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욕설을 제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욕설은 그 자체로 화자/타자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다는 것을 외부로 표현하는 도구이니까요.

욕설을 제외한 일반적인 단어의 경우,

상대에게 어떤 단어를 써라마라 강요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특정단어의 경우 단어자체에 이미 가치판단이 들어있어서 듣기가 불편한 경우가 있습니다.

 

몇 개 예를 들어보자면,

 

저는 전라도인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상에서 전라디언이라는 표현을 접하면, 그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제 고향사람들(저포함)에 대한 비하의

뉘앙스때문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 표현을 쓰는 타자들은(화자는 본적이 없습니다. 앞에서 그런 말 내뱉다가는 죽탱이돌아가죠)

그냥 일베려니 하고 생각합니다.

 

군생활할때, 제가 대학교를 다니다가 입대했다는 사실때문에, 선임들은 저를 가방끈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단어를 제앞에서 내뱉은 화자들은

물론 모두 제 고참들이었죠. 가방끈이란 단어에는 너는 공부나 하다가 온 넘이기 때문에 몸쓰는 일이 많은 군대에서 잘 하겠느냐? 하는 비아냥이

담겨있었고, 저는 그런 비아냥을 이겨내기 위해 몸 안아끼고 움직여서 고문관소리까지는 듣지 않았습니다.

 

직장생활할때는 나름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명문대출신이라서, 그 범주에 포함되어 싸잡아 일컬어지는게 싫어서 제가 어느어느대학출신이다.라는

얘기를 입밖에도 꺼내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나를 어떤 범주/틀/프레임에 엮어서 싸잡아 말하는 거 자체를 싫어했다는 결론을 내려도

되겠군요. 그런 말은 대부분 나보다 상급자가 하게 되고 반발심이 들어도 표출할 수가 없으니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남자이고 김씨도 아니므로, 김여사라는 단어에 '여성은 아무래도 남자들보다는 운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라는 비하의 의미가 들어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게 여성들에게 특히 김씨성을 가진 여성들에게 어떤 불쾌감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제 경우에 비추어볼때, 상당한 불쾌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기에 그 단어를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 단어의 의미와 용례를 잘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이 격앙되었을 경우에 누군가를 김여사라고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은

많습니다만, 그 경우는 어디까지나 욕설과 다름없이 사용될 것입니다. "당신같은 사람때문에 김여사란 말이 생긴거야!"라는 식으로 쓸 수도 있겠죠.

 

누군가가 "오늘 도로에서 만난 김여사"라는 게시물을 올렸다고 가정할 때, 저는 거기에 대해 써라마라 할 권리도 의사도 없지만,

여성의 경우..특히 김씨성을 가진 여성의 경우도 그러하다 라는 단정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상대를 하나의 범주/틀/프레임에 가두어 싸잡아 표현하는 경우, 대부분 그 당사자가 그 곳에 없을때에만, 또는 있어도 소수일때만 쓰는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주쓰는 표현중 짱개, 쪽바리, 같은 표현히 그렇죠.

한국에서 한국인들끼리 사용하는 커뮤니티니까 중국인을 짱개라고 표현하고, 일본인을 쪽바리라고 표현하는 거지, 만약,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커뮤니티에서 그런 단어를 남발하게 되면 틀림없이 분쟁의 불씨가 됩니다. 그 단어를 사용했다는거 하나만으로 인격이 매도당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죠.

 

김여사 라는 표현의 경우... 이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비하의 의미가 명확한 이상..

오유라는 커뮤니티에 있는 김씨성을 가진 여성분들의 비율이 어느정도인가에 따라서 그 단어를 사용해도 되느냐 안되느냐가 결정되는게 현실일거

같습니다. 만약 오유가 남초커뮤니티라면 김여사라는 표현을 쓰는데 아무 장애가 없겠죠.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