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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음] 게임 형(刑)
게시물ID : panic_87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나틱프릭
추천 : 13
조회수 : 3668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6/04/24 22:06:39
"다음 누구냐?"

옥좌에 앉은 험악하게 생긴 물체는 큰 소리로 외쳤다.
검은 갓을 쓴 사람은 얼굴에 검은 두건을 뒤집어씌운 누군가를 포승줄에 끌고 들어왔다.
끌려온 사람의 옷에는 Murder, Rapist, Arson 등 험악한 단어들이 빨간 글씨로 휘갈기듯 쓰여있었다.
갓을 쓴 사람이 두건을 벗기자 죄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야, 이 새끼 악질이네, 수의에 흰색이 없냐?"
 "......"
 "어떻게 생각해?"
 "글쎄, 저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염라대왕님."

검은 갓을 쓴 남자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내뱉듯 말했다.
염라대왕은 이미 수천 년 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까지 
다양하고 잔인한 자를 본 일이 없었다.
죄인은 배시시 웃었다.

 "웃어?"
 "......"
 "웃어? 그래, 좋다."

염라대왕이 문서에 붓으로 무언가를 휘갈겨 적었다.
비서 쯤으로 보이는 여자 요괴는 그 종이를 보고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입이 찢어지게 웃었다.

 게임 형벌!
 "이히히히히, 너무 잔인하신 것 아닌가요?"

여자 요괴가 새된 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게임 형벌이란게 뭐요?"

죄인은 자신을 인솔하는 저승사자에게 물었다.

 "말 걸지 마라."
 "아니, 거 물어볼 수도 있는 것 아니오?"
 "나도 모르겠다."

그들은 조용히 어떤 문 앞으로 갔다.
문에는 청동 판에 음각으로 새겨진 '게임 형'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안에는 이미 옷이 빨간 글씨로 도배된 여러 죄수들로 거의 만원 상태였다.

 "들어가."
 "네네, 수고합쇼."

문이 굳게 닫혔다.


 "그쪽 많이도 하셨네요."
 "자랑할 거리는 아닌 것 같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렇게 험악한 것들을 다양하게 하신 건지."

서로를 비꼬는 것 같은 말들이 오갔다.
그 중에서도 방금 들어간 죄수 43은 옷에 흰 부분이 거의 없는 최악이었다.

 "근데 도대체 게임 형이란게 뭘까요?"
 "제가 들은 게 있는데..."

'Murder'가 일렬로 열댓 개 정도 적힌 수의를 입은 죄수가 입을 열었다.

 "다음 생에는 어떤 게임의 캐릭터로 환생시키는 그런 벌이라던데요?"
 "꿀 아닙니까?"

아까 죄수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올시다. 운이 좋으면 뭐 엔딩 빨리 보는 게임에 배정되겠죠."
 "엔딩을 보는 것이 목표군요."

43 죄수는 말했다.

 "거 주인이 컨트롤 좀 잘 했으면 하는데요."
 "글쎄요, 당신은 뭐... 어디로 갈 지..."

잠시 정적이 흐르고 벽 너머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안돼! 제발! 거기만은 안 된다고!"

죄수 모두는 소름이 돋았다. 너무나도 생경한 비명소리였다.

 "대체 어떤 게임이 걸렸기에..."
 "모르죠. 리그 오브 레전드라도 갔나?"
 "아아, 43번 들어와라."

굵은 소리의 방송이 들리고 문이 열렸다.
주변 죄수들은 연민의 눈빛을 보냈다.

 "행운을 빌죠."
 "고맙수다. 같은 게임에서 만나죠."

43번 죄수는 자리를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온통 깊이를 알 수 없는 암흑이었다.
사방에서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깊은 곳에서 들렸다.

 "43번인가?"
 "그런데요."
 "불손하군. 나한테 밉보여 좋은 것이 없을 터."

43 죄수는 미소지었다. 

 "많이도 했군. 이 정도면 무간지옥으로 보내버려도 될 터인데 왜 굳이 이런 곳으로..."

여전히 목소리만 들리는 존재가 말하였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래, 이런 게임이 있었군."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게임이라 잘은 모르지만 이전 시리즈의 명성이 자자하지."
 "그런가요?"
 "'그런가요?' 아직까지 여유가 넘치는군. 좋다."

43번 죄수의 눈 앞에 어떤 타이틀이 보여지고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자..잠깐! 이..."
 "닥쳐라."
 "안돼! 나도 이거 안다고!"
 "즐거운 게임 해라. 43번."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느껴질 때 쯤 목소리가 저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그의 주변이 다소 밝아지는 것이 느껴지고 몸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곳은 사방이 막힌 우물 같은 곳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라졌다.
자기 옆에 있는 빛덩이는 은은하게 벽을 비추었다.

 "하..."

43번 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한 이 타이틀의 세계는 죽고싶어도 맘대로 죽을 수도 없는,
완전한 엔딩조차 없는, 그리고 고통스럽고 매우 힘든,
그런 기나긴 여정을 의미하는 곳이었다.

곧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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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게와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예전부터 생각하던 아이디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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