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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게시물ID : panic_880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6
조회수 : 89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25 1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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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오늘 밤을 새고 목욕탕에 묵은 때를 벗기러 갔어요.
 
제가 좀 많이 말라서 목욕탕 가는 걸 싫어하는 데
 
우리동네가 촌동네라 남탕엔 손님이 없어요.
 
그런데 한 명도 없었으면 했거든요 하지만 한 분 계시더라구요 할아버지.
 
저도 앙상한데 할아버지 몸이 너무 앙상하셔서 안쓰럽다 내지는 보기 불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 생각은 곧 절 자괴감에 빠트렸어요.
 
그 할아버지와 전 아무런 말 없이 서로 목욕을 하고 있었는 데
 
할아버지가 낑낑대시며 뭔가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전 잠깐 할아버지를 주시하다 별 일 아니겠지 하고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었어요.
 
"얘 이것 좀 뗘봐."
 
할아버지가 부탁하시며 건네신 건 면도기였어요.
 
면도기에 붙은 뚜껑이라고 하나요?
 
그것을 떼어달라고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떼어내려고 면도날 쪽에 손을 대려하는 데
 
면도날이 좀 입체적으로 보이더라구요.
 
"이미 떼져있어요 할아버지."
 
앙상한 저와 앙상한 할아버지는 목욕을 동시에 마치고 같이 목욕탕을 나왔어요.
 
2.
 
수서역에 볼 일이 생겨서 잠깐 들렀던 날.
 
(수서역에 가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사람들이 모여서 담배를 태우는 곳이 있어요.
 
저도 흡연자다보니 그 곳을 지나칠 수는 없었죠.
 
그 곳엔 쓰레기통이 하나 있는 데, 그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제가 서있었던 그 자리에서 앞을 보면 어느 빌딩의 건물 내부도 보이고
 
건물의 외부도 보이는 거울 같은 유리창이 있어요.
 
그 유리창은 건물 외부의 모든 풍경을 담았고 모든 사람들을 담았지만
 
제가 담배 피우는 모습만은 담지 않았어요.
 
담뱃불을 끄고 유리창을 다시 봤을 때는
 
다행히 저도 그 유리창 속에 담겨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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