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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박상용/황정환 지식사회부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0년 7월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했습니다. 지자체들의 재정 난맥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던 때라 큰 관심을 끌었죠. 많은 언론들이 관련 보도를 쏟아냈지만 모라토리엄의 실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과 관련한 상품권 깡 문제를 취재하던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은 현지에서 “모라토리엄 자체가 꾸며낸 것”이라는 주장을 많이 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당시 이목을 끌었던 사안인만큼 관련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취재를 했습니다. 의외로 실체는 간단하게 드러났습니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성남시가 주장하는 모라토리엄의 내용은 2014년 1월 모라토리엄 탈출을 공식 선언하며 진행한 이재명 시장의 기자회견문에 나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국토해양부에서 2010년 6월 30일 판교택지개발사업 1단계가 마무리되어 조기정산할 계획임을 통보하였으나, 성남시에서는 공동사업자에게 지불하여야할 정산자금이 5200억원에 이르는데도 특별회계의 가용재원이 681억원에 불과하여 이를 단기간에 상환할 수 없게 되자..(중략) 일반회계로 전입시킨 판교특별회계로 조속히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앞으로 예산편성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촉구하였다’
이것은 2013년 1월 발간된 감사원 ‘지방행정 감사백서’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취임 당시 파탄상황이던 성남시 재정상황과 그 원인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국토해양부에서 판교 사업과 관련된 사업비 정산을 요구했는데 이에 응할 돈이 없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감사원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주장의 진실 여부는 해당 부처에 문의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국토해양부에서 성남판교지구 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한 이야기입니다.
“2010년에 사업비 정산과 관련된 회의를 했지만 1단계 사업비를 조기 정산하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적은 없다. 판교지구는 개발이익이 너무 많다는 여론이 많아 성남시와 LH 등 사업 주체간에 사업비를 어떻게 정산할지 용역을 했는데 당시에는 그것과 관련된 연락을 취했다. 실제 사업비 정산은 올해까지로 예정된 해당 사업이 완전히 마무리된 뒤에 진행된다. 성남시가 구체적으로 얼마를 부담할지도 사업이 끝난 뒤에 계산해봐야 안다. 해당 지구는 사업성이 높아 사업비를 내야할지 아닐지도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개발이익이 많이 나오면 재투자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모라토리엄은 말 그대로 “빚을 갚으라”는 채권자의 요구에 채무자가 응할 수 없을 때 선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담당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성남시에 채무상환 자체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감사원의 ‘지방행정 감사백서’는 어떻게 된 일일까요. 해당 백서를 작성한 감사원 담당자의 답변입니다.
“성남시가 주장한 내용을 인용했을 뿐,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자체를 조사한 적은 없다. 모라토리엄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 것은 사실이니 그것을 인용했을 뿐이다. 때문에 해당 백서의 내용이 모라토리엄의 실체를 증거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인용했다고 그 주장이 맞다는 근거가 될 수 있나. 의미 없다.”
해당 관계자는 자신이 작성한 글이 모라토리엄의 존재를 증거하는 것처럼 사용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습니다. 결국 감사원의 감사 백서는 성남시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 모라토리엄의 존재를 증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근거로 작성한 것으로 감사원은 성남시의 모라토리엄과 관련된 다른 사실관계는 파악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취재팀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지난달 24일 성남시의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답변을 미뤄 4차례 이상 답변 요구를 추가로 한 끝에 21일만인 이달 15일에야 서면 답변이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앞서 언급한 2014년 1월 이재명 시장의 기자회견이 모두였습니다. 성남시에 추가로 문의했지만 모라토리엄이 허구라는 취재 내용에 대해 반박할 주장은 추가로 내놓지 못했습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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