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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메스를 들이대는 의사여야 한다
게시물ID : sisa_8740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2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24 05:48:17
KakaoTalk_20170323_124216703.jpg

아침에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허니 이 그림으로 플픽 바꿔요."
당장 바꿨습니다.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또 많은 사람들에게도 세월호의 인양은 기다리던 일이었겠지요. 물론 지금부터 더 큰 일이 남아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던 세월호가 물 바깥으로 보였지만, 아직 진실을 찾아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선체에는 애초에 내지 않았어야 할 구멍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 있고, 그중엔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구멍도 있다고 합니다. 

세월호를 올린 방식은 애초에 상하이 샐비지가 하려고 했던 방식이 아니라, 처음 입찰했던 다른 회사가 거의 모두 제시했던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그걸 해수부가 모두 거절하고 굳이 상하이 샐비지를 선택한 것도 이상하지만, 박근혜 탄핵 인용 후 닷새만에 인양이 결정됐고, 이렇게 인양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왜 이제서야 인양을 하는가에 대한 분노도 많습니다. 

그러나, 더 미심쩍은 것은 지금이 대선 기간이라는 겁니다. 정치 이슈 때문에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야 할 역량들이 주목도 받지 못하고 정권교체기에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는 의심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힘들게 선체를 다 한꺼번에 올린 배를 굳이 다시 해체해서, 그것도 지금까지 사건 축소 및 은폐의 의심을 받고 있는 해수부가 직접 조사를 하겠다는 것도 의심을 더 키웁니다. 

이 정권이 세월호를 얼마나 불편해하고 악의적으로 이 사건을 축소시키려 했던가에 대해 정권 실세들이 남긴 기록들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김기춘, 조윤선 등이 유가족들을 궁지로 몰기 위해 했던 일들도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진실을 요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벌였던 일베 회원들, 농성장을 덮친 어버이연합의 배후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것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이어야 하지만, 어쩌면 그 과정에서 보게 되는 것은 "세월호의 진실을 가리려 했던 자들"일지도 모릅니다. 정권이 바뀌면, 반드시 세월호 문제, 더 나아가 천안함 문제를 꼭 다시 꺼내어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이 문제들이 '어쩌면' 한국을 둘러싼 주위 국가들의 갈등과 압력이 첨예하게 불거지게 될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는 데 동참하는 국가가 되면 안 됩니다. 

진실을 처음부터 감추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고통의 순간들을 감내할 필요가 없었을겁니다. 그걸 감추고 덮으려는 순간, 우리의 상처는 썩어들어가기 시작한겁니다. 진실은 마치 암 선고처럼 불편한 겁니다. 감추면 그것이 자라고 자라 말기암으로 가는 것이고, 그것을 드러내어 알리는 순간부터 조기 치료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이미 상당히 자란 이 암덩이의 하나, 권력자였던 박근혜는 끝장났습니다. 그러나 다른 암덩이들은 지금부터 촛불 시민들이 메스가 되어 잘라내야 합니다. 아니, 우리가 의사가 되어 저 정치인들을 메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날이 나간, 녹슨 메스들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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