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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를 꽃 피우다
게시물ID : lovestory_877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07 09:36:4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QjCl_7jJZBo






1.jpg

김은령매화나무 바깥에 서다

 

 

 

골짜기까지 휩쓸고 간 태풍 나비에게

굵은 가지 하나를 잃고서도

고요고요하던 묘적암 매화나무

찢겨나간 가지의 아픈 자리와

가지를 빼앗긴 몸통의 슬픈 경계에

꽃을 피웠습니다

매향(梅香피웠던 가지의 기억 같은 거

가지가 있던 자리의 휑한 통증 같은 거

다 내려놓았다는 것이지요

봄보다 먼저 꽃이 와서

온몸의 숨구멍이 전부 곷 피는 자리인

저 매화나무의 말인즉슨

상처도 고요를 지녀야 꽃이 된다는 것인데

빼앗긴 자리와 찢긴 통증 위에

여전히 광풍이 몰아치는 여기는

아직도 고요의 바깥입니다







2.jpg

장이엽삐뚤어질 테다

 

 

 

나는 늘 한쪽으로 기울여져 있었다

 

한때는 오줌싸개여서

한때는 아버지가 목수여서

한때는 키가 작아서 자만할 수 없었다

한때는 마른 얼굴의 광대뼈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돌리기도 하였다

좋은 것 아홉 가지를 합해도

모자라는 하나를 당할 재간이 없었던 그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기 시작한 그때부터

나는 기울여졌을 것이다

 

기울어진 내가 비탈에 선 나무가 되려 한다

 

비대칭의 균형을 선택하기로 한 나무

삐뚤어지게 앉아 바람길 열어주고

삐뚤어지게 엎드려 진달래 뿌리와 손가락 걸고

삐뚤어지게 누워 잎사귀 흔들면

구석구석 골고루 햇빛 비쳐들 터이다

잔가지 사이사이로 주먹별이 내려올 터이다

모난 돌이 돌탑을 받쳐주듯

나를 고여 주는 삐뚤어진 생각의 작대기 두드리며

삐뚤어지게 뛰어가 시를 부르고

삐뚤어지게 서서 밀어줄테다







3.jpg

이광덕황혼(黃昏)

 

 

 

황혼 뒤에 작은 달은 떨어지고

푸득푸득 새는 날아 산 빛 속에 숨어든다

대청 앞의 늙은 파수꾼은 휘늘어진 나무

성곽 넘어 고매한 어른은 우뚝 높은 산

경박한 세상이라 뼈만 앙상한 몸을 멀리하고

흐르는 세월은 젊은 얼굴을 앗아간다

나는 너와 은총과 원한을 다투지 않건만

무슨 일로 벌레처럼 헐뜯으려 덤비는가







4.jpg

이상인나를 꽃 피우다

 

 

 

올해는 매화꽃 피어나는 소리

꼭 들어봐야겠네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그 어디선가 매화봉오리 움트는 소리

부지런히 물을 빨아 먹고

겨우내 거칠어진 맨살을 쓰다듬고 부풀려

향기로운 꽃송이 터뜨리는 소리

 

나도 어둔 세상살이 속으로

별빛 투명한 사닥다리 타고 내려가

맘껏 퍼 올린 사랑 한 됫박

벌컥벌컥 마시고

나머지는 온몸에 끼얹고 서서

쩌억 쩍 살 찢으며

내 몸에서 꽃 피어나는 소리

정녕 놓치지 않고 들어봐야겠네

새 나이테에 감아 두어야겠네







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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