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뭉크전 보러 서초동까지 갔다가 비를 피해 찻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갈때부터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무엇이 좋지 않았냐 하면 입구부터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빈공간에 여유롭게 채워넣은 조각들이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난 친구와 함께 어정어정 들어가서 의자에 앉으려는데 유니폼 입은 점원이 생글생글 웃으며 '이쪽에 앉으시지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속삭였다. '야, 우리 좆됐어.' 그리고 어정어정 점원이 소개한 자리에 앉으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차분한 공기는 사람들 차나 마시라고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쪽팔림 무릅쓰고 점원에게 다가가 메뉴판이나 한번 보자고 하였다. 커피 한 잔에 육천오백 원이었다. 시바. 나는 친구 셔츠 잡아당기며 찻집 밖으로 도망쳤다. 시바. 자본주의가 날 울게 만든다. 누나 나는 맑스나 배우러 가야할까봐요. 사람들이 육천오백 원짜리 커피 때문에 날 빨갱이라고 부르더라도 별 도리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