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입장이니 존대로 가겠습니다.
한 두 달 전이었나요?
님과 댓글을 나누다 제가 인식론, 경험론 등 '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깨닫고 철학전반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 주십사했지요?
님은 거스리의 '희랍철학입문'을 소개해 주셨구요.
부탁드린 주제와 상관없어 보이는 책을 추천하시면서 철학공부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라는 '정론'에 가까운 훈계를하시길래 화도 났습니다만...
어쨋든 추천해 주신 책을 구해 읽었습니다. 원하던 내용과는 달랐지만... 좋은 책이더군요.
빨리 완독했으면 좋았겠지만 출퇴근 길에 읽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전에 일도 있고 하니 다른 숨은 고수들에게 부탁하고 싶기도 했지만... '결자해지'라고 님께 물어보는게 나을 듯 해서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낮짝이 두껍기도 하거니와 모르는 건 배워야 한다는 주의라 이러니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질문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읽다 보니 '아레테'라는 개념이 나오던데, 절대적 아레테가 있다면 플라톤에게 '아레테'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아시다시피, 플라톤의 이데아는 이 세계를 모방된 세계로 봅니다. 원본에 비춰볼 때 어딘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재현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당대 그리스인들이 추구하던 '아레테'도 플라톤에겐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인간의 아레테(인간다움), 장군의 아레테(장군다움), 장인의 아레테(장인다움)식으로 '~다움' 또는 이를 위한 이해나 숙련된 기술을 의미하는 아레테가
이데아란 개념 앞에서도 의미를 지닐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어차피 아무리 인간다워지고 장군다워지고 장인다워지고 싶어도 그 자체가 모방에 불과하다면 '~다움'의 의미도 사라지는게 아닌가 싶은 거죠.
아레테는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이도스'와 가깝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런 쪽으론 그닥 아는게 없어서 제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건지도 잘 몰라 이런 거시기한 상황에도 여쭤봅니다.
간혹 보이는 얍삽이들처럼 '너 당해봐라'식의 함정이 아니라 (그런 건 그닥 제 취향이 아니라서...)
알고 싶어서 드리는 부탁이오니 옛 감정은 제쳐두고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