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고 벼루다가 용기를 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인천에 삽니다
나이는 33 살 이구요
그리고 저는 아이젠멩거라는 희귀 심장병을 앓고있는 중증 장애인 입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멀쩡하기 때문에 장애인석이나 엘레베이터를 이용할때 종종 욕을 먹습니다. ^-^;
저는 선천성이라 지금 까지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어렸을 적엔 그래도 애들이랑 같이 뛰어놀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내가 심각한 병을 앓고 있구나 라는 자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교때 까지는 100m 를 25 초때엔 뛰었네요.
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했고 그러면서 점점 주눅이들어
고등학교때엔 소심한 성격에 친구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대학 생활은 괜찮았습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냈지요.
하지만, 그들은 내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털어 놓고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무서우니까...
20대엔 초반엔 그래도 많이 쌩쌩해서 친구들과 놀러 다녔습니다. 아르바이트도 했고 나름 운이 좋아서 유학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유학 생활 후반부 부터 저의 암흑기가 찾아 왔습니다. 쫌 무거운 것을 드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4개월 정도가 지난후 기침이 나기 시작했는데 피가 섞여서 나오더라구요. 너무 무서워서 그날로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해보니 폐혈관이 터졌다는 것입니다. 무거운 것을 드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몸에 무리가 간것이죠. 그리고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저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대학 졸업장이 없습니다.
4년여의 유학생활이 헛수고가 되어버린것이죠.
한국에 돌아와서 몸을 추스리고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보아 합격을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단 하루요. 지하철 계단이 너무 많아서 몸이 버티질 못한 것 같습니다. 하루를 일하고 다음날 부터 괜찮아 졌던 다시 폐혈관이 터져 버린 것이죠.
그렇게 저의 정규직 직장 생활은 단 하루로 끝이 났습니다.
1년을 정처없이 방황하다가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일주일에 두번 학교에 나가 애들을 가르쳤습니다. 몇개월은 괜찮다가 점점 몸이 힘들어 지더군요. 그후론 아버지 차를 운전하지 못할 때에는 택시를 타고 다녔습니다. 한달에 90 만원을 벌었는데 택시비로만 약 20만원이 나가더군요. 그래도 나는 아직 세상에 쓸모가 있다는 생각에 계속 알바 아닌 알바를 하였고 그렇게 1년 쯤 일하다가 또 다시 저에게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폐렴이 었습니다. 그후로 완전히 자신감과 자존감을 상실한 저는 약 3년 동안 외출다운 외출은 한번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게 되었고 제가 알던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습니다. 지금은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저는 1년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냅니다.
그렇게 집에만 쳐박혀 있었고 그 지독한 외로움에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가는 것을 자각하여 약 1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증 장애인이라도 사랑은 하고 싶죠.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무리죠. 혹 있다하더라고 그것은 그녀나 어쩌면 그녀의 가족들까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니 양심 있는 인간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나 혼자 좋자고 힘들게 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혹시 저와 비슷한 운명을 가지고 계신 여성분이 계시다면 저와 한번 만나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혼자 죽을때까지 끝이 없는 어둠속에서 절망하며 허우적 대지 말고 그래도 같은 처지에 서로를 이해하면서 그나마 남은 여생을 조금이나마 웃으면서 보낼 용기를 저와 함께 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세상에 한번도 못한 말을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고나니 조금은 후련해지네요.
기적이 일어날까요?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