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 전 친구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는 저랑 동갑. 이제 스무 살인데요.
친구가 많이 늦둥이라 친구가 태어날때 아버지는 이미 쉰을 넘기신 나이셨대요.
거기다 지병까지 있으셔서 항상 "저 놈 장가갈 돈은 만들어놓고 가야되는데.."를 버릇처럼 말하곤 하셨답니다.
돌아가시기 전 세달 전부터 앓고 계시던 지병이 심해지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입원하시면서부터 자꾸 헛것이 보인다고 하셨대요.
병원 문에 달린 창문 너머로 뭐가 아른거린다면서 열어주라고 들어오라고 하라고.
그럼 어머니께서는 이 양반 또 헛소리한다고 어딜가려고 하냐면서 우시고.
그러다 돌아가시기 몇 시간 전에는 쇠약해지셔서 말도 제대로 못하시던 분이 간병인분한테 아들 딸 부인 다 보고 싶다면서 다 불러달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불러드렸더니 하나 하나 손 잡아주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시길래 아빠 왜그러냐 그러지 말라고 오늘 갈 사람처럼 그러지 말라고 다들 그랬대요.
그러면서 또 친구 손을 잡더니 "너 장가가는 것은 내가 꼭 보마."하시고는 졸립다고 누우셨대요.
뭔가 이상해서 친구네 가족들이 다같이 병원에서 자기로 하고 다들 자는데 다음 날 아침에 자는 듯이 돌아가셨대요. 편하게.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듣고 느낀 건 제 명에 가는 사람은 언젠가 자기가 죽을 때를 아는구나라는 거에요.
저희 외할아버지 할머니도 이렇게 하셨거든요.
전 어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는데요.
제 명에 가는 사람은 언젠가 자기가 죽을 때를 안다.
항상 할머니가 누구 돌아가시면 하시던 말씀이셨어요.
저희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전 날
저희 할머니가 고혈압이랑 관절염 중풍 등등 앓고 계신 병들이 많아서 약을 좀 많이 드셨어요. 그리고 몸도 좀 비대하셨구요.
그래서 목욕은 항상 엄마가 시켜드렸는데 엄마가 힘들어한다고 하기 싫어하셨어요.
그런데 그 날은 할머니가 엄마한테 먼저 깨끗이 씼고 싶다고 하셔서 엄마가 힘든 것 같아서 저랑 엄마랑 같이 할머니 목욕시켜드리고 새로 빤 옷도 입혀드렸어요.
그리고 거동이 불편하시고 약때문에 밤에 화장실에 꼭 가셔야해서 밤에 화장실 갈땐 종(핸드벨?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것.) 같은 걸 쳐서 엄마를 꼭 부르셔서 엄마가 도와드리
곤 했는데
그 날은 밤새 종소리가 안들리는 거에요. 그래서 새벽에 깬 엄마가 이상하다 싶어서 방에 들어가봤더니
항상 새벽에 기도하실 때 끼시던 묵주 손에 끼시고 몸 단장 다 하신 채로 누워서 그렇게 편하게 가셨어요.
또, 할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눈이 한쪽이 거의 실명 상태이시고 한쪽도 시력이 많이 안좋으시고 귀도 안좋으셔서 어디 가실땐 제가 항상 같이 가드렸는데.
그 날 제가 잠깐 뭐 사러 나간 사이에 사라지셔서 온동네를 뒤지고 다녔는데 집에 와보니까 그냥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어디 가계셨냐고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했더니 아무 말씀 안하시길래 그냥 한숨만 쉬고 말았는데.
그 다음날 돌아가시고 알아보니까 그 날 나가신게 제 앞으로 그동안 눈이랑 귀때문에 받고 계셨던 보조금이랑 연금 모아서 적금을 놓으셨는데 그거 해지하려고 나가셨다고.
명목은 저 나중에 대학가면 등록금하라고.
전 그 말 듣고 펑펑 울었죠. 할아버지 귀 때문에 답답하고 해서 잘들리게 크게 말한답시고 소리도 지르고 했거든요.
참 못났죠.
지금 생각해도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그래서 저는
제 명에 갈 사람은 언젠가 자기가 죽을 때를 안다.
이 말을 믿습니다.
다들 자신에게 소중한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