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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렇게 생긴 영국제 요격기입니다.
1943년부터 시작된 자국산 초음속 요격기 프로젝트의 산물이고 1957년에 초도비행, 1959년에 실전배치 되었습니다.
꽤나 오래됐죠? 미국은 센츄리 시리즈를 마구 찍어내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영국의 가장 큰 걱정은 북해를 넘어서 날아오는 핵무장한 소련 폭격기였고, 따라서 최대한 빨리 상승한 후 최대한 빨리 접근해서 적 폭격기를 잡을 수 있는 요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강한 추력의 엔진이 필요했고, 동시에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전면 투영면적을 가능한 줄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짜잔~!
보시다시피 유래가 없는 위 아래 배치의 쌍발 엔진을 단 비행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조종석을 없앨수는 없으니 조종석 뒤의 빈 공간에 엔진을 하나 더 달면 항력이 증가하지도 않으면서 손쉽게 원하는 추력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니 연료를 실을 곳이 없네요?
요즘이야 초음속 전투기들도 다들 날개에 연료를 싣지만 당시 기술로는 연료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초음속 비행에 버틸 수 있는 날개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보조날개(플랩)에까지 연료를 실어보지만 역시 부족...
결국에는 아랫배에 불룩한 컨포멀 연료탱크를 답니다.
우리 공군의 F-15K도 윗 사진처럼 컨포멀 탱크를 달고 다니죠. (사진은 F-15C 입니다만...)
이렇게 컨포멀 탱크를 달아서 어쨌거나 요격기로 쓸만한 항속거리를 확보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연료가 부족합니다.
초음속 비행시 작전 반경이 250km 밖에 안되니 보조연료탱크를 어떻게든 달긴 달아야 했죠.
그런데 동체를 너무 컴팩트하게 만든데다가 동체내 공간을 엔진 2개가 다 잡아 먹으니 보조연료탱크를 달 곳이 없네요?
그래서 이렇게 합니다.
날개 위에 보조연료탱크를 답니다. -_-
내친 김에 로켓 발사기도 달아 봅니다.
보시면 날개도 참 희한하게 생겼는데요.
당시에도 고속을 원하면 델타익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미라쥬처럼 완전 델타익으로 만들자니 무게가 늘어나잖아요.
그래서 가위로 오리듯이 뒷부분을 파내버렸습니다. 이런 걸 따로 노치드 델타윙이라고도 부른다네요.
암튼 이렇게 읽다 보시면 참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비행기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1988년까지 거의 30년을 이 요격기로 버팁니다.
왜냐면... 라이트닝을 시험하던 시기에 영국은 유인 전투기를 더 이상 안 만들기로 맘 먹었기 때문이죠.
어차피 이제 딴 나라 쳐들어 갈 일도 없고... 소련 폭격기는 앞으로 지대공 미사일을 열심히 개발해서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 때는 이미 모든 전투기/요격기 개발을 중단한 상태라...
그래서 1988년 영국공군이 새로운 요격기로 토네이도 ADV를 손에 넣기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쓰게 됩니다.
여러모로 재밌는 요격기입니다만 나름 시대를 앞선 부분도 있는데요.
F-22 이전에 최초로 슈퍼크루징(애프터 버너 없이 초음속 비행)이 가능했었습니다.
스탯을 오로지 속도와 상승력에 몰빵을 했기에 가능한 거긴 했지만... 다른 나라도 그런 요격기 많이 만들었지만 슈퍼크루징이 가능한 요격기는 이거 뿐이었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건...
엔진은 위 아래로 달아 놓고서 2인승 버전은 양 옆으로 조종석을 배치했습니다.
무지 좁았을 것 같긴 합니다만 어쩔 수 있나요. 조종석 뒤가 바로 엔진인데.
그래도 장기간 조국의 영공을 책임진 덕에 이름을 후세에 물려주게 됩니다.
F-35 라이트닝 II의 이름은 미국의 프롭기 P-38 뿐 아니라 이 요격기에게서도 물려받은 거거든요.
길고 재미 없고 밀덕 밀덕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