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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
게시물ID : freeboard_7821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dney_park
추천 : 1
조회수 : 2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14 01:45:35
의미 없는 소리만 끝없이 중얼거리던 아이였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둥그런 맨홀뚜껑만 찾아다니고 빨강, 노랑 , 초록의 신호등에 넋이 빠져있던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네 살이 막 지난 며칠 후 자폐아 판정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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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헬리콥터를 앞에 놓고 헬리콥터라는 단어 하나를 가르치기 하루해를 다 보내도 결국은 통곡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런 날을 수없이 보내야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래도 장애아 교육시설에 가면 자기보다 못한 아이들을 도와주던 착한 심성의 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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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어, 세 단어 겨우겨우 연결하여 말하던 것을 일곱 개의 단어를 사용하여 처음 문장을 엮어 말한 것은 그 아이의 나이 일곱 살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해 그 아이를 가르치던 언어치료사는 더 좋은 사람에게 보내라는 한 마디 말로 그 아이를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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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성적이 하위 0.1퍼센트에 들어간다고, 이 아이 때문에 학교 평균성적이 내려간다고 학교에서는 한 달이 멀다하고 부모를 불러 아이 공부를 닥달합니다. 학교를 옮기라는 무언의 압력이었습니다.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심지어는 선생들에게까지 왕따를 당하는 것조차 모르는 아이는 한사코 전학을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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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다 나이 어린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그 앞을 지나가고, 까마득히 멀어져 갈 때 그 아이는 영원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아이가 그나마 할 수 있던 두 가지. 그림과 피아노, 피아노를 전공한 아이엄마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습니다.
열세살, 7학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녁 아홉시까지는 피아노연습. 그 이후 한시 두시까지 학교공부를 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남들 이십분이면 끝날 일을 세시간 네시간을 걸려서라도 결국은 끝내고야 말았습니다.
숙제가 없는 방학이면 하루에 열 두시간을 피아노에 매달렸습니다. 하루도 안 거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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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첫 학기부터 전공필수과목을 구멍 냈습니다. 그것도 두 학기를 연속해서..........
어느 한 순간 최선을 다 하지 않은 적이 없고 남들보다 열 배 스무 배의 노력을 기울여도 가지고 태어난 한계는 넘을 수 없는 것인가 할 때 결국 아이는 점수를 받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올 해 말, 구멍 난 한 과목만 메우면 자폐라는 천형을 안고 태어난 이 아이는 학사모를 쓰고 대학을 졸업합니다. 실기 수석이라는 명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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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3개월 친구들이 한창 대입을 준비하는 시기에 조기에 대학을 졸업하는 제 아들 이야기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끝없는 노력은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거나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 때문에 또 자신의 미래 때문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올립니다.
첫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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