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 서두에서 작성자도 커플이라는 것을 소심하게 밝히고 갑니다*-_-*
오랫만에, 친한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잘 지내냐고, 어떻게 지내냐고, "언니 나 남자친구 생겼어!" 하는 말에 굉장히 기뻐했드랬죠.
대학교 1학년때부터 친하던 동생이고, 남자때문에 상처받는 걸 많이 봐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어디서 만났냐 물었더니 어플에서 만났는데... 사귄지는 200일정도 되었고 지금 같이 산다더라구요.
차라리 잘됐다, 했는데...
며칠후에 카톡으로 "언니 나 너무 힘들어요. 죽고싶어요" 하길래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남자친구가 때려요... 라더군요.
너무 놀라서 자세하게 물었더니
같이 산 150일 내내 맞고 살았대요. 싸울때마다 남자가 때린다면서... 주먹으로 얼굴이건 몸이건 닿는대로 때린대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급하게 만나자고 했어요. 그래서 지난 토요일날,
덩치 좋은 제 남자친구와 셋이 만났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나기 전부터 남자친구에게 부탁한 점이 있었는데,
평소에도 잘해주지만 그 동생 만나서는 더 잘해달라고, 애정표현은 최대한 줄이되 남자친구로서 배려해주고 잘해주는 모습을
좀 보여줬음 좋겠다고 했어요. 그래야 그 동생이 더 느낄 것 같았거든요. 평범한 남자와 연애한다는 건 이런거라는 걸요..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정말 가관이더군요.
여자는 23살, 남자는 25살인데. 남자는 현재 무직상태. 핸드폰 요금이 밀려서 본인 명의로 개통이 안 되어서 여자 명의로 개통해서 또 요금 체납중.
돈도 안벌고 피시방 가서 게임만 함. 생활비는 여자쪽 어머니가 한달에 일정금액 보내주시는 거+여자 알바비 보태서 씀.
여기까지 듣고 남자친구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기둥서방 아니냐고..
만나서 보니까 턱쪽에도 멍자국이 푸릇하게 남아있고 어깨 뒷쪽에도 피멍자국이 남아있었어요...
그걸 보는데 미치겠더라구요. 그래서 남자친구랑 둘이 열심히 설득했어요.
이건 정말 아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세상에 어떤 남자가 여자를 그렇게 때리겠냐...
폭력은 나이들어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실제로 주변에 가정폭력에 당한 친구를 몇 봐서 더 맘이 아팠구요.)
너 나중에 결혼해서 니 자식도 그렇게 맞고살면 좋겠냐... 너는 충분히 더 행복할수 있는데 왜 니가 니발로 니 행복을 차버리냐...
동생을 붙잡고 서너시간은 그런얘기를 계속 하다가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울면서... 언니 나 헤어지고 싶은데 도와줄수 있어요?... 당연히 도와준다고 했죠.
일단 동생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려서 자세한 상황을 말씀드리고,
동생이 직접 남자애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헤어지고 싶다고 말하자 "너 지금 오빠가지고 장난치냐" 면서 말투가 격해지더라구요.
"그럴 줄 알았다. 그 언니 만날때 내가 그래서 반대했다. 가서 니가 쓸데없는 소리 할까봐"...
저를 바꿔달라고 하길래 받아서
"폭력은 범죈거 아시죠? 애가 헤어지고 싶다고 하니까 그냥 조용하고 깔끔하게 헤어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하니까 둘이 좋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나오더라구요.
끝까지 말이 안 통하길래,
그동안 애가 맞은거 사진 다 찍어놨고 증거도 있으니까 조용히 헤어져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얘기했더니
바로 알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어찌보면 조금 싱겁게 끝이 났어요.
동생 어머니는 저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씀만 하시고...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길까봐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고, 역에서 지하철 타러 가는 것까지 보고 집에 왔네요.
한가지 걱정이 되는 건
혹시라도 그 남자애가 동생네 학교로 찾아가서 해코지를 하거나, 동생이 미련을 못버려서 다시 만나는 거...
그게 가장 걱정이 되네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옆에서 지켜봐주는 것 뿐이겠지만요- ^.ㅜ
마무리는 어떻게 하지...?
*-_-*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