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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 고단했던 사랑
게시물ID : lovestory_875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10 07:11:3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h_nkv7xYbGI






1.jpg

김사인공휴일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세워 놓고

사내 하나가 가족 사진을 찍는데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 사진 찍는데

아이 하나 들춰 업은 촌스러운 마누라는

생전에 처음 일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이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착 붙어서

학교서 배운 대로 차렷 하고

눈만 떼굴떼굴 숨죽이고 섰는데

저런큰애 곁 다릿발 틈으로

웬 코스모스 하나 비죽이 내다보네

짐을 맡아들고 장모인지 시어머니인지는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티라고

부산도 한데







2.jpg

최문자진달래꽃

 

 

 

괜찮아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이 나를 지나 내 푸른 노트 다 태워 버린 것

가장 찬란한 사랑은 언제나 다 타고 난 가루에서 빛나는 것

한 번의 뜨거움으로 죽도록 꽃은 가루가 되겠지

한 사나흘 비 뿌리는 동안 꽃이 물이 되는 거

그 물이 불을 끄고 돌아서서 다시 푸른 노트가 되는 것

괜찮아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 지르고 돌아서서 진분홍 물이 되는 거

알 수 없는 그 고단했던 사랑

꽃잎 날리는 모든 이별

괜찮아







3.jpg

강연호흔적

 

 

 

비닐 장판이 둥글게 뜯겨 있다

뜯긴 자리가 흉텨마냥 거뭇거뭇하다

거기 오래전에 솥단지나 냄비가

엉덩이를 쓰윽 디밀었었구나

누군가의 속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

털썩 주저앉았었구나

그 자리가 모락모락 치밀어 오른다

뜨겁다







4.jpg

신경림봄의 노래

 

 

 

하늘의 달과 별은

소리내어 노래하지 않는다

들판에 지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의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가쁜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깊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슴에 이는 뽀얀

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5.jpg

송찬호개나리

 

 

 

노랗게 핀 개나리 단지 앞을 지나던

고물장수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른다

아니언제 이렇게 개나리 고물이 많이 폈다냐

 

봄꽃을 누가 가지 하나하나 세어서 파나

그냥 고철 무게로 달아서 넘기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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