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어를 배우는게 좋을까요? 조금 어렵다고 하지만 역시 C일까요?"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접하고 배우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질문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언어와 나중에 자기가 전문으로 사용할 언어의 숙련도는 언뜻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저 역시 컴퓨터 공학으로 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들어왔지요.
C, C++, Java, PHP, C#, Objective C, Javascript, Python, Ruby... 무슨 언어는 이렇게 또 많은지
'만약 잘 못 된 우물을 파고 있는거면 어쩌지? 한 3년 열심히 팠더니 다른 언어가 각광 받으면 난 뻘짓한게 되는건가?'
처음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은 헷갈리고 막연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런 고민을 물어보면 전 대체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고민하지 마시고 재밌어 보이는 걸로 아무거나 골라 하세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저의 지론은 "언어의 숙련도와 개발능력의 상관관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입니다.
물론 한 언어를 아주 능숙하게 다룬다면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한 언어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는 엔지니어 A씨가 좋은 개발자냐고 묻는다면, 이는 항상 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만약 A씨가 좋은 개발자라고 한다면 이는 한 언어를 잘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것이 더 옳습니다.
그럼 어떤 요소가 엔지니어의 퀄리티를 판가름 하는 걸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보자면 모델링 능력과 알고리즘 숙련도일겁니다.
모델링 능력은 굵직한 뼈대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얼마나 구체화 된 수치를 예측하느냐 입니다.
이 서비스를 개발하면 얼마나 많은 유저가 있을까? 트래픽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큰 서버가 필요할까 등등 큰 그림에서 작은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이러한 작업을 specification이라고 합니다.
모델링 능력은 많은 경험+지식과 약간의 직관력에 좌우됩니다.
때문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에서는 인터뷰시에 이런 디자인/직관 문제를 자주 냅니다.
"비행기 예약시스템을 디자인해보세요", "미국 전체에 휴대전화 송신탑이 몇개나 될까요? 이유를 말해보세요"
알고리즘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자료구조들과 그를 이용한 문제 해결능력입니다. 어떻게보면 수학적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스트, 트리, 그래프, 해쉬테이블, 서치, 소트, 최단경로탐색, 등등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지식들이지요.
복잡한 문제가 앞에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시간복잡도와 공간복잡도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질문)
"인터넷 최근 인기 검색어를 구현해봅시다. 최근 24시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검색어 top 10을 출력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세요"
엔지니어라면 문제를 보는 순간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알고리즘이 떠 오를 겁니다.
검색어의 양이 크지 않다면 Insertion과 look-up의 시간복잡도가 O(1)인 해쉬테이블이 이상적이겠지만, 만약 그 검색어 양이 엄청나게 많다면 해쉬테이블의 공간복잡도로는 무리겠지요. 아마도 R-B Tree를 이용한 근사값 추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겁니다.
이러한 모델링능력, 알고리즘 지식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와는 거의 상관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런 지식만 있다면 평생 한 언어만 사용한 사람이더라도 다른 언어로 구현해 내는게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한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 기술 면접을 보면 특정한 케이스가 아니면 대체로 언어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전 현재 운영체제를 만드는 시스템그룹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인터뷰를 볼 때 Python으로 봤습니다.
물론 원래 C를 불편함 없이 다루긴 했고 이력서에 어필하긴 했지만 만약 팀에서 정말 C 언어능력만을 중요시 했다면 제 인터뷰를 C로 요청했겠지요.
전 이런 방향성이 맞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공자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억지로 C를 배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간단한 목표 설정을 하시고 자신이 결과를 볼 수 있을만한 걸 하는게 성취감도 있고 재밌습니다.
예전에 중고생 대상으로 로보트 만들기 캠프를 했는데 그때는 레고 마인드스톰과 iRobot create을 써서 프로그래밍을 가르쳤거든요.
실제로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해서 뭔가 감지하고 움직이는 걸 만든다는게 무척 즐거워 보였습니다.
핸드폰 앱 개발을 해보고 싶으시면, 자신의 전화기 연결해서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보는게 윈도우 까만 윈도우 콘솔에서 스트링이랑 씨름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즐겁고 빨리 배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찍는 Hello World, 자기 전화에 찍히면 더 신기하에에기라도 하잖아요.
자신은 조금 하드코어고 C로 이런걸 해보고 싶으시다면 Arduino/AVR 같은 키트 프로그래밍을 해 보세요.
요즘엔 초보용 키트가 아주 잘 나와서 납땜질 따로 안 하고 빵보드에 조립해서 프로그래밍만 할 수 있는 세트도 많답니다.
언어에 익숙해지시면 언어 자체보다 조금씩 자료구조와 알고리즘들을 공부하세요. 프로젝트도 조금씩 크게 키워 보시구요.
어느정도 자신이 생기시면 github등 오픈프로젝트에 참여하셔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짜는지 구경도 해보시구요.
이렇게 기웃기웃 하면서 일단 어떤 언어라도 어느 정도 발을 붙이시면 확장은 그때부터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때는 자신의 상황에 어떤 언어가 더 나을지 보는 눈도 생기고, 진로도 명확해지며, 새로운 언어에 대한 진입장벽도 훨씬 낮아집니다.
.... 그래도 꼭꼭꼭 배워야 할 한 언어를 추천받으셔야겠다면
전 영어를 추천하렵니다.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