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글로 가겠음. (음슴체가 왜 이리 어색한지 모르겠음.)
어제 장시간 운전을 했음. (그래봐야 3시간)
컬투쇼 들으면서 돌아오는데, 왜인지 여동생 내외 (여동생 내외 & 9살, 7살 데빌들) 가 온다기에
불안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음.
일례로 콘센트에 젓가락 두짝 집어 넣은 적도 있고
귀에 면봉 박고 바닥에 다이빙 한 적도 있음.
일례임.
늦은 오후에 가족끼리 간단하게 스파게티랑 떡볶이로 허기를 달랜 상태여서
저녁은 치느님으로 요염하게 마무리하기로 했음.
치느님하면 맥주가 빠질 수 없기에,
여동생 내외와 거나하게 마시고 뻗었음.
내일은 휴일이니까. 왜인지 기분 좋게 뻗을 수 있었음.
가장 중요한 건 아무 일도 안 터져서 기뻤음.
굉장히 편안한 휴일이 될 것만 같았음.
근데 그렇지 않았음.
여기서부터는 아들 시점임. (아들한테 들은 내용임.)
* * * * *
바람이 왜인지 세차게 부는 저녁이었음.
고2 밖에 안 된 내가 왜인지 길거리에 나앉아서 전화를 하고 있었음.
여자친구도 없…… 넘기겠음.
아무튼 전화 할 상대도 없는데,
전화를 하고 있었음.
전화를 하면서도 내 자신이 의아해하고 있었음.
그것도 상대는 40대 중반의 남성이었음.
순간 내 자아 정체성에 혼란이 옴.
난 여자를 좋아하는데.
아무튼지간에,
상대와 나는 연신.
"여보세요? 여보세요?"
를 찾음. 서로 여보도 당신도 아닌데.
뭔가 이상해서 나는 정신을 차려봄.
눈 뜨니 천장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았음.
다 꿈임. 추웠던 건 내가 바닥에 널부러져 자고 있었음.
9살짜리 데빌이 내 침대 빼앗은 게 머리에 남음.
어쨌건, 알고 보니 고종사촌동생 (7살짜리 데빌) 이 누군가하고 전화하고 있었음.
내 꿈 속에서 전화하던 목소리랑 일치했음.
당황해서 전화 끊어버림. 그런데 전화가 계속 옴?
겁나 할 일 없는 사람이네. 하면서 죄송하지만 그냥 계속 씹음.
그런데 전화가 진짜 계속 옴?
그래서 짜증나서 폰을 봤더니 (참고로 할머니 폰이었음)
West River 지구대에서 전화가 오고 있었음.
순간 코난에 빙의함. 머릿속에 번개가 딸깍- 하고 치더니,
그 뒤로 계속 죄송하다, 반복함.
고모랑 나랑 할머니랑 오전 6시 58분에 깨서 죄송합니다, 반복 했음.
심지어 경찰관 집까지 와서 핸드폰 기록 보고 갔음.
근데 문제는 온 경찰관이 되게 훈훈했음.
남자인데도 어깨 딱 벌어진 거랑 잘 생긴 거 보고
오, 장난 아닌데? 싶었음.
아무쪼록, 연휴인데 그렇게 고생해주시는 거 본 것과
자신 일에 열중을 다하시는 거 보고 감동했음.
* * * * *
어떻게 끝내야 될 지 모르겠음.
쓰다 보니 길어짐.
세 줄 요약 해드리고 싶은데 체력 방전임.
착한 오유인이 해주리라 믿고 Adios.
아, 내 여동생이 그 훈남 경찰관 이야기 계속 하는 건 안 비밀.
데빌들 많이 혼난 것도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