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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와 배신자 프레임
게시물ID : sisa_549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갈바마리
추천 : 2
조회수 : 10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11 15:03:08
출처: 밀갤(http://www.millgall.com/fsboard/fsboard.asp?id=military2&mode=view&idx=272008&srhctgr=author&srhstr=%C0%D5%C8%FE&page=1)
글쓴이: '잇힝'님

주옥같은 글이라서 더 많은 분들 보시라고 퍼옵니다...

일단 손석희 자체에 대한 것은 새로운 정보나 뭐가 없으니 패스하고
손석희의 거취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 할 말이 좀 있습니다.

이 배신자 프레임, 손석희에게만 적용된 것은 아닙니다.
박원순이 참여연대 있다가 아름다운재단으로 갔을때도 외부에 안 알려졌을 뿐 배신자 도장 등판에 꽤 많이 찍혔습니다.
심지어는 일한지 삼년도 안된 꼬꼬마 비린내나는 참여연대 간사가 대놓고 비겁하다는둥 퍼부어댔죠.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시절에도 민주단체협의체들, 환경단체들 그룹에서
박원순과 그의 사업들은 그닥 아름답지 못한 소리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반은 우스개로 시민단체의 삼성이라고들 했죠. 농담이지만 뼈가 있었고 흘겨보는 눈초리였죠.

이 배신자 프레임은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습니다.
특정지역이라 좀 뭐 합니다만 제가 연결된 고리가 광주라 광주를 예로 들자면
80년대 돌 좀 던지고 화염병 좀 던진 사람으로 지금도 한 잔 빨면 오월의 노래를 불러야 하고
노래방에 가면 광야에서를 꼭 불러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 치들이 (저는 이 사람들이라고 안 합니다) 손에 들고다니는 도장에 주로 새겨진 문구가 배신자 입니다.
노래야 무슨 죄 입니까, 그리고 그 시절 그 기억과 추억은 죄가 없지요.
술 안취했을때는 졸라 존중해마지 않는 옛동지입니다만
혈관속에 알콜이 적정량 순환하기 시작하면 트로트를 재즈풍으로 보사노바풍으로 락으로 편곡했을 뿐인
예의 배신자 도장찍기가 튀어나옵니다.

뭐 구질구질하지만 요약해보면 자기들은 졸라 광주정신을 지키고 민중과 함께 개고생하며 바닥을 기었는데
니들(녭, 출향인사들이자 새로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서울가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고
꿀빨고 살면서 민중과 광주를 등진 배신자들일 뿐이다 뭐 이런거죠.

고립감과 외로움, 그리고 패배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ㅅㅂ놈들이지요. 

지들이 젖병진들이고 갖잖은 엘리트의식에 선민주의에 빠져 사느라 세상에서 동떨어져 버린째
80년대로 유체이탈해서 사는 주제에 뭐라도 하나 현실을 바꾸겠다고 시궁창에 들어가서
온 몸에 구정물 뒤집어 쓴 생을 손가락질 하는 겁니다.  

모나지 않게 살아야 겠다, 남을 함부로 심판질 하지 않고 살아야한다고 니도 젖도 아니다를 매일 아침마다
염불처럼 외우고 살지만 제가 대놓고 칼을 뽑는 인간유형들이 논두렁에서 훈계하는 씹선비들입니다.

논에 피가 많으면 발벗고 옷 걷어부치고 논에 들어가서 뽑아야 합니다.
거머리에게 빨리고 논흙에 뻘탕 얼굴에 튀기고 질긴 피 뿌리와 씨름해야 합니다.
하얀 모시두루마기 따윈 언감생심이고 땅강아지 되고 볕에 그슬린 시커먼 두더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다 벼나 몇 개 부러뜨리면 욕은 욕대로 배터지게 얻어먹어야 하지요.
그것이 농부와 머슴이 사는 방식입니다.
그것이 벼를 거두고 쌀을 만들어 밥을 먹는 방식입니다.

물 안튀기는 논두렁을 샤방샤방 일산쓰고 거닐면서 저 논에 피가 많네, 김서방 지나간 자리는 벼가 부러졌네
손목에 힘을 다부지게 주고 쓱쓱 바닥을 긁어야 하네, 왜 일하는 놈이 허리를 세우고 섰네 식으로
풀먹인 모시두루마기 소매자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아가리파이팅 하는 종자는 지주나 마름이 하는 짓이죠.

민중을 이야기 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평생토록 입에 달고 사는 자들 중에는
자신이 논바닥에 들어가 박박기고 온 몸에 흙탕칠을 해야하는 머슴이거나 농부라고 마빡에 문패를 걸어두고는
실상은 논두렁에서 악이나 쓰는 지주와 마름으로 사는 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분주히 논두렁을 쏘다니며 입으로 떠드는것이 큰 일이나 되는듯 새참 먹을때는 상석을 주지 않는다 골내고
추수때는 제 몫의 낫가리가 볏단이 빈다고 목청을 높힙니다.

저는 대놓고 피를 빠는 지주와 마름보다 이 치들이 더 싫습니다.
지주와 마름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그 추악함과 탐욕을 바보가 아니면 곧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두렁의 사기꾼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감춥니다. 그리고 그 위선을 숨기려고 당장 해야할 피뽑기와 똥거름 주는 사람을 
손가락질 하고 코를 싸매며 외면하고 비웃으면서 말끔하게 빈 논이 깨끗하다고  풍년가만 불러댑니다. 

배신자를 지목하고 원칙을 말로 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논에 솟은 피를 손가락질 하고 더러워진 마루를 지적질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온 몸에 흙칠갑하며 논에 들어가 피를 뽑아 내는 일이고
하얗게 빤 걸레를 시커멓게 더럽히며 걸레질을 하는 일 입니다.

저는 손석희가 삶고 햇빛에 말린 후 패브릭스 뿌린 향기나는 수건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석희는 더러워진 마루에 들어가서 스스로 시커먼 때를 묻히고 있는 걸레라 생각합니다.
그 걸레가 더러워지는 만큼 마루가 조금은 깨끗해 진다고 생각합니다.

참 거지같은 나라에서 배우고 산다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 깨꿋하게 광나고 티끌 하나 없는 마루에서 차 한잔 마시며 사는 삶을
꿈꾸는 것은 엄청난 욕심이며 사치이고 스스로 배운 바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가 아직 더럽고 문제가 많다면 배운 자들이 선택할 삶은 잘해도 걸레의 삶입니다.

목욕탕 수납대에 깨끗한 수건이고 싶다면 더러운 마루를 누군가에게 걸레질 시킬 지주가 되어야지
민중이라든가 더불어 사는 삶같은 것을 입에 올리면 안됩니다.

누군들 냄새나고 지저분한 걸레로 살고 싶겠습겠니까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어른이고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배운 자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와 싸우겠노라면서 무슨 최영장군 빠순이들 처럼 공동체자본 만드는 것은 죄악으로 단죄하고
자신의 밥과 욕망조차 정직하게 보지 못하는 자들이 이단심판관으로 배신자 인장을 휘둘러대는 탓에
이 나라의 자칭 진보가 힘이 약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박원순을 인정하고 손석희를 인정하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더러운 시궁창으로 걸어들어 갔기에 존경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신이 아니기에 때가 묻고 더러워 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렇게 때에 절은 걸레가 되더라도
저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겠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더러워진 만큼은 세상을 닦아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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