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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난 부쩍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효도? 뭐 별거 있나요?] [그냥 말 잘듣고, 아픈데 없이 잘 보살펴 드리면 그 뿐..]
평생 나 하나 먹여 살리고자 애써 오신 우리 어머니... 평생 고생만 하느라 고장이 났는지 매일 같이 무릎이 아픈 듯 힘겨워 하신다.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욱씬대는 무릎을 부여잡고 버둥버둥...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내가 외면 할 수야 있나? 모처럼 효도 한 번 하려 집 근처 건강원에 들렀다.
“아저씨 노인 분들 무릎엔 뭐가 제일 좋을까요?” “거야 당연히 흑염소지!” “그건 얼마나 하나요?” “왜? 한재 하시게? 뭐 달포는 드셔야 하니까 푹 고아서 약재 좀 넣고 파우치로 만들면... 음 어디보자... 30만원 정도 되겠네? 어떻게... 달여 놓을까?” “30만원이요?”
문득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일 년 전 실직했다는 사실... 아내에겐 이혼 당했고, 실업 급여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다는 사실... 건강도 안 좋아져 재 취업 역시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란 사실...
급히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만 원짜리 몇 장이 전부... 그마저 다 쓰면, 더 이상 돈 나올 구멍도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 딱 그 짝이다.
“조금 더 싼 건 없을까요?” “싼 거? 뭐 있기야 있소만... 고양이는 어떠셔?” “고양이요?” “그려... 이건 비밀인데... 푹 고은 고양이 액기스가 무릎 관절에 그렇게 좋데... 요즘 길 고양이가 많아져서 구하기도 쉽고.. 싸고... 내 그거면 10만원에 해드리지 어때?” “아... 고양이... 고양이가 특효라... 감사합니다.”
깍듯이 인사하고 돌아서는 나를 보며 건강원 사장은 [별 싱거운 놈 다보겠네!] 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허나 상관없다. 10만원이 어디 있나? 집에 가면 큰 솥도 있고, 아직은 가스도 끊기지 않았다.
까만 털이 나부낀다. 약은 정성이란 말이 떠올라 공들여 잘라 내고, 짧은 것은 죄다 면도기로 밀었다. 그 덕에 집 안이 온통 까만 털투성이다. 그래도 뭐 어떤가? 가스렌지 위 커다란 곰 솥... 부글부글... 암 고양이가 끓는다.
“엄마... 일어나 봐요. 오늘도 무릎 아파?”
엄마는 대답 대신 낑낑댄다. 풍이 약간 와서 거동이 불편해지신지 육 개월 째, 가실 때 가시더라도 아픈 건 좀 가라앉히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내 몸이라도 건강했다면... 한 술, 한 술 정성들여 대접하는 효심의 성찬...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입 안에 털어 넣은 뒤, 나는 엄마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같이 죽자 엄마...”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엄마 마음도 편하게 해드리고 아픈 곳도 보살펴주는 거... 그게 효도니까...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나는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안 아프지? 이제 안 아프지? 고양이즙 마시니까 어때? 병이 싹 낫는 거 같아? 그래?” "으...으읏" "엄마 이젠 무릎도 안 아프니까 걔 한테 짜증 좀 내지 마! 누구? 누구긴 누구야 엄마가 늘 입버릇처럼 [재수없는 암코양이 년]이라던, 엄마 며느리지... 이혼했다고 그 새 잊으면 어떻게 해! 그러고 보면 엄마 말은 다 맞네? 엄마 며느리 진짜 재수도 없지... 머리 숱만 드럽게 많아가지고..."
[효도? 뭐 별거 있나요?] [그냥 말 잘듣고, 아픈데 없이 잘 보살펴 드리면 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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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