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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동화 6 –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 해줄 때 고령화 시대
게시물ID : readers_87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헤르타뮐러
추천 : 0
조회수 : 40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8/31 13:30:32
잔혹한 동화 6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 해줄 때 고령화 시대가 찾아온다.
 
   노인은 시에서 전화를 받고 역으로 도착했다. 요즘 시에서 부르지 않은 노인들이 많아 걱정을 했다. 그래도 아직 부르니 다행이었다. 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노인은 계단을 따라 역으로 올라갔다. 역에 올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사람이 적은 새벽이라서 거의 대부분이 직원들만 돌아다녔다. 직원 중 한명이 나를 보고는 다가왔다.
   오늘 시에서 연락 받으셨죠?”
   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직원은 노인을 한번 눈으로 훑어보았다. 노인은 자신의 초라한 몸을 보는 직원의 시선이 부끄러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자동 매표소로 가셔서 여자 직원 보이죠. 그분한테 시에서 왔다가 말하세요.”
  직원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노인은 알았다는 말을 들리지 않게 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걸어갔다. 노인이 도착하기도 전에 여자 직원은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짤랑거리는 꾸러미들 중에 열쇠 하나를 잡고는 기계에 꽂았다. 매표기는 앞부분이 잘려서 반으로 갈라지는 것 같았다. 매표기 안에는 조금만한 자리가 하나 있었다.
   들어가세요. 11시까지 이니까. 되도록 나오시지 마시고요. 화장실이 필요하면 안쪽에 벨 있으니까 호출하세요
  여자는 노인을 보지도 않았다. 마치 매뉴얼에 적힌 대사를 읽듯 말했다. 노인은 말없이 기계 안에 있던 발판을 딛고 올라섰다. 기계 가운데에 몸을 구겨넣고 있었다. 여자 직원은 기계 앞 쪽을 손으로 잡고 닫을 준비를 했다. 노인은 신음 소리와 함께 기계 안쪽에 겨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여자 직원은 기계 앞쪽을 닫았다. 여자 직원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노인은 기계의 어둠 속에서 빛이 보이는 곳을 쳐다보았다. 기계 위쪽의 스크린 불빛이었다. 노인은 전에 들어갔던 자판기보다야 빛이 있어서 나아라는 혼자만의 위로를 위해 말을 중얼거렸다.
   노인은 옆에 노인의 괴로운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주 작게 들렸다. 낑낑거리다 겨우 들어가 기계 문이 닫히기까지. 아직은 손님이 적은 시간이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손님들은 이 광경을 본다면 무심하게 보고 지나가거나 핸드폰으로 찍는 두 가지 경우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면 시에서는 한 동안 노인들을 부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들어오는 지폐를 오른손으로 잡았다. 기계 안쪽으로 끌고 왔다. 오늘로 첫 번째. 노인은 불빛에 지폐를 갖다 대고 얼마인지를 살폈다. 초록색에 04개였다. 노인은 잘 보이지 않는 계기판에 10000원이라고 적었다. 계기판은 입력을 완료했는지 적은 숫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완료 버튼을 찾아 누르자 손님이 기계에서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일을 신속과 정확이라고 해야 할까. 자동화로 이루어지는 기계에서 아주 조금의 실수를 해도 안되었다. 그것은 곧 시에서 연락이 오지 않음을 의미했다. 노인은 첫 번째를 겨우 끝냄도 잠시 몰려드는 손님에 어두운 기계안도 밝게만 느껴졌다 불빛에 의존 하지 않았다. 노인 자체가 이제는 기계처럼 빠르게 손가락을 눌렀다. 노인은 기계 안에 들어가면 자주 느끼던 슬픔이 이제는 점차 지워가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11시가 돼서 셔터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 직원은 열쇠를 꽂아 문을 열었다. 노인은 구부려진 몸을 겨우 빼고 있었다. 여자직원은 빨리 좀 하지 라는 생각을 담아 노인을 봤다.
    수고하셨습니다.”
 여자 직원의 영혼 없는 대답이었다. 여자 직원은 하얀 봉투를 노인에게 내밀었다. 노인은 봉투를 받고 뒷주머니에 반을 접어서 넣었다. 여자직원은 기계를 다시 닫았다.
   여자직원은 옆 기계에 열쇠를 넣었다. 아까 신음소리가 심하던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노인은 가만히 서서 나오는 그를 보았다. 키가 작았지만 살이 있어서 나오기도 힘들어 보였다. 여자는 아까와 비슷한 눈빛으로 그 노인을 봤다. 기계 안에 아직 몸이 끼어 있던 노인이 몸을 비틀어 나오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노인은 점차 표정이 새파래져갔다. 결국 여자작인이 노인의 발을 잡아 끼었던 몸을 뺐다. 여자직원은 봉투를 주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두 노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역사에서 나와 계단으로 내려갔다. 11시 거의 포장마차들도 집으로 가려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디 가서 술도 못 마시겠네.”
  키가 작은 노인이 봉투 안에 돈을 세면서 말했다. 노인도 그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시에서 연락이 올까?”
   “모르겠네, 내일이 와봐야 알지
  두 노인은 침울한 목소리로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내일은 시에서 연락이 오기를. 두 노인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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