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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바짝 붙어서다
게시물ID : lovestory_877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10 09:03:0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McbEAclj_4






1.jpg

김사인바짝 붙어서다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벽에 바짝 붙어 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저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밤에 그 방에 켜질 헌 삼성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싱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서있을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방 한 구석 힘주어 꼭 짜놓은 걸레를 생각하면








2.jpg

이기철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햇빚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가꾼 삶이 진흙이 되기에는

저녁놀이 너무 아름답다

매만져 고통이 반짝이는 날은

손수건만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널고

덕석 편 자리만큼 희망도 펴 놓는다

 

바람 부는 날은 내 하루도 숨가빠

꿈 혼자 나부끼는 이 쓸쓸함

풀뿌리가 다칠까봐 흙도 골라 딛는

이 고요함

 

어느 날 내 눈물 따뜻해지는 날 오면

나는 내 일생 써온 말씨로 편지를 쓰고

이름 부르면 어디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

만나러 가리라

 

써도써도 미진한 시처럼

가도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

풀잎만이 꿈의 빛깔임을 깨닫는 저녁

산그늘에 고요히 마음 베인다







3.jpg

문태준사과밭에서

 

 

 

가을 수도사들의 붉고 고운 입술

사과를 보고 있으니

퇴원하고 싶다

문득 이 병원에서 퇴원하고 싶다

상한 정신을 환자복과 함께 하얀 침대위에 곱게 개켜놓고서







4.jpg

이해인수평선을 바라보며

 

 

 

당신은

늘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과 같습니다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다

잠시 눈을 들면

환히 펼쳐지는 기쁨

 

가는 곳마다

당신이 계셨지요

눈 감아도 보였지요

 

한결같은 고요함과

깨끗함으로

먼 데서도 나를 감싸주던

 

그 푸른 선은

나를 살게 하는 힘

 

목숨 걸고

당신을 사랑하길

정말 잘했습니다







5.jpg

변영숙후회

 

 

 

봄비처럼 살고 싶었는데

 

내 오지랖만 우선으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처신도

나누는 베풂도 소원한 채

오로지

사는 것에만 골몰하다가

삭은 백발에야 늦철 들어

봉두난발 가슴 치는 후회들

 

늦으나마 서둘러

간이역 같은 묵은 정()들 두루 찾아가

붉은팥 고사떡 돌리듯

알곡 같은 내 진심 한 줌씩

갚다가 못다 갚는 고마움은

내세(來世), 내 귀한 업으로 안고 갈까

그러면 될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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