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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고 지쳐요..
게시물ID : gomin_878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RkZ
추천 : 3
조회수 : 20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0/24 00:09:42
더 힘든사람도 많으셔서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요즘 너무 힘들고 지칩니다 ㅜ
 
일단, 저는 기간제 교사에요.
 
다른 선생님들과의 관계나 업무때문에 지친 것도 없잖아 있지만, 요즘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학생들입니다...
 
올해 8월 대학교를 졸업하던 날에 바로 기간제를 시작했습니다.
 
하나 밝히고 가자면, 저는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11살 때 부터 교사의 꿈을 품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학창시절에 장래희망을 쓰라고 하면 그 때 부터 한번도 변한 적 없이 '선생님'을 적어 냈던 것 같아요.
 
장장 15년간 품어 왔던 꿈을, 비록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정교사로 오른 교단은 아니었지만, 이루었다는 생각에
 
정말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왜 그런거 있잖아요. 오랜 염원이 이루어 졌을 때, 특히 직업을 갖는 일에 있어서 다짐이라던가, 비전이라던가
 
저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친구같은 교사, 절대로 억압하지 않는 교사, 잘 들어주는 교사' 였습니다.
 
 
솔직히 아이들을 수업시간 외에 보면 그렇게 이쁘고 천사같을 수가 없어요. 나이차이는 10살 내지 12살 차이밖에 안나지만
 
뭐랄까, 제가 수업 들어가는 120명의 학생들이 다 딸내미 같아요.
 
수업시간만 아니면 항상 예의바르고 착한 모습만 보여줘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몇몇 학생은 그냥 제 이름만 부르기도 하고, 저한테 하는건 아니지만 (간혹 저한테 하기도 합니다 뒤에서 들리게) 욕설을 그렇게 하고...
 
그래도 그냥 이뻐요. 그러면 안된다고 말해주고 그냥 허허허 하면서 넘겨요. 화가 전혀 나질 않거든요.
 
그런데 수업만 들어가면 아이들이 그렇게 다 악마로 변합니다.
 
물론, 제가 1~3학년 영어 최하반만 들어가기때문에, 수업하는데 있어 힘든건 당연하긴 한데,
 
문제는 말을 그렇게 안듣습니다. ㅜ
 
확언하건대, 저는 지난 2달여간 학생들을 대하면서 진심으로 화낸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솔직히 속으로는 엄청 화가 나요. 예의없는 행동, 욕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 지시를 따르지 않는 행동...
 
한 시간 수업 45분동안 속으로는 열번이라도 소리를 질러댑니다만, 막상 '아... 화를 한번 내야되나' 싶어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차마 화를 낼 수가 없거든요.
 
 
위에서 진심으로 화낸적이 없다고 썼는데,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소리지른적도 한번도 없고, 화내는 모습을 보인적도 없습니다.
 
그저 짐짓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표정으로 진지한 얘기를 몇번 한 것 뿐이에요.
 
 
기간제 계약을 하고 학교에 출근하면서, 교감선생님이나 다른 동료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기를
 
아이들은 초반에 확 휘어잡아 놓아야 한다. 그래야 선생님이(제가) 편할것이다.
 
잘해준다고 잘 따라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어오른다 등등...
 
하지만 저는 기대감과 저의 다짐이 너무도 확고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선생님들을 속으로 좋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잘 해줘봐야 얼마나 잘해줬다고, 저렇게 아이들을 기선제압 시키라는 소리만 할까.
 
역시 교사들이 괜히 욕을 먹는게 아니구나 등등..
 
그런데 이제와서는 제 신념따위는 온데간데 없고, 그런 말을 해 줬던 선생님들이 맞구나. 괜히 하는말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밉습니다.
 
체벌제도가 아직 살아 있었어도 학생들을 때리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저로서도
 
차라리 체벌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학생들이 '맞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진 못할텐데요
 
 
체벌제도가 없어지고 생긴 벌점제도가 학생들을 통제하는 효과가 정말 미미한 것이, 예를들어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이 학교폭력이라던가, 교사에게 대든다거나, 학교 물건을 파손한다거나 해서 교사가 교무실로 데려가서
 
벌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더니, 학생이 하는 말이
 
"저 어차피 상점 OO점 있으니까 상관없어요. 주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세요"
 
랍니다. 상점과 벌점은 서로 차감이 되는 시스템이거든요.
 
 
아무튼, 저는 지금까지 학생에게 벌점을 준 적도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아무리 수업 내용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물론 이게 옳은 교사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수업시간엔 수업을 해야하니까요)
 
학생들이 저에게 질문하면 대답해주고, 최대한 모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잘못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혼내지 않고
 
따로 교무실로 조용히 불러서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합니다. 주로 예의범절에 관련해서요. 그게 왜 잘못되었는지, 학생이 그렇게 해서
 
제 기분이 어땠는지, 선생-학생의 관계라서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그렇게 했어도 안되는 것이었다라고 지도합니다.
 
다른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 학생에게도
 
그 말을 합니다. 나는 너를 배려해서 이렇게 불러서 얘기하는거다. 너도 날 배려해 줄 수 있겠니? 이런식으로요.
 
봉급도요, 다들 교사가 박봉이라는 말 들어보셨을거에요.
 
근데 저는 기간제라 그것보다 덜 받아요.
 
근데 두달동안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쓴 돈만 50만원이 넘습니다.
 
아이들에게 돈 쓴 것이 아깝다는 게 아니에요. 사주고 싶어서 사준거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은 점점 저를 ATM으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요즘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떠듭니다. 위에도 말했듯이 저는 한번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해, 조용하자, 다른친구들 공부하는데 방해하지 말자, 떠들고 싶으면 뭐라 안할테니까 그냥 복도 나가서 얘기하고 와라,
 
차라리 그냥 엎드려 자라, 소곤소곤 안들리게 하는건 뭐라 안할테니 조금만 조용해 주겠니?'....
 
전혀 들어먹질 않아요. 심지어 떠들지 말라고 제가 지도하는 중간에도 저를 흘끗 쳐다보고는 대놓고 뒤로 돌아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보통 이럴 때 진지한 얘기를 하곤 했죠. 들고 있던 보드마카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며 '내가 생각했을 때, 이건 아닌것 같다고. 너무 한거 아니냐'고.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얘기할때는 수긍하는 것 같고(아, 중학생들입니다), 이해해서 떠들면 안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 같긴한데
 
그 상태가 10분을 못갑니다.
 
물론 그러면 그냥 불러서 교사 지시 불이행으로 벌점 5점내지 10점을 줘버리면 그만인데, 왠지 그렇게 하면
 
그냥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포기한 상태로 벌점만 줄 것 같아서 자제하고있습니다.
 
 
자습 감독이라거나, 다른 영어선생님이 출장으로 제가 대신 들어간다거나 하면 애들이 그렇게 환호를 해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장난 투로,
 
'어차피 수업도 열심히 안듣고, 말도 드럽게 안들으면서 왜 내가 한다그러면 그렇게 좋아하니?'
 
"선생님은 뭘 해도 그냥 두잖아요!"
 
 
하........................................
 
솔직히 그냥 두진 않아요. 하지 말라고 하는걸 그냥 한귀로 흘리는거지.
 
심지어 수업시간마다 너무 엎드려서 자길래, 가서 깨웠더니 저한테 깨우지 말라면서 화를 낸 학생도 있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정말.......
 
물론, 그때는 어안이 벙벙해서 그냥 화를 내고 다시 엎드리는 학생을 보고있었더니,
 
옆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지금 뭐하냐'면서 일어나라고, '예의좀 지켜'라고 하기에 그냥 넘어가긴 했는데...ㅋ
 
얘기하는거 보니 참 호구같죠.....?
 
근데 참는것도 한계가 있다고, 원래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요상하게 친구한텐 화 잘내는데,
 
후배라던가 학생이라던가, 저보다 하급자에 대해서는 거의 화를 안내요)
 
요즘은 화병이 나서 죽을지경이에요.
 
오늘도 방과후 수업시간에 60분 수업인데 35분동안 떠들고 난리치고 말을 안듣길래
 
진짜 입을 열면 소리지르고 욕할 것 같아서, 수업을 위해 켜놨던 컴퓨터로 유튜브에 들어가서
 
마음이 편안해 지는 노래를 틀었거든요.(Libera합창단 - Sanctus 들어보세여.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근데 굳은표정으로 그렇게 조용하라고 틀어준 노래도 무시한채로 계속해서 웃고 떠들길래
 
그냥 교실에서 나갔다가 5분후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진짜 화난거 다 쏟아버릴까봐요...
 
 
정규수업시간에도 또, 차라리 20명이 전부 공부를 안하는 애들이면 상관이 없는데
 
개중에 꼭 한두명은 공부하려는 의지를 가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학생들은 수업 분위기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저때문에 다른 선생님들한테 가서
 
공부하고싶은데 애들이 떠들어서 못하겠다 라고 말하죠.
 
그게 여러번 되니까 그 선생님께서 절 부르시더니 그냥 앞으로 진술서를 쓰시라고,
 
애들이 너무 심해서 그냥 징계를 줘야겠다면서........
 
교감선생님은 아예 요즘 제가 들어가는 반마다 들어오셔서 훈화를 하고 가십니다.
 
잘해주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다시한번 아이들에게 엄하게 할 것을 부탁하고 계셔요.
 
 
위에서는 아이들을 찍어 누르라고 말하고, 제 신념은 그것을 원치 않고,
 
제 신념대로 하자니, 아이들은 점점 더 어긋나면서 제 신념을 무너뜨리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이들이 나를 호구로 생각해서 진짜 호구가 될 지언정, 나는 끝까지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겠다.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없애버려야 하나...
 
심지어 아직 정교사가 된 것도 아니고 이제 두달째인데, 제 꿈이 거의 산산조각 나다싶이 하고있으니
 
임용고시 공부에 의욕도 붙질 않고요...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하나 싶다가도
 
지난 15년간 오로지 교사만을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딱히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펙이 있어서 취직을 할 수잇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기간제를 안했으면 이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사람이란게요, 꿈이 흔들려버리니까 뭔가 맥이 탁 풀리면서
 
오늘은 퇴근길 내내,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하다보니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한국사 공부해야되는데 ㅜㅜㅜㅜㅜㅜㅜㅜ 이번주 토요일 시험인데 ㅜ
 
한국사 시험보는것도 임용고시때문에 준비하고있는건데,  저런생각들 하다보니 이건 무슨 필요가 있나 싶고..
 
제일 친한 친구는 멀리 가있고, 요즘 하도 답답해서 전화해서 속풀이 해보려 하면
 
남자새끼가 요즘 자꾸 전화해서 2,30분씩 하소연을 해대니 이제 지쳤는지 전화를 해도 뚱하게 받아서 계속 전화하기도 그렇고
 
대학친구들은 다들 임용고시 마무리 단계로 바쁘고.... 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으니
 
이 답답한 마음 풀 길이 없어서
 
오유에서 넋두리를 해봅니다 ㅜㅜ
 
내일 당장 학교 가서 첫 수업시간에 또 아이들이 그러면, 바로 화를 내버릴 것 같은 기분이에요ㅜㅜ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풀어질까요.......
 
하..... 원래 기분나쁜일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않고 억지로라도 잊으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엔 쉽지가 않네요...
 
차라리 다 때려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자다가 죽거나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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