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복귀유저의 일기
게시물ID : mabinogi_803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웃집개발자
추천 : 15
조회수 : 658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9/16 15:47:37
하프서버의 복귀유저입니다. 닉네임은 비밀입니다.

저는 괴수도 아니고 능력자도 아니며 데브캣에서는 초보유저로 분류되어있는 복귀유저입니다.

항상 눈팅만하던 오유에, 그것도 한번도 들어와본 적 없는 마비노기 게시판에 어쩌다 이렇게 찾아와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업무시간에 할 일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게 아닙니다.

할 일이 있는데도 일이 하기 싫어서 잉여력이 들끓어올라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 복귀일기를 쓰기로 마음먹게 된 것입니다.

모두가 보는 게시판에 이런 개인적을 글을 쓰다니 비난 받을지도 모르겠군요. 

일기니까 반말할겁니다.  많이 비난해주세요. 




지난 주말 나는 지독한 심심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9월 초에 오픈했던 프로젝트의 완수를 위해 나는 두달간 쉬는 날 없이 일을 했고 

그 댓가로 명절 대체휴일을 모두 쉬어도 좋다는 상사의 생색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주변이 항상 장밋빛이었던 비교적 젊은 시절에 비해 취업 후 나의 휴일은 지독한 인도어 라이프의 연속이었고

지나치게 길었던 9일간의 휴일은 나의 잉여력을 나날이 심도있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출근까지는 대략 50시간 정도 남은 주말,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는 그런 상태였다.

너무도 잉여했다. 

나는 친구놈과 최근 일본애니메이션의 질적 하락과 국가적인 애니메이션 토렌트 규제에 대하여 심도있는 토론을 나누다가,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과 문명5가 80% 세일중이길래 구입 후 10분정도 즐기고는 타임머신에 탑승할까 두려워 게임을 끄고, 할 것도 딱히 없으면서 괜히 크롬을 껐다가 켰다가 10번정도를 반복한 후, 컴퓨터 모니터 앞에 놓여있던 나의 PS 비타를 집어들고 토토리의 아틀리에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도저히 2회차 플레이를 시작할 용기가 나질 않아 다시 드러눕고 말았다. 이렇게 한시간을 낭비하는데 성공했더니 정말 보람찬 기분이 들었고, 허망했다.

정말 언제나와 같은 나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토토리의 아틀리에는 연금술사 토토리가 모험가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눈물과 감동의 대서사시를 담은 게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틀리에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다. 아틀리에 시리즈에는 음모도 배신도 악당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토토리처럼 즐거운 연금술사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쓰지도 않을놈의 밀리언 아서 VIP 달력같은걸 재료로 5만원짜리 지폐를 연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금술사의 삶은 정말로 행복으로 가득할 것 같다.

느닷없이 머릿속에 언젠가 봤던 마비노기 배너광고가 떠오른건 그때쯤이었다. 연금술사가 등장했다고 언젠가 광고에서 봤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연금술사나 해볼까. 아 근데 나 누렙도 낮은데. 음 현질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정신을 차리고보니 내 컴퓨터가 마비노기 인스톨을 마치고 로그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인스톨이 완료되다니 옛날엔 이렇지 않았는데. 역시 SSD가 좋긴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로그인을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내 아이디가 기억나지 않았다.

결국 공홈에 가서 아이디 찾기 비밀번호 찾기 등등 열렬한 노력 끝에 내 아이디를 찾아내었다. 현실웃음이 풉 터졌다. 너무도 어릴적에 사용하던 아이디 아닌가. 내 머릿속 후보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의 창피한 아이디가 나를 맞이했다.

힘겨운 본적 탐색작업 끝에 나는 어릴적에 사용하던 캐릭터 이름과 재회하는데 성공했다. 창피함이 내 명치를 가격했다. 

가벼운 데미지를 입으며 에린에 다시 돌아간 내가 처음으로 느낀 점은, 채널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과, 내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잔인한 놈들.

쓰레기로 가득차 쓸만한 템이라곤 돈주머니와 스태미너 포션 빼곤 찾아볼 수 없는 내 인벤토리를 보며 나는 옛날생각을 해봤다.

내가 마비노기를 접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봤다. 언제더라. 아마 이리아 대륙이 새로 생기고, 엘프가 생기고, 자이언트가 생겼을 때로 추정된다.

대체 이게 몇년 전인지 감이 안온다. 나는 그 때 몇 살이었을까? 아무튼 지금보단 젊었을거고, 지금보단 돈이 없었던건 확실하다. 

게임을 접은 이유는 그렇게 대단치는 않았다. 그냥 주변 사람들이 다들 그만두길래 나도 접었다. 

그때 당시 나는 여자친구와 함께 마비노기를 즐기고 있었는데,  바로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처럼 재밌게 잉여짓을 했던 시절은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마비노기를 다시 깐건 다시 그런 재밌는 잉여라이프를 겪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건지도 모르겠다.

해킹을 당했지만 딱히 내가 어떤 장비를 가지고 있었는지, 골드가 얼마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새로 태어난 심정으로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불행중 다행이었던 것은 내 누적레벨은 700대 후반이라 데브캣의 정책상 나는 초보로 분류되며, 스마트 컨텐츠를 이용해서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게임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펫창을 열어봤다. 다시 어린 시절의 치기가 내 명치를 강타했다. 유니콘 이름에 옛날 여자친구 닉네임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내 닉네임도 예전 젊었을때 하던 ORPG에서 사용하던 이름이었고, 이 게임은 여러모로 나에게 도트데미지를 입히려고 하는 것 같다. 

일단 제일 먼저 닉네임 변경 신청을 했다. 웃긴건 바로 되는것도 아니고 주말에 된다고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지만 감내할 수 밖에. 나는 아틀리에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한명의 이름으로 닉변신청을 했고, 변경되지 않은 내 옛날 캐릭터명을 볼때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옛 기억에 몸서리치는 멋진 경험을 해야만 했다. 마치 조용히 잠자다가 덮고 있던 이불을 천장까지 차올리는 그런 기분이었다. 

딱히 사람들과의 교류는 하지 않았다. 초보자 채팅창에는 초보자보단 친목유저가 많아보여 어울리기 힘들었고, 어지간한건 대부분 검색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라비 하급을 혼자 돌아봤는데 적을 죽이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왠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을 다 돈 후, 나는 아이XX니아에서 골드를 좀 구매하고, 간단히 장비를 맞췄다. 가볍게 놀랐다. 온라인게임은 현질이 정말 싸구나. 모바일게임은 더럽게 비싼데. 

골드 구매 후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잠시 검색을 해봤더니, 누적레벨이 1천레벨이 안되는 캐릭터는 스킬 초기화를 할 수 있다는 라그나로크 프리서버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와 정말 편리해졌구나. 나는 잽싸게 스킬 초기화를 했다. 그리고 좀비밭으로 가서 윈드밀 1랭을 찍는데 이틀을 소비했다. 몇년만에 돌아와선 왜 나는 다시 노가다를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었으나, 주말이 정말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곧 만족스러운 기분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생판 남의 일기를 이렇게 길게 쓰면 읽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으니 일요일까지 겪은 일만 이렇게 써놓고 가야겠다.

안녕히 계세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