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차가워졌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팔팔 끓어오른다.
해가 바뀔 때마다 늘어난 건 기억과 그 안에 묻혔던 사소한 일거리 들이었는데 쌓인 것들을 늘어놓고 보니 어느 덧 변해버린 내가 서있었다. 때론 극적이었고 어떤건 사소한 수필 같은 일과 감정의 나열 들이었다. 인연이기도 했고 실수였고 후회 였다. 아슬아슬 줄타기 타듯 이어온 시간의 흐름은 날 부여잡고 왜 그랬는지 어떻게 할지 끊임없이 물어왔고 그때마다 내가 내놓은 대답들은 멍하니 동의도 얻지 못한채 흩뿌려졌다. 옳은 길을 택한다고 생각 했던 일들이었지만 괴롭기는 마찬가지였고 가보지 못한 다른 길은 머리 한 구석에서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곰팡이처럼 번식하고 있었다.
나는 세상에 그을려 지고 있었다. 좀 더 뜨거워 지기 위해서 태워냈던 내 작은 몸뚱이는 곳곳이 그을려 닦이지 않는 검정 그을움을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사이 매정하기 짝이 없다 했으나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이겨내리라 믿었던 신념에 묻힌 내 본심은 혹한기 같은 감정에 추잡스럽게 고개를 들었고 결국은 이기를 무기로 나를 지켜냈다. 후회는 없다고 중얼거렸다. 나에게 하는 말인지 듣고 되새기기도 했다. 긍정이라는 단어는 힘내라는 말만큼 잔인했다. 또 무언가 쌓이고 있었다. 변해가지 않길 바랬던 적도 있었지만 먼 옛날 이었다. 이대로 흘러가겠지. 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