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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hil_9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UnknownVodka
추천 : 0
조회수 : 6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12 12:38:30
제 생각에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갔었습니다. 집안에 식솔들이 많지 않아 좋은 점이 있다면 전 뒤집기나 밤 까기, 도라지 다듬기, 같은 부엌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가문의 특징인지는 몰라도 남자들이 적게 태어나고 정말 길게 살거나 일찍 죽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인터넷이나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명절 스트레스가 이해되지 않고는 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요번에도 어김없이 명절이 오니 인터넷에서는 금초하다 죽네 마네, 전 부치다가 이혼 할 뻔 했네, 시집을 가네 마네, 장가를 가라 마라, 애나 낳지 개는 왜 키우고 지랄이네, 취업을 하네 못하네, 등등등 온갖 혼란스러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약간 다릅니다. 이게 무관심인지 아니면 자유주의 인지는 아직도 구별이 가지 않지만 저의 집안은 인터넷에서 흔이 일어나는 저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천주교 신자, 고모들은 무교, 아버지는 유교, 할머니는 불교, 작은 어머니는 개신교 신자입니다. 그러면 일단 명절 같은 경우에는 일단 모입니다. 모이면 먹을게 필요하니까 전을 만들고 제사를 지냅니다. 이때 절하고 싶은 사람은 절하고 절하기 싫은 사람은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가 개신교 신가였기 때문에 기도도 합니다. 제사가 끝나면 더 있고 싶으면 더 있고 가고 싶으면 갑니다. 남자들은 예초기 짊어지고 산을 올라갑니다. 멀리 살아서 오기 번거로운 식구는 안 와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피곤하면 휴일에 쉬는 것이 당연합니다. 집안에 시집을 안간 고모들이 다섯 명 중 3명입니다. 시집가라고 하긴 하지만 보통은 금초 하는 것이 힘드니까 어디서 아무나 잡아오라는 어투로 이야기 합니다. 더 이상의 노동력 확보가 힘들면 앞으로는 전부 납골당 행이라고 올해 결론이 나서 더 이상은 이런 농담 반 진담 반의 가면 쓴 협박이 통하지 않습니다. 서로 아주 최소한의 할 것 만하면 그 이상은 어떤 간섭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를 듣다보면 집안이 그저 서로에게 무관심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가 알아서 혀 야지, 그런거까지 신경을 왜 써? 할머님의 명언입니다. 모든 대화의 결론을 한방에 날려 버리는 이 문장이 생각하기 귀찮다 라는 뜻 인지 아니면 그 너머인지 헷갈립니다. 편해서 좋기는 하지만 주변사람들이 모두 힘들게 명절을 지내는 것 같아 뭔가 찝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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