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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촛불문화제 유민 아버지 김영오 님 발언문
게시물ID : sisa_5509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빛산
추천 : 7
조회수 : 4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16 13:21:06

오랜만에 뵙습니다. 유민 아빠 김영오입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죽 잘 먹고, 소화 잘 시키고,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절 대신해 자리를 지켜주시고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써주시는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처음에 국회에 올라올 때는 제가 이런 상황이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유가족 임원들이 특별법 제정 위해 국회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저는 도우려고 따라 간 거였습니다.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단식하기로 결정했을 때, 자식 잃은 부모가 단식까지 하면서 요청하는데 설마 그걸 외면하진 않겠지, 금방 끝나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정부, 여당은 차가운 무대응,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원하는 건데, 과도한 보상이니, 특례입학이니, 의사자 지정이니 같은 것으로 진실을 호도했습니다. 오히려 저를 비롯 유가족들을 감시하고 사찰했습니다.
 
우리의 애타는 요청은 외면하고, 오히려 감시, 억압하며, 진실을 은폐하는 모습, 4. 16. 사고로 진도에 내려갔을 때에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사고 때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을 보며 저는 결심했습니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텨야겠다. 그래야 국민들이 일어날꺼야, 세상에 알릴 수 있을 거야.” 생각했습니다.
 
서서히 불길이 일어났고, 어느 순간 폭발했습니다. 교황 시복식 때에는 전 세계에서 우리 유가족들을 주목했습니다. 제가 비록 40일만에 쓰러져 병원에 갔지만, 많은 지지와 동조단식의 불길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단식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까지도 진상규명 특별법은 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김무성 대표는 우리 유가족보고 대통령을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믿어달라고요?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어떤 모습을 보여줬습니까?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언제든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했지만, 딸을 잃고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애비가 대통령 면담신청서 제출하는 것까지 막았습니다. 청와대 경호원들이 불법적인 차단을 하면서,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는 모습이 아니라 뒤에서 손가락질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래서 화를 냈더니 저보고 막말을 했다고 공격하더군요. 그 일로 제가 쓰러져 병원에 가고 울분에 찬 우리 유가족들이 저 대신 대통령 면담 요청했습니다. 답변 올 때까지 청운동사무소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23일째 아무 답을 주지 않아 날씨가 추워지는 데 길바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유가족의 뜻이 잘 반영되게 하겠다, 진상규명에 여한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것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는 계속 거부하였습니다. 억지 주장을 하면서 계속 반대를 합니다. 대통령, 여당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우리 특별법을 반대만 하는데, 그럼 당신들은 어떻게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하겠다는 건가요.
 
왜 그 방법은 못 내놓으면서 우리 정당한 요구를 거부만 합니까?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대통령 믿어달라는 말이 나옵니까? 저라면 부끄러워서라도 그런 말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정말 진상규명을 원하기는 하나요? 저 같으면,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을 시원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오히려 신뢰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왜 그렇게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밝힐 수 없는 큰 잘못을 한 게 있나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 여당은 세월호 문제 놔두고, 민생 문제 얘기하자고 합니다.
 
민생이요? 안전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 증거가 저이고 우리 유가족입니다. 제가 가난 때문에 가족들에게 못 해준 게 많아 아산에 직장 잡고 휴일에도 안 쉬고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평생 처음으로 정규직 되어 학자금 지원 나와 가난 때문에 대학 안 가려고 했던 유민이 대학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유민이 유나 좀 더 챙겨줄 수 있게 되었었습니다.
 
이제 좀 살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5월에 유민이, 유나와 함께 여행 가려고 콘도도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4. 16. 사고로 다 무너졌습니다. 당연히 살아야 할 애들을 정부가 구조를 못해, 이제 겨우 이루어지려고 했던 제 민생, 행복이 다 무너졌습니다. 왜 무너졌습니까?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전 문제를 놔두고 민생을 얘기하는 게 말이 됩니까? 철저히 바뀌어야 합니다. 이 사고가 한국을 거듭나게 하는 계기가 되야 합니다. 그것만이 유민이와 친구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지금 뭐가 바꼈습니까? 대통령, 여당이 국가개조 말만 했지 한 게 뭐가 있습니까?
 
오히려 국정조사, 특별법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잘못을 숨기고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습니다. 잃을 게 많은 저들과 잃을 것 없는 우리 부모가 싸우면 누가 두려워할까요? 누가 이길까요?
 
우리 유가족들은 겁날 게 없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안전한 나라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유가족, 그리고 여기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반대하는 분들, 우리를 공격하는 일베, 어버이연합같은 사람들까지 다시는 우리 유가족같은 아픔 겪지 않게 할 것입니다.
 
일부 보수 인터넷 단체들이 저를 보고 “보상금을 바라는 거짓 투쟁이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들을 합니다. 제가 단식할 때 응원 오시는 국민 여러분께 늘 했던 말이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희생을 해서 안전한 나라 만들어 줍시다. 그래서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해맑게 뛰어놀게 하자고” 라고요.
 
저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억울하게 죽은 유민이의 진실을 밝히고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정치에 전혀 관심도 없습니다. 진상규명, 안전한 나라 건설은 너무도 당연한 우리 국민 모두의 권리 아닙니까!
 
일부 보수 단체들이 “그만해라” 그런 말들을 자주 합니다. 우리도 그만하고 싶습니다. 제발 그만하게 해주세요. 가장 집에 가고 싶은 게 우리 유가족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눈물까지 흘리며 약속해놓고 지금까지 하나도 해준 것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정부, 여당이 시간을 끌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입니다.
 
대통령은 “그만하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빨리 약속을 지켜 특별법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같이 한 번 크게 외쳐 봅시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
 
제가 이순신 동상 앞에서 단식할 때 많은 분들이 응원오셔서 제 얼굴만 보시면 우셨습니다. 이제 단식 끝나 저 죽 잘 먹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웃으면서 싸웁시다. 웃으면 힘이 납니다. 힘이 나야 이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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