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의 탁월한 오프닝을 담은 글을 읽었는데 밑에 댓글들이 흥미롭습니다. 갑이라는 분이 '와 BBC 대단하다~ 우리나라 공영방송 KBS는 대체 뭐냐...' 뭐 이런 댓글을 달자, 을이라는 분이 'BBC와 KBS는 수신료부터 10배차인데 그런건 감안 안하느냐' 고 했죠. 그러자 병이라는 분은 '어쨌든 KBS 수신료 올리면 나는 반대다. 정권의 나팔수밖에 더 되겠냐' 고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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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기서 논의하고 싶은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과연 '현재 MB 정권의 나팔수로 기능하고 있는 KBS' 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KBS 수신료 인상을 찬성할까요?
사실 KBS 수신료 인상논의는 DJ때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당시엔 IMF 때문에 공론화 과정이 안되었습니다. 그러자 노무현정부의 정연주사장때 다시 수신료 인상론이 거론 되었어요. 정연주사장은 KBS 발전을 호소했고, 그 일부로 수신료 인상안도 거론했습니다. 이때는 조중동이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별 호응이 없었고요.
지금의 KBS 수신료 인상안을 '현재의 KBS는 MB 나팔수라서' 반대하는 분들이라면 그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정연주 사장때 수신료 인상 거론될 당시엔 당신은 찬성은 하셨습니까? 희한하게도 그때에도 여전히 국민여론은 시원찮았단 말이죠.
한가지 밝혀놓고 시작하죠. 저는 KBS 관계자가 아닙니다. 자기 이해득실이 있는 자만이 이런 글을 쓰겠지 - 하고 생각하는 분은 그릇 좀 넓게 가지시고요.
개인적으로 BBC 나 NHK류의 다큐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BBC같은 방송 품질을 내려면 여건상 수신료를 올려야 한단 말이죠. 그것도 만원 올리는게 아니라 십만원 이상을 올려야 BBC의 반정도 되는 수신료가 된단 말입니다. (그냥 차라리 KBS1도 광고달고 민영방송 해라 - 라고 하실 분은 논지를 이해 못하신겁니다.)
결론을 맺자면, 저는 KBS 수신료 인상 반대하는 이들이 현재 KBS의 정치적 편향을 문제삼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런 논리라면 그 사람들은 5년전 정연주 사장의 수신료 인상안때에는 찬성했어야 해요. (물론 저 역시 '현재 KBS의 최시중 따까리 노릇화' 는 당연히 짜증납니다)
그냥 그 사람들은 수신료 10만원씩 인상되는 건 현실적으로 꺼려하면서도 BBC의 다큐 품질이 탁월하다는 점을 국내 공영방송과 비교하며 국내 공영방송에게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제 말은, 속마음이 그럴거면 그냥 BBC에 대해 감탄만 하지 왜 국내방송 기술력을 비교하냐 이거죠.
그 사람들은 마치 축구 선진국의 팬들이 보여주는 축구 열기의 반의 반 정도도 후원할 의향도 없으면서 꼭 월드컵때만 되면, '왜 우리나라 공격수들은 저모양이냐' 고 불평하는 일부 사람들이랑 똑같아요.
이 글은 많은 반대를 먹겠죠. 몇몇 분들은 찬성할거고요. 그렇지만 이 글이 적어도 '이명박 나쁜놈!' 이라는 내용만으로 베스트 가는 글보다는 생산성 있겠죠? 아. 참고로 저는 MB 싫어합니다. 제 글의 논점만 읽어주세요. 제 필력이 허섭쓰레기라서 글이 중구난방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