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귀국후 바로 가족도 못만나게 하고서는
정작 해단식에서 제대로 한마디도 못하게 하더니,
이젠 휴식도 못취하게 전국체전에 홍보용 출전을 강요하다니...
저러다 피로 회복 못해서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답답합니다.
이상화는 체전 홍보용?, 대한체육회 출전 강요
[매경닷컴 MK스포츠(태릉) 김원익 기자]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소치동계올림픽의 주역들을 체전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고, 이를 동계체전의 홍보용 인물로 선전하고 있다.
이상화(서울시청)와 모태범(대한항공)은 27일 서울 태릉국제빙상장서 열린 95회 동계체전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 일반부에 각각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컨디션 난조로 경기 시작을 불과 40~50분 앞두고 기권의사를 밝혔다. 이상화와 모태범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25일 귀국했다. 단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대회에 출전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던 상황이었다.
↑ 이상화 등의 소치동계올림픽 주역들을 동계체육대회 홍보용으로 이용하려는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의 무리한 행정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이번 동계체전에는 소치올림픽의 주역들이 대다수 출전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을 비롯해 쇼트트랙의 조해리(고양시청), 김아랑(전주제일고), 공상정(유봉여고), 박세영(단국대), 이호석(고양시청), 스피드스케이팅의 김철민(한국체대) 주형준(한국체대), 피겨스케이팅의 박소연(신목고) 김해진(과천고) 등이 나선다.
지난 4년간 신체적, 정신적 사이클을 대회에 맞춰 집중해왔던 터라 이들의 피로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더욱이 메달리스트의 자존심과 성원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어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더욱이 대회를 앞두고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1년 이상 가족들과 제대로 된 만남 조차 가지지 못했던 이들이다. 이들로서는 꿀맛 같은 휴식을 반납하고 출전한 동기부여를 찾기 어려운 대회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해당 선수들의 출전은 자발적이었을까. 여러 관계자들은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 측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선수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압적인 출전이었던 셈이다. 소치 주역 중 대회 출전 불가 의사를 밝힌 선수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심석희(세화여고), 이규혁(서울시청), 이강석(의정부시청) 정도에 불과하다.
경기시작 전 트랙을 가볍게 한 바퀴 돈 이상화는 기권의사를 밝혔고, 모태범은 아예 스케이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상화는 예정대로 28일 열리는 1000m에는 출전하지만 모태범은 대회 자체를 기권했다.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피해갈 수 없다.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많은 팬들이 소치의 주역들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들은 경기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상화와 모태범의 불참 소식을 듣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발걸음을 돌리는 팬들도 상당수였다.
대한체육회는 휴식이 절실했던 선수들의 귀국을 통제해, 일괄적으로 25일 귀국 해단식을 치렀다. 선수들의 경기 종료 시점이 모두 달랐음에도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미 런던 올림픽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던 행사였지만, 대한체육회는 이번에도 꿋꿋하게 일정을 밀어붙였다.
해단식에서도 선수들은 들러리였다. 기자회견 시간조차 채 10분도 잡지 않았고 대한체육회 인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측의 인사가 발언을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중구난방으로 진행된 행사는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고 장시간을 비행한 선수들은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방송연예프로그램 리포터와 자질 미달의 방송 PD등의 몇 가지 질문 이후 주최측은 곧바로 형식적이었던 기자회견을 종료시켰다. 결국 국민들은 소치 주역들의 대회 소감과 마지막 인사조차 듣지 못했다. 귀국 일정부터 대회 출전까지 결국 선수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해당 사건들은 2012 런던올림픽 직후 '박태환 포상금 미지급 사건'의 갈등과 판박이처럼 유사한 면이 있다. 당시 박태환은 400m 자유형 실격 오심 판정 논란과 관련해 정신적, 체력적으로 소진된 상태였다. 조기에 대회를 마친 박태환은 귀국하려 했지만 이를 대한체육회 측이 제재하기도 했다. 귀국 직후에는 수영연맹측이 주최한 대회에 일방적인 출전 통보를 했고, 박태환이 대회에 불참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수영연맹은 이후 박태환에게 올림픽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화는 27일 대회 일반부 스케이팅 1000m에 출전하고 소치동계올림픽 팀추월 은메달리스트 이승훈(대한항공)은 예정대로 오후 2시 남자 5000m 일반부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들의 강행군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소치의 영웅들을 일방적으로 홍보에 이용하려는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의 행정에 씁쓸함이 남는다.
[취재파일] 입도 '벙긋' 못한 선수단..선수가 물로 보이나?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하루 전인 지난 2월22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한국선수단의 밤'행사가 열렸습니다. 소치를 방문 중이던 정홍원 국무총리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몇몇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격려사가 길어지자 한 의원은 "스탠딩 연설은 짧을수록 좋은데..." 라며 중얼거렸다. 쌀쌀한 날씨 속에 서서 연설을 듣고 있던 우리 선수단도 지루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민주당의 모 의원이 연단으로 나가 건배사를 했습니다.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음에는 새누리당의 모 의원이 또 건배사를 했습니다. 의원들의 건배사도 짧지 않았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이상화, 박승희, 심석희 등 금메달리스트와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이규혁 선수가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단 1초도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선수단의 밤'인지 '정치인의 밤'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2월25일 자랑스런 한국선수단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개선했습니다. 해단식 및 귀국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대한체육회장, 한국선수단장, 태릉선수촌장이 연단에 나와 축사, 식사, 답사, 성적보고를 했습니다. 정작 선수 기자회견 시간은 10분에 불과했습니다.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빙속여제' 이상화와 이규혁 선수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전국 동계체전 일정입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한 우리 여자컬링 대표팀은 지난 2월 22일 귀국했습니다. 귀국한 바로 그 다음날에 경북 의성에서 열린 전국 동계체전에 경기도청 대표로 출전해 준준결승과 준결승을 치렀습니다. 2월24일에 벌어진 결승에서는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 누적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북도청에 졌습니다.
이상화 선수는 대회 출전은 물론 다른 일정까지 겹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2월 25일 귀국행사를 마친 이상화는 27일 전국 동계체전 여자 500m에 출전한 뒤 서울시가 주최하는 환영행사에 참가해야 합니다. 그 다음날인 28일에 다시 1,000m에 나간 뒤 바로 대한체육회 시상식에 참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3월1일에는 팀추월에 출전합니다.
'한국선수단의 밤', '한국 선수단 귀국 기자회견'과 전국 동계체전 일정에서 선수를 배려하는 마음은 거의 읽을 수 없습니다. 이제 4년 뒤면 우리가 동계올림픽의 주인이 됩니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숙박, 교통, 경기장 시설, 대회 운영에서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그때까지 빙상, 설상, 썰매 종목 경기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런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의 스포츠문화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 첫 단추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선수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그 시작은 지금부터 당장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