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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트레이너의 포켓몬 트레이닝 일지
게시물ID : pokemongo_8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야기꾼
추천 : 7
조회수 : 67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2/16 10:56:10
아래 기록은 어떤 아재의 포켓몬 트레닝 일지입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문득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올려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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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명시에 산다.
본래 성북구 북한산 아래 살지만, 프리랜스 예술강사로 살면서 작업실만 옮겼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1월 24일 포켓몬 GO 한국 오픈이 되자마자 나는 방금 전역한 군인이 된 기분이었다.
뭐든 할 수 있는 그 충만하고 불끈 솟아오르는 기운 때문에 하고 있던 일도 때려치고 바로 어플을 받았다.
그리고 집에서 크릉 캬아아! 하는 파이리를 보고 가슴이 벅찼다.

문득 중학생 때로 돌아간다.
필자의 나이는 서른 둘이다. 
중학교1 학년 때 처음 포켓몬 1세대 애니메이션과 포켓몬 적/녹 광풍이 불었던 세대다.
포켓몬이 너무 좋아서 151마리 1세대 포켓몬 이름을 전부다 외우고
포켓몬 빵을 하루에 세 개씩 쳐묵쳐묵 하면서 스티커를 모았던 그런 세대다.
그런 내 눈 앞에 지금 파이리가 전열기 앞에서 크아앙! 하고 있었다.
첫번째 파이리는 잡아다가 전열기라고 이름 붙이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

pj.jpg

1레벨 트레이너가 잡아서 CP는 비루하다.
그래도 귀여운 내 전열기찡ㅎㅎ

전열기를 잡자 마자 하던 일도 때려치고 파카를 입었다.
밖으로 나서자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광명에서도 재개발 구역에 속한다.
즉 비루하기 짝이 없는 골목이다.
다 무너져가는 시멘트 벽돌길과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도로 사이사이에는 불법주차된 차들이 한 가득이다.
이 황량한 곳에 작은 전자 생명들이 뛰어다닌다.
뚜벅초를 잡고, 이브이를 잡고, 발챙이를 잡으며 마냥 즐거웠다.
지금은 다 박사님네 실험실로 끌려갔지만....

뭐 어쨌든,
도감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 너무나 미칠듯 즐거웠다.
처음에는 포켓스탑이 그렇게 중요한지도 몰랐다.
그냥 포켓몬을 하나하나 잡아다 수집하는 것이 즐거웠다.
나름 잡으면 이름 지어주는 재미도 쏠쏠했다.

'골목길 뚜벅초' '삼거리 이브이' '교회앞 뿔충이' '슈퍼 앞 발챙이' '맨홀 위 뿔카노'
지금은 박사님네 실험실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다.

그때는 IV니 IV Go니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냥 마냥 스탑이 떠있는 것을 보고 걸었고
체육관에는 생각없이 덤벼들었다가 '레벨 5나 찍고 오시지'하는 핀잔이나 들었다.
물론 지금은 꽤 많이 컸다.

KakaoTalk_20170216_103650110.jpg

망나뇽도 데리고 다니고....


KakaoTalk_20170216_103650203.jpg

어느새 140km를 넘게 걸었다.
이렇게 평상시에 살면 부자가 될 거다. (그럴 리가 없다)

게임을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나...
IV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App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IV GO를 받고, 한 일주일 정도 IV를 따지면서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개체값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처음 깨달은 건 10km알을 처음 깨자마자 만난 아래 친구 덕분이다.

KakaoTalk_20170216_104620031.jpg


처음 라프라스가 알에서 나왔을 때 너무 기뻐서 소리까지 질렀다.
그리고 자연스레 IV GO를 켜고 개체값을 보니 B가 뜨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순간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밀려들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그날 IV Go를 지웠다. 
그리고 그동안 모았던 별의모래를 몽땅 부어서 라프라스의 레벨을 올려주었다.
아이들의 이름들도 하나하나 다시 바꾸어주었다.

KakaoTalk_20170216_105229573.jpg


지금 포켓몬 GO 관련으로 쓰는 거라고는 서울 포켓몬 지도 정도다.
그래 서울 포켓몬지도...
이 망할 지도 덕분에 지난 3일동안 친구와 북한산을 밤마다 헤맨걸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나머지는 일 좀 하다 와서 더 추가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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