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내 꿈에 나온지 벌써 두번째다.
우리. 서로 말도 몇마디 나눠보지 못했던 그 시간들이.
꽤나 흘러 갔다.
너를 처음봤을때는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것 같은 충격이라는
어느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관용어구가
현실로 다가올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그게.
있었다.
너라는 모습을 하고.
이런곳에 있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아니. 지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는 지금 있는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
나의 옆자리같은 그런 누추한 자리에 어울릴만한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너는 그곳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것 같은. 그런 곳에.
너에겐 번듯한 연인이 있고 그 사실을 우리 주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
같은 직장의 동료로 만나서 나이가 동갑이라고 너 그리고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했었지. 친구가 생겨서 좋겠다느니, 어쨌다느니.
사실 난 네가 나랑 동갑이 아니었으면 했다.
난 나의 또래보다는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요령이 있었으니까.
그렇게나마 친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기대하는 내가
싫고도 구차하다.
매일 눈길로만 너를 따라간다.
너의 동선을 눈에 넣고 있는 내가 싫다.
주변에서 듣는 너의 그사람보다 부족한 내가 너무나 싫다.
왜.
넌 내 꿈에까지 나타나서 날 비참하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나의 것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을 너와
꿈에서라도 나의 것이 되었던 너를 현실에 투영하는 나.
오늘 일하면서 하루종일 느꼈던 불쾌감은
아마 이런 이유로 인한 것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왜 나는 오늘 꿈에서도 너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걸까.
왜.
너는 아무것도 안하고도 내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 놓는걸까.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오가도 답은 이미 나와있는데.
그걸 애써 부정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싫다.
그리고 너의 연인이 싫다.
그리고.
너의 연인보다 부족한 내가 제일 싫다.
오늘밤은 제발 꿈속의 너를 만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