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밴덴헐크(왼쪽)과 그의 아내 애나. |
사실은 그렇게 권하고 싶지 않은 자리일 수도 있다.
오는 18일 열리는 2014 프로야구 신인왕과 MVP(최우수선수) 시상식. 이날 무대는 넥센 선수들의 큰 잔치로 장식될 가능성이 크다.
신인왕과 MVP 투표의 개봉만 남겨둔 상태로 넥센의 서건창·박병호·밴헤켄·강정호 등 올 시즌 갖가지 개인 기록을 휩쓴 선수 중 한명이 MVP의 영예를 안을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MVP 후보에 오른 선수는 삼성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29)뿐이다.
밴덴헐크는 MVP 후보가 아니더라도 이날 행사에 참석할 명분이 있다. 그는 올해 방어율(3.18)과 탈삼진(180개) 부문 1위에 올라 타이틀 홀더로도 이날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이른바 ‘보호자’ 시각이라면 입장이 조금 다를 수 있다. 밴덴헐크가 넥센 선수들의 초호화 성적에 밀려 ‘들러리’만 서다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에서도 밴덴헐크가 시상식에 참석할 것을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뜻은 달랐다.
밴덴헐크는 MVP 판도를 설명하는 구단 관계자에게 “후보로 지명된 것만 해도 영광이다. 당연히 참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삼성 선수로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에 삼성 선수로 자부심을 안고 그 자리에 가겠다”고 했다.
밴덴헐크는 이날 시상식 때문에 출국도 늦췄다. 아내인 애나와 대구에서 며칠을 더 머무르고 서울로 올라와 시상식에 참석한 뒤 행사 당일 밤 고국인 네덜란드로 출국할 예정이다.
밴덴헐크는 올해 삼성 마운드에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다. 더불어 소속팀 삼성과 한국리그에 대한 애착에 구단 관계자들은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밴덴헐크를 잔류시키려는 의지도 더불어 커질 수밖에 없다.
밴덴헐크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요미우리 등 이른바 ‘큰손’ 구단로부터 손짓을 받고 있다. 삼성 또한 일본 구단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의 잔류를 위해 이전 시즌부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것을 계산에 넣고 조만간 구체적인 카드를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