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부터 보아오던 동네의 유기묘를 엊그제 구조했습니다. 한 달여 동안 4번 마주쳐서 밥을 주었었구요, 저는 이 고양이를 만나려고 매일 밤 1시간마다 밖으로 케이지와 사료를 들고 기다리곤 했습니다. 저번 주에 심한 비바람이 일주일 정도 내려서 죽은 건 아닐까 걱정하던 차에 마주쳐서 정말 놀랍고 기뻤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미국인데요, 제가 듣기론 한국보다는 미국의 입양 시스템이 훨씬 잘 되어있고 안락사까지의 기간도 훨씬 길다고 들었었습니다. 제가 현재 사는 곳이 동물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고, 한국의 집에 이미 늙은 개와 고양이가 있어 더 이상 동물의 입양은 가족이 반대하는 상황이라 현지 친구들의 추천을 받고 이 곳의 주정부가 관할하는 동물보호소에 오늘 정오에 맡기고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안락사까지의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더군요. 지내는 환경은 한국의 유기동물 보호소와는 비교도 안되게 훌륭합니다. 하지만 스태프가 내가 서명을 해야 이 고양이를 받아줄 수 있다고 내미는 종이엔 '열흘 안에 각종 검사(특히 인수감염의 위험이 있는 병의 경우)에서 탈락하거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 것이다' 라는 란들이 빼곡했습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사인을 하는데 (계속해서 유기동물들이 구조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 제가 혼자 그 스태프를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 밖에 안나오더군요. 돌아오는 길 내내 울면서 자책했습니다. 유기묘, 유기견의 재 입양률은 10퍼센트 이내라고 하는데 내가 이 고양이를 괜히 데리고 왔구나, 내가 다정한 말과 맛있는 음식으로 꼬여서 사형장에 데리고 왔나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무엇이 맞는 것인지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지더군요.
결과적으로,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저의 친구의 친구 부부가 입양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친구는 저와 막역한 사이는 아니지만 평소 서로를 존중하던 사이인데 사정을 말하니 정말 부리나케 도와주더라구요. 그 친구에게서 좋은 소식을 듣고 이번엔 너무 좋아서 울고 말았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의문스럽습니다. 이번의 경우는 정말 운이 좋았고... 내가 앞으로 스쳐 지나가는 유기 동물이 정말 많이 있을텐데, 난 그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이고, 그렇다고 내 모든 것을 바쳐서 할 수는 없고.. 난 최소한 내가 마주치는 동물들은 구조를 해서 새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데, 내가 아는 인맥만으로 모든 경우를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쉘터에 데려다 주자니 결국 안락사 당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고..
여러분의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유기 동물 구조... 내가, 혹은 내 지인이 키울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버려 두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