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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기숙사에서-프롤로그-
게시물ID : panic_874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탕
추천 : 3
조회수 : 8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4/23 19: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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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깼다. 막 잠에 깬 흐린 시각은 마치 아직 꿈을 꾸는 것 같이 애매모호한 배경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초침소리는 쉼 없이 염불을 외우 듯이 또렷이 들려왔다.
몇 시지.. 아침인가...’
보통 약간 어둑어둑한 아침에 일어나는 나이기에 새벽인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윤곽만 보이는 이 어둠은 새벽의 그것이 아니었다.
으으..시계로 확인 하자.’
결국 시간을 어림짐작 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는 시계를 보기위해 어둠속에서 기억 속 핸드폰을 찾아 침대 위를 헤매었다. 그러다 마침내 오른발 옆에서 스마트폰을 찾았다. 어둠 속에서 익숙한 핸드폰을 좀 만지자 곧이어 눈을 아프게 할 만큼의 빛이 내 눈을 때렸다. 부심이 가시고 곧이어 12;40분이라는 시간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직 한밤중이네,,, 곧 통금 시간인가.’
자는 것도 또 완전히 일어나는 것도 애매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동시에 비이상적이고 너무 엄격한 기숙사 규율이 생각나 왠지 모를 짜증감이 몰려 왔다.
올해 초 나는 지방대학의 입학이 결정 되었다. 억울하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목적 없이 언제나 그렇듯 적당히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담담히 지방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심 많은 것이 달라지기를 바라왔지만 달라진 것은 단지 집이 아닌 기숙사에 산다는 것 뿐 이었다. 대학은 절반은 농지에 절반은 산에 둘러싸인 시골에 있었고 걸어서 25분 정도의 좀 먼 거리에 막 만들어진 시가지가 있지만, 셔틀버스가 많기 때문에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또 학교가 학생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학교를 위해서인지 기숙사만은 최신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실상 집에서와 같이 주는 대로 먹고 방에서 가끔 공부하고 적당히 농땡이 부리는 변화랑은 전혀 반대인 익숙한 생활상을 어느새 나는 실천 하고 있었다.
다만 집보다 좀 더 사람과 부대끼고 좀 엄격하다는 것이 귀찮지만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잠은 달아 나버렸다. 룸메이트에게는 미안하지만 불을 켜서 게임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의 불빛을 의지하여 스위치를 찾으러 벽면을 뒤적였다. 곧 손끝에 스위치가 닿았다.
딸깍딸깍
불이 켜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시도 했지만 전등의 신음은 들리지 않고 시계의 염불소리만 귀청을 때렸다.
정전인가
보통 정전이나 단수가 일어나면 기숙사 번호로 핸드폰에 문자가 왔지만 나의 스마트폰에는 문자가 온 흔적이 없었다. 기숙사장이 늦장대응을 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단지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상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는 기숙사장이나 층장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려서 기숙사장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내 귀를 메어 왔다. 허나 목소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 않고 나는 전화를 23번을 시도했으나 결국 포기하였다.
통화도 안 되는 지금 나에게는 층장에게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왔다. 겁먹은 것이라고 룸메이트에게 시달릴 수도 있지만 나는 일단 룸메이트를 깨우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나는 맞은편 침대에 스마트폰 불빛을 비추었다.
침대는 텅 비었다.
술 한 잔 하다 못 들어온 건가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침대시트에 손을 대자 온기가 옅게나마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나보다 먼저 정전을 알아서 층장에게 간 것이 아닐까?
정전과 암흑천지인 방에 혼자 남아있다고 인지를 하자 약간의 한기가 느껴졌다. 그러자 일단 방을 나가 누군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층장에게 가자
나는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하며 복도로 발을 옮겼고 신발을 신은 나는 자동 잠금장치를 풀고 방문을 밀었다.
철컹
설마 방문이 열리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혹은 나는 사실 감금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이유 없는 공포는 쉽사리 열리는 문과 함께 누그러졌다. 그리고 점점 커지는 틈사이로 마치 심해처럼 질식 할 것 같이 어둠에 잠긴 고요한 복도가 나를 맞이했다.
복도는 마치 잠든 것 같았다. 자판기의 기괴한 기동음이나 언제나 죽을 듯 신음소리를 내던 비상구 시퍼런 전등의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또한 언제나 TV나 잡담 소리가 들려오던 휴게실은 장례식 마냥 불온한 정적마저 맺혀있는 듯 어두컴컴했고 고요했다. 오직 나의 끼익 거리는 발자국소리와 마치 무언가를 몰래 엿볼 때처럼 쿵쾅거리는 내 심장소리만이 복도를 채웠다. 하지만 그 유일한 소리들도 압사라도 당해 복도의 어둠에 속절없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두운 복도에서 나는 희미한 스마트폰을 의지한 체 나는 층장의 방을 찾으러 앞으로 걸었다. 다들 자고 있거나 아니면 단체로 기숙사로 나간건지 복도에는 나 혼자만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두 명 정도는 복도에 나와 있기 마련인데 나 혼자 만이 층장의 방을 찾아 헤맸다. 마치 기숙사에 나만이 남아있는 것 같은 고요함이었다. 그리고 복도 양 옆의 청문들은 마치 감옥이나 우리같이 무언가 내보면 안 되는 괴물을 가둔 것처럼 굳게 닫혀있었다.
층장마저 자리에 부재중만 아니면 좋겠는데...’
이 상황에서 층장마저 없으면 솔직히 이성이 못 버틸 것 같았다. 그렇게 끝임 없이 떠오르는 불안감을 버티며 나는 드디어 층장의 방 위치한 장소에 도착하였다
층장의 방은 열려있었다. 마치 급히 어디론가 떠나간 듯 아니면 도망이라도 친 듯 문은 그 입을 열고 자신의 속을 나에게 보였다. 마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체 입을 벌리고 죽은 시체처럼.
층장은 없을 것이 불 보 듯 뻔 했다. 정산적인 인간이라면 문을 닫거나 최소한 불은 켜놓고 있겠지. 그래도 혼자라는 불안감에 떠밀려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2인실보다 조금 작은 방이 눈에 들어왔다. 층장은 본 층의 잡무나 가끔의 종교미사를 총괄하는 일종의 한 층을 대표하는 반장과 비슷한 위치이기에 1인실이라는 특권이 주워졌기 때문에 상당히 2인실보다는 작다하더라도 상당히 넓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넓이와는 무관하게 나는 왠지 모를 갑갑함과 무거움이 느껴졌다.
방은 남자 방이라고는 생각이 안 날정도로 깨끗했다. 또 층장은 종교학과 학생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방안에는 종교관련 서적과 상징물 프린트, 책이 책상에 펼쳐있었다. 그런 방을 불빛에 의지하며 보던 나의 눈에 침대위의 막보다가 팽개친 듯이 놓여있는 익숙한 물체가 보였다
기숙사 규칙과 긴급대응 매뉴얼
그것은 매주 방 점검을 할 때 층장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이었다. 혹시 저 다발이 지금 층장방의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층장끼리의 비상연락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 나는 종이 뭉치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건 층장 명부고, 이건 일 년 계획표....’
그렇게 명부를 뒤지다보니 기숙사 규칙이 써진 페이지가 나왔다.
규칙이라...’
규칙 페이지를 보니 오컬트나 심령현상에 관심이 많던 룸메이트나 같은 과의 기숙사생들이 이야기하던 기숙사의 기괴한 규칙들이 생각났다.
이 기숙사는 다른 기숙사에 비해 꽤 빡빡한 규칙을 가졌다. 통금 시간도 다른 곳보다 빠르고 금지물품도 다른 기숙사보다 꽤 빡빡하게 점검을 하는 편이다. 그래도 그런 조항들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고 상식에 벗어나는 조항들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 기숙사의 몇 가지 조항은 그렇지 않았다. 규칙 자체가 왜 만들어 졌는지 그리고 왜 규제를 하는지도 전혀 설명이나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존재하는 규칙이 몇 개 있었다. 크게 3개로 나뉜다고 3조항이라고 기숙사생이 부르는 이 규칙들은 보통 이런 종류의 규칙들이 실생활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 별 문제가 없는 것에 비해 실생활까지도 불편하게 만드는 종류의 것 들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 규칙에 대해서 많은 항의를 했지만 다른 조항은 바뀌어도 이 3조항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단지 기숙사 내 방송으로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본 조항을 바꿀 수 없다라는 반응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규칙들의 존재의 이유를 기숙사생은 귀신이나 심령현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꽤있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어길 시 겪은 괴담 같은 것들이 술자리에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나의 룸메이트도 괴담 같은 것을 꽤나 좋아하기에 내 앞에서 자주 말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나는 그런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리고 그 3조항이 내가 보는 페이지 끄트머리에 써져있었다.
 

1.안전상의 이유로 본 장소는 특정시간대에 출입을 금한다
- 1층 식당, 2층 브릿지, 중앙 정원
- 중앙 정원, 옥상, 지하 서류창고
 

2.안전을 위해 밤의 특정시간대에는 기숙사내의 이동을 금다
1)21-23시 와 1-3시까지 모든 방의 출입을 금한다
2)위 두개의 시간대에는 모든 복도는 절전 된다
3.안전을 위해 매주 수요일은 방 안을 점검하며 수, , 금에는 출입 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한다
금지품목- 기숙사장이 허가하지 않은 거울, 인형류, , 발화기물
 

 

많이 들어봤기는 했지만 정말 이 규칙들이 왜 존재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아무리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역시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 정전이 휩싸인 기숙사에서 홀로 온갖 괴담과 추측에 휩싸인 정체불명의 규칙을 읽고 있으니 잊었던 불안과 공포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이런 것을 보는 것은 역시 심장에 안 좋아
무서움 반과 간절함 반인 심정으로 나는 그 페이지를 넘겼다
바로 다음 페이지는 대응매뉴얼이라는 제목의 페이지였다. 큰 제목이 페이지 맨 위에 위치 해 있고 중간에는 목차가 써져있었다. 그리고 그 목차 중에는 긴급연락망이라는 항목도 있었다.
겨우 찾았다!’
그걸 보자 나는 겨우 안도가 되었다. 그리고 빨리 찾자는 생각에 대응매뉴얼 페이지로 넘겼다.
다음 페이지는 없었다. 아니 매뉴얼이라는 항목 통째로 찢겨서 사라져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쫒겨서 그것만이라도 가져가려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의 짧은 안도는 금이 갔고 그 금은 나의 이성에도 뻗어 나갔다. 곧이어 나는 그저 여기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시라도 이 방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그런 본심을 다잡았다. 이 방 어딘가에 그 매뉴얼이 있을 거라고. 나는 그 방을 뒤적였다. 범죄에 가까운 행위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심정이 아니었다. 빨리 이 장소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빨리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뒤졌다 그러나 그런 간절함과는 무색하게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매뉴얼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나는 아까까지 내 방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내 룸메이트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그 녀석은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고 싶은 것이 본심이었다. 나는 전화했다. 처음 과 두 번째 통화는 기숙사장과 비슷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나는 세 번째 시도를 했다.
 

딸깍
약간의 침묵 속에서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야 너 어디야!‘
가쁨 반과 화남 반으로 나는 거의 소리 지르듯 외쳤다. 그러나 룸메이트 녀석의 목소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기계음 비슷한 것에 가려 들리지 않았다
야 너 어디야! 나 지금 층장 방이야 너 어디야?”
“.......”
내가 층장 방 이라는 단어를 내뱉자 갑자기 들려오던 잡소리가 일제히 멈추었다. 그리고 수화기 저편은 침묵에 감싸였다. 일순간의 고요. 그 고요는 나를 얼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말을 해야 한다. 본능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왔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는 신호도 나에게 보내왔다. 상대방이 지금 나의 이변을 알면 나를 찾으러 올 것이라는 그런 느낌 때문에 말이다.
야 너 어디냐고 말해 내가 찾아갈게
떨리는 말을 다잡고 나는 거의 울듯이 말했다. 소리 지른 것도 아닌데 성대는 찢어질 것같이 아팠다. 그러자 룸메이트의 휴대폰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그 소리는 여자의 숨이 넘어가는 소리 같았고 또는 잘못 맞물린 바퀴가 돌기위해 계속 덜컹거리며 내는 불협화음 같기도 했다.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기엑 기엑기엑기엑기엑기엑기엑기엑기엑기엑기엑기
 

그 기괴한 소리는 점점 빨라졌다. 마치 무언가에 흥분 된 것 같이, 마치 무언가를 향에 달려가는 것 같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깨달았다.
 

나에게 다가 온다. 저것이 나에게 오고있어
나는 거의 울듯이 소리 질렀다
야 이 시발새끼야 너 어디야 시발 이딴 장난치지마 뒤질래. 죽여 버린다. 빨리 말해 너 어디냐고! 너 누구냐고!!!!!!”
역성이라기보다는 단말마에 가까운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목소리는 멈추었다. 그리고 조금 뒤 휴대폰 저편에 익숙한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야 너 어디야 나 지금 층장 방이야.”
야 너 어디야 나 지금 층장 방이야.”
야 너 어디야 나 지금 층장 방이야.”
그건 내 목소리였다. 저편의 무언가는 내 말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무한히 반복했다. 나는 그 순간 이성의 끈을 끊어졌다.
이대로는 있으면 뒤진다. 저것이 나를 찾으러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나는 이미 방문으로 튀어 나가고 있었다. 문 밖으로 나가자 나는 엘리베이터의 옆 비상구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갔다. 반은 미치광이처럼 달려가는 나의 오른 손에서는 아직도 내 목소리를 가진 무언가가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까처럼 따라한 것과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 말들은 점점 열화 되듯 다른 것으로 변화 되었다
#!@#@@!#@! 방이 21#@!$@! 2!$#@!3!@$!@’
말들은 점점 괴기하게 일그러져 가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든 말은 몇 글자 되지 않았다. 나는 그 통화를 당장에라도 끊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바보같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통화를 끊는 순간 나에게 다가올 고요한 복도가 무서웠다. 그리고 그 침묵을 찢고 통화 저편의 무언가의 소리가 들릴 것 같아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빨간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정신없이 나는 달렸다. 내 눈 앞에 빨리 엘리베이터가 있는 모퉁이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그리고 이 기숙사가 내가 모르는 이세계로 변모되지 않았기를 기도하며 말이다. 그렇수십초를 달렸을까 어느새 핸드폰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느새 저 앞에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익숙한 모퉁이가 나왔다. 보통이라면 안도감이 생길 상황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 모퉁이 너머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를 맞이하지 않을까 더 무서웠다. 나는 결국 모퉁이 앞에서 멈추었다. 아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앞도 잘 분간이 안 가는 칠흑은 마치 늪처럼 나를 바닥없는 이상한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까 나는 숨을 쉬면서도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모퉁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다행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발을 옮겼다 분명히 기억 상 비상구는 엘리베이터 맞은편의 자판기 왼쪽에 있었다. 어두워서 분간이 가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다시 불빛을 만들어야 하나.’
휴대폰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 무서웠다. 휴대폰에서는 더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만. 내가 다시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하면 그것은 더 기괴한 말을 나에게 읖조리지 않을까 혹은 카메라 너머로 나를 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공포심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나는 수초를 고민했다. 결국 휴대폰으로 눈앞을 밝히기로 결정했다. 그렇기에 우선 나는 화면을 보았다. 다행이다 휴대폰은 어느새 통화가 종료되었다. 상대방이 끊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꺼버린 것일까. 그런 의문이 떠올랐으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나는 바로 라이트 기능을 사용해 주변을 밝혔다.
나의 맞은편 자판기가 언뜻 보였다. 그럼 분명 문 바로 옆에 자판기가 있을 것이다. 나는 뜀박질을 하며 자판기 옆으로 튀어갔다. 그러나 그 곳에는 있어야만 하는 것이 없었다.
문이...문이...........없어
나의 눈앞에는 텅 빈 벽면만이 있었다. 혹시 내 기억이 틀린 것이 아닐까. 다시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문과 비슷한 것은 엘리베이터 밖에 없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매번 매일 수십 번을 보았던 문이 불과 하룻밤 만에 사라지고 흔적도 없다니. 나는 결코 받아들일 없었다.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 엘레베이터 옆에 걸린 기숙사 도면에 내 시선이 박혔다.
혹시 뭔가 대책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도면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금까지 내가 서있던 곳에 문표시가 있는 것을 확인 했다. 나는 머리를 다시 돌려보았다. 그라나 그곳에는 애초부터 그랬다는 듯이 벽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벽이 하룻밤 만에 사라진 것이다.
나는 지금 갇혔거야?’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리고 왜 하필 그 대상이 나인건가?’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기숙사 도면을 자세히 보았다. 그곳에는 기숙사의 모습과 시설배치도가 그려져 있었다.
도넛 모양의 기숙사의 배치도 보자 룸메이트가 이야기한 괴담 같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우리 기숙사는 특이하게 건물 한가운데 작은 샘이 딸린 정원이 위치해 있다. 사실 정원을 한가운데 조성해 놓은 건물은 많다. 다만 우리 기숙사는 14층짜리 고층 빌딩이었다. 사실상 한 낮 찰나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 정원에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정원은 언제나 그늘에 휩싸여 있었다. 사실상 애물딴지이지만 기숙사 측은 그 정원을 없앨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원의 식물을 위해 따로 설비를 만드는 것도 하지 않다. 그런 기숙사의 방치에 언제나 정원의 식물들은 시들고 병들어 있었고 그 주위를 창문도 그 무엇도 없는 시멘트 벽로 감싸여진 그 경광은 이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 정원이기에 3조항과 더불어 기숙사 내에서 말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많은 이야기들 중 룸메이트가 나에게 이야기 했던 것은 아마도 이 기숙사는 그 정원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란 이야기였다. 정원은 애초에 건축 전부터 있었고 설계도는 기숙사 한가운데 저 정원을 놓는 것을 상정하고 지었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그 설계에 관한 학교측 요구 중에 샘이 빛에 닿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하니 그냥 평범한 정원이 아니라고 룸메이트는 기쁜 듯이 나에게 말했었다. 나도 그 정원을 보았고 그 정원의 우울하면서도 뭔가 동떨어진 분위기를 느꼈기에 어느 정도 그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다만 나는 이 기숙사가 저 정원을 위해 지었다기보다는 정원을 가둘려 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치도를 보며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자 어쩌면 내가 통화한 무언가는 저 정원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원에 관련 된 것이 맞다고 해도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배치도를 뒤지다가 현 위치와 반대편에 있는 한 비상문을 발견 했다.
어떡하지 아까 층장방을 지나쳐서 가야하나? 아니면 반대편으로 가야하나?’
솔직히 층방으로 가는 것이 이 층의 상황을 모르는 나에게 그나마 나은 선택이지만 그래도 꺼려졌다. 아까의 그 목소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나 그런 사치스러운 망설임의 시간은 금방 꿈같이 깨져버렸다.
정전인 현 상황에서 움직일 리 없는 엘리베이터의 기동음이 들렸다. 갑자기 방송 마이크에 엘리베이터가 층에 도착한 것과 같은 벨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온단 말인가? 정전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는 패닉에 빠졌다
이윽고 두 번째 벨소리가 들었다
나는 일단 좌우로 뻗어진 그림자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내 머리는 양 옆의 뻗은 칠흑의 장막 넘어 무언가를 확인 할려는 두리번 거리며 주시했다. 그러다 문득 내 정면의 창문 밖으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3번째 벨소리가 들렸다
벨소리에는 노이즈가 섞여왔다. 나는 그 소리가 마치 녹물이 떨어지는 쇳소리처럼 들렸다. 정했다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고 핸드폰의 불빛을 비추었다.
4번째 벨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조차 잊었다. 눈 앞에는 너무도 괴이한 것들이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손이였다. 움직임도 숨소리도 들리지도 않았던 그 굳건한 감옥 같은 문들 틈에 수많은 손들이 무언가를 들고 삐져나왔다.
5번째 벨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옷이었다. 수많은 손들은 형형색색의 옷들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다채로운 옷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모든 옷들이 하나 같이 피같은 것으로 낭자 되어있다는 것이었다는 사실이었다.
6번째 벨소리가 들렸다
더는 그것은 벨소리가 아니었다. 심하게 노이즈가 겨있어 마치 광인의 웃음소리같이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와 더불어 그 손들은 그 옷을 흔들면 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이곳이 더는 내가 아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얀 손들은 계속 옷들을 흔들었다. 그와 더불어 그들 손 아래애는 빨간 것들이 점점 흘러나왔다. 그 흘러나오는 것들 중에는 고깃덩어리 같은 것도 섞여 있었다. 어떤 것은 마치 무언가에 짓눌린 눈알의 형상으 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도망쳐야한다
그러나 나의 다리는 마치 무수한 촉수에 휘감긴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도망쳐야한다
나는 또 다시 생각 했다. 그러나 간신히 숨을 쉬는 것이 다였다. 나는 얼었다. 못 움직일 것 같았다. 나는 살아야하는데 나는 아무 잘못 없는데 나는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들려왔다
이윽고 7번 째 벨소리가 들렸다
그 소음이 들리자 갑자기 손의 흔들림이 사라졌다. 이윽고 밑의 층에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 들렸다. 그리고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 거리는 걸음 소리와 함께 무언가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 숨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그으윽거렸는데, 마치 더러운 오물이 폐 속에 달그락 거는 것 같은, 듣는 사람에게 혐오감을 그리고 불쾌감을 주는 울림이었다.
그 소리가 들리자 손이 빠져 와있는 문들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순간 그 수많은 손들은 마치 두부가 썰리듯 쉽게 붉은 포물선를 내며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이 떨어지는 순간 문들은 아까처럼 조그만한 틈이 반쯤 열였다. 마치 저 바닥에 나뒹구는 팔의 주인이 뛰쳐 나올려는 듯이
그 지옥도를 본 순간 나는 달렸다. 내가 가려던 방향과 정반대인 오른편 복도로. 내 뜀박질소리가 나자 밑에 층의 무언가가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것이 들려왔다.
숨어야만 해 숨어야만 해 숨어야만 해
나는 그 일념으로 내 앞을 달려갔다. 그러나 곡선의 복도는 전방이 완전히 다 보이지 않기에 무엇인가 마주치지 않을까? 라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내 뒤 어둠 저편에서 마지막 벨소리가 들렸다. 기계가 기동음을 내자 무언가 뒤편에서 뜀박질 하듯 다가왔다
철퍽 철퍽
마치 젖은 발바닥이나 피로 낭자된 고깃덩어리가 바닥에 내쳐지는 것 같은 그로테스한 소리, 그것이 내 뒤편에서 들려왔다.
나는 살아야해 뒤질 수 없어 뒤질 수 없어
거의 편집증처럼 그것을 머리 속에 되새겼다. 그러나 그 뒤편의 소리는 그 염원과는 무관하게 나에게 다가 왔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역겨운 시궁창 내가 뒤에서 풍겨왔다.
#!@#@@!#@! 방이 21#@!$@! 2!$#@!3!@$!@”
갑자기 방송 스피커에 아까 휴대폰 너머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퍽 소리가 멀지 않은 곳 까지 들려왔다. 나는 죽기 싫었다. 적어도 이렇게 죽기는 싫었다. 마이크 속 나의 목소리를 가진 어떤 것, 보지 않아도 역겹게 느껴지는 뒤의 무언가, 마치 무언가를 맞이하듯 흔들던 그 팔들, 여기는 내가 모르는 곳이다. 내가 사는 곳이 아니다 이런 곳에서 적히거나 다진 고깃덩어리가 된 나라는 결말을 맞기 싫었다. 나는 뛰었다. 그리고 그 뜀박질은 단말마 같았다.
문득 저 앞에 익숙한 것이 보였다. 나의 방 문패였다.
시발 들어가야해 들어가야해 시발 시발 시발
철퍽거림은 곧 나를 잡을 것 같았다. 스피커의 나의 목소리는 이제 광신도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것으로 도망치듯 온힘을 다해 문 앞에가 비밀번호를 다급히 쳤다
제발제발제발제발
다행이 비밀번호가 해금이 되자 문이 열렸다. 그 즉시 나는 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고 나는 문을 닫을려 했다. 그 순간 문은 무언가에 문 저편의 무언가에 잡혔다. 울고 싶었다. 주저앉고 싶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저것이 어디를 잡든 아랑곳 안하고 문을 닫아 잠갔다 그러자 고막이 찢어지듯 그로테스한 비명이 들었다. 고양이와 여자의 비명과 쇳소리가 섞인 소리랄까? 발을 움직이니 물컹한 것이 밟혔다. 그러나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온힘이 빠져나갔다. 바지는 무언가에 젖어있었다. 샤워하고 싶었다. 스피커의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문 저편도 더는 인기척이 없었다. 마음이 놓였다. 나 몸을 돌려 방을 보았다. 그 순간 핸드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 같지만 더는 나 같지 않는 무언가가 비웃듯
... 방이....
칠흑의 장막에 튀어나온 것 같은 수많은 손들이 나를 덮친 것을 마지막으로 나의 시야는 어둠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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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낫에 동아리 회지용으로 쓴 글인데 컴퓨터 뒤지다 발견해서 한 번 올려 봅니다.
단편을 쓰라는 것을 장편을 써버려서 퇴짜 맞아고 새로 썼지만요
참고로 이 기숙사 제 전 대학을 참고하고 만들어서 아마 그 대학 다니는 사람이면 비슷하네 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네요
출처 나의 1T HDD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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