가 조류의 조상'이라고 적혀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두 단계의 문제가 발생되는데, 
하나는 시조새가 현생 조류의 직접 조상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깃털도 있고 파충류 특징도 보이는 화석이 희귀하고 시조새가 대표종이었을 때는 현생 조류의 조상이라고 대충 써도 문제가 없었는데, 이미 수십년 전부터 깃털달린 공룡이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그 중 어느 것이 현생 조류의 (직접) 조상인지 알 수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으로 비교하자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루시 화석)가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이라고 쓴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인류의 조상종과 아마 근연종이었을 초기 인류속의 여러 고인류 종 중 하나 정도로 설명되듯이 시조새는 현생 조류의 조상종이었을 어느 수각류공룡의 근연종 또는 그 후손인 초기 여러 조류종 중 하나 정도로 설명해야 합니다. 
(근데 깃털공룡이 광범위하게 발견된다는 것은 조류의 공통 조상 연대가 훨씬 올라간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두 종 이상의 수각류 공룡으로부터 각각 비행에 성공한 후손들이 나타났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두번째 문제는 시조새를 이미 완전한 조류로 분류해야 한다는 이론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였던 겁니다. 교진추가 제기한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종'이라는 정의가 사실 맞지 않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는 교수 3~4명에 그 세 배쯤 되는 고등교사들이 집필을 하게 됩니다.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보다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혁신적인 표현을 좋아하지 않고 최신이론에도 매우 둔감합니다. 그러면서도 '고등학생들의 교육'은 엄청나게 민감한 문제인만큼, 과도하게 폼을 잡고 '진리'만 수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문제가 없었던 과거의 표현을 재탕 삼탕해서 쓰는 이유도 일정부분 여기에 있고요.

그런데 교진추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반론을 쓰려다보니 교과서 표현이 '진리가 아님'을 새삼 발견하게 된 겁니다. 여기서 교육부가 제정신이었으면 유연하게 표현을 수정하는 것으로 그쳤을 것이지만 ... 아무 생각 없이 그러네? 하고 OK를 해버린 겁니다. (교과서 담당하는 교육부 관료는 해당 교과 내용을 모릅니다.)
가령 수능에 [시조새가 현생 조류의 조상이다. 답 맞음.] 해놓으면 틀린 애들 부모가 예전 무즙 엿사건처럼 진화학 논문 들고 와서 시위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이는데, 이런 상황을 상상하면서 패닉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겠고요.

당시에 어느 고교 교사 집필자가 고등학교 선생들이 최신이론 외면하고 공부안한 결과라며 자책한 인터뷰도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간단요약하자면 
30년째 재탕삼탕인 교과서 서술이 최신 이론과 맞지 않았다.
교육부가 아무 생각 없었다.
창조론자 소 뒷발질이 우연히 얻어걸렸다.
이런 상황입니다.

.... 써놓고 보니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국격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창조론자의 압력에 굴복해서 진화론을 철회했다는 것과는 거리가 약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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