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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째 옷을 훔쳐 갔던 아주머니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28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총잡이
추천 : 15
조회수 : 104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1/16 18:54:12
(제목이 부적절하여 수정하였습니다. 읽으신 분들 다시 들어 오셨다면 죄송) 

몇 달 전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을 나와 걷고 있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바쁜 발걸음으로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늘상 그렇듯이 여러가지 물품을 팔고 계시던 노점 아주머니,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김밥아주머니, 여성복을 갖다 놓고 파시는 아주머니, 트럭에 과일을 가득 싣고와서 파시는 아저씨 등

평온한 오전 출근시간대의 풍경은 단속반이 뜨면서 180도 바뀌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조직폭력배들인가 했습니다. 김밥이며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뺏어가 버리더 군요. 아까운 물건들이 내 팽개쳐지고 빼앗기고.. 

마침내 옷을 팔고 계시던 노점상 젊은 아주머니까지 그들이 다가왔습니다. 서둘러 옷가지를 정리하려 하지만 그러기엔 옷가지가 너무 많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아주머니. 뭔가 어려운 사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물건을 팔고 계셨을 텐데 그 분은 이런 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초보였나 봅니다. 그냥 안절부절 못하고만 계시는 거에요. 그 때 단속반들이 쓰레기 치우듯 옷을 뺏어가려하자 그 때서야 애원하며 울먹이시는 아주머니. 

그런 아주머니의 물건을 가져가는 단속반이 미웠습니다. 사회를 더욱 살기 좋게 만들려고 만든 법, 그리고 그 법의 엄격한 시행에 대해 뭐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 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 단속반 아저씨들이 미웠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러나 더 분노하게 만들었던 건 그 와중에 옷을 슬그머니 집어 가시는 아주머니가 있었다는 겁니다. 옷을 가져 가는 단속반에 매달려 애원하며 사정하는 사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한두개도 아니고 안아름씩 옷을 집어 가버리는 겁니다. 어!! 어!! 이런 개같은 *. 세상에! 양심은 있는거야. 정말 욕이라도 한바가지 퍼부어 주고 싶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있는 욕 없는 욕 다 하면서 인간에 대한 역겨움과 실망으로 부르르 떨었습니다. 

단속반은 떠나고 거리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거랑 안가져 가고 남아 있는 옷가지를 정리하는 그 노점 아주머니를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행히 옷을 몽땅 가져가 버리지는 않았네요. 베품에 인색한 나 이지만 남자 옷이었으면 하나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여자 옷이니 사기도 그렇고... 돈이라도 조금 쥐어 드리고 갈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데 옷걸이째 옷을 훔쳐 갔던 아주머니가 다시 돌아 오는 겁니다. 그리고는 머라머라 하면서 아주머니를 위로하고는 옷을 되돌려 주고서 갈길을 가시더군요. 

그분은 옷을 훔쳐 간게 아니라 아주머니를 도와주려고 가능한 많은 옷을 챙겨서 멀리 가 계시다가 다시 온 거였습니다. 

늘 세상의 오해는 이렇게 생기는 거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꼈던 수많은 분노와 비난과 미워하던 마음에 대해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혹시 지나온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중에 이런 경우는 없었을까 하구요. 
칭찬받아 마땅한 일에 비난을 퍼붓는 건 아닌지. 
고마워 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분노로 답했던 건 아닌지. 
사랑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가혹하게 미움으로 되돌려 준 건 아닌지하고...



미안해요. 아주머니. 
그 때 제가 미워했던 마음만큼 올해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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