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 최근 사병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육군 장성은 징계유예되고, 오히려 폭행당한 사병은 징계를 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권영기 육군 2군사령관(대장)은 예하 모 특공여단장 심모(3사 9기) 준장이 김모 상병을 폭행해 2개월 감봉징계를 당하자, 지난달 1일 관할관 확인조치권(지휘관이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을 발동해 심 준장의 징계를 유예했다.
이와관련 육군본부가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실에 보낸 '병사 폭행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 및 징계위원회 징계처리 현황'에 따르면, 심 준장은 지난해 9월 공관 현관 앞에서 당시 공관근무병이던 김 상병(당시 일병)을 선물용 죽방멸치를 잘못 보관했다는 이유로 손바닥과 구둣발로 양쪽 볼과 정강이를 폭행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선물용 죽방멸치 잘못 보관했다고 가슴과 어깨 10회 때려
이 자료에 따르면 심 준장은 징계위에서 또다른 폭행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이 보고서를 일부 인용해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김 상병 : 같은 날 심 준장은 죽방멸치를 잘못보관했다는 이유로 김 상병을 공관 거실로 불러 다시 손바닥과 주먹으로 가슴과 어깨를 10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때린 적 있다.
김 상병 : 같은 해 9월 공관 거실에서 아침식사 준비가 되었다고 보고하는 나에게 "너 같으면 이 상항에서 밥이 넘어가냐"고 질책하며 보고있던 신문을 말아서 양볼을 약 10회 폭행했다.
심 준장 : 기억이 없다.
김 상병 : 공관 거실에서 꿀밤 주먹으로 머리를 수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교육 차원에서 한 행동이었다.
김 상병 : 2004년 11월 공관 텃밭에서 내가 상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측면 비닐을 내리다 잘못해 3센티미터 가량 찢었다는 이유로 슬리퍼 신은 발길로 정강이를 1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기억이 없다.
김 상병 : 2004년 11월 여단장실의 경유난로에서 "삐" 소리가 나는 이유에 대해 내가 "오래 켜놔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확인도 해보지 않고 대답한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좌측 옆구리를 1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교육차원에서 한 것이고 폭행하지는 않았다.
김 상병 : 평소 부하 장병들이 실수할 때면 "어벙한 놈, 멍청한 놈, 병신같은 새끼" 등의 폭언 및 욕설을 퍼부어 언어폭력을 했다.
심 준장 : 그렇게 한 적 있다.
폭행당한 사병은 근신 10일 징계 "군인복무규율 어겼다"
지난 5월 31일 열린 징계위는 심 준장에 대해 감봉 2월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권 사령관은 "그간 군 복무에 성실히 매진해왔다"면서 다음날인 6월 1일 징계유예(3월)로 감경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달 4일, 심 준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김 상병은 11군단 징계위에 회부돼 근신 10일의 징계를 받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김 상병이 (이 사건을) 대외 기관에 알린 것은 군인복무규율을 어긴 것"이라면서 "김 상병이 국가인권위와 부패방지위원회 등 법률로서 내부제보자를 보호하는 기관이 아닌 곳에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최재천 의원은 "사병들에 의한 사병 폭행은 엄벌에 처하면서 장교들의 사병 폭행은 봐주기한 전형적인 예"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군기가 바로 설 수 있으며, 군내 폭행이 없어지기를 바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김 상병 폭행 사건에 대해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김 상병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린 것은 심 준장의 징계를 유예한 권 사령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김 상병이 신문사와 시민단체에 폭행 사실을 제보한 것과 관련해 권 사령관은 '지휘계통을 밟지 않았다'고 여러차레 지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군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사령관이 김 상병의 징계를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상병은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