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게시물ID : lovestory_877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04 09:08:5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OIAgODOSFNs






1.jpg

최문자서부역

 

 

 

옛날에는 동쪽에서 그를 기다렸다

난해한 책을 끼고 그가 내려오던 계단을 향해 서있었다

지금은 세상 전부가 서부

없어진 방향이 그리웠다

사랑의 절반은 반대 방향에서 기다리는 것

자작나무 숲길을 끝까지 걸어가도 못 만나는 것

피고도 남은 꽃 위 바람 어디쯤

한 번도 태우지 못한 생풀 타는 연기 오른다

매워서 잡지도 놓지도 못하고

눈물로 쓰라렸던 얼굴

지금은 서부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2.jpg

고정희객지

 

 

 

어머님과 호박국이 그리운 날이면

버릇처럼 한 선배님을 찾아가곤 했었지

 

기름기 없고 푸석한 내 몰골이

그 집의 유리창에 어른대곤 했는데

예쁘지 못한 나는

이쁘게 단장된 그분의 방에 앉아

거실과 부엌과 이층과 대문 쪽으로

분주하게 오가는 그분의 옆얼굴을 훔쳐보거나

가끔 복도에 낭낭하게 울리는

그 가족들의 윤기 흐르는 웃음소리

유독 굳건한 혈연으로 뭉쳐진 듯한

그 가족들의 아름다움에 밀려

초라하게 풀이 죽곤 했는데

 

그분이 배려해 준

영양분 가득한 밥상을 대하면서

속으로 가만가만 젖곤 했는데

파출부도 돌아간 후에

그 집의 대문을 쾅닫고 언덕으로 내려올 땐

이유없이 쏟아지던 눈물

 

혼자서 건너는 융융한 삼십대







3.jpg

이승하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네 피고름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연이어 피어난다

네 가족 피눈물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진한 향기를 퍼뜨린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말인가

그 자리에서 네가 아픔 참고 있었기에

산 것들 저렇듯 낱낱이

진저리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4.jpg

장석남옥수수밭의 살림

 

 

 

옥수수밭에 와 살고부터

나는 지금 옥수수밭에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옥수수밭의 수런거림과 두근거리는 살림을 살피고부터

나도 저 옥수수밭의 살림이구나 생각했다

폭풍우가 검은 스크럼으로 덮치는 여름밤

조용히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그리고

사랑이 없던 때도 생각했다

 

이 옥수수밭을 떠나 살고부터

이 옥수수밭을 생각할 것이다

그때는 옥수수밭 사이로 반딧불이들도 날을 것이다

허밍처럼 눈시울 속을 날을 것이다






5.jpg

김나영이사

 

 

 

이 남자다 싶어서

나 이 남자 안에 깃들어 살

방 한 칸만 있으면 됐지 싶어서

당신 안에 아내 되어 살았는데

이십 년 전 나는

당신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나 당신 밖에 있네

옛 맹세는 헌 런닝구처럼 바래어져 가고

사랑도 맹세도 뱀허물처럼 쏙 빠져나간 자리

25평도 아니야

32평도 아니야

사네

못 사네

내 마음의 공허가

하루에도 수십 번 이삿짐을 쌌다 풀었다 하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