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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너와 눈을 마주쳤다.
게시물ID : panic_880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늰자
추천 : 8
조회수 : 118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5/25 19: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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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멀리서도 한눈에 너라는걸 알아봤다.
금새 뒤돌아서 다른 길로 돌아갈까 생각해봤지만, 너가 여기에 있을리 없다고 단정짓고는 가던길로 갔다.
사실은 오랜만에 가까이서 네 얼굴을 보고 싶었던 걸지도.
사실은 오랜만에 만난 네가 무슨 반응을 할지 보고 싶었던 걸지도.

사실 초등학교때 우리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너와 나 사이에 징검다리인 그 사람이 있었고, 우리는 가끔 스쳐가며 교류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을때, 그 사람은 우리한테서 사라졌다.
물론 비극처럼 죽거나 한건 아니고, 그 사람은 그 초등학교에 남은거다.
교사니까. 

첫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진 모르지만, 너는 나와 같은 첫사랑을 했다는거에 큰 충격으로 다가온 듯이 반응했다.
물론 똑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들은 많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댔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다.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는 지루함에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런 관계로 끝났더라면 나도 이런 고뇌는 안 했을텐데.

너가 남자친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나는 배신감을 느끼고, 너와 싸웠다.
너는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감정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물론이지. 하지만 지금 꺼낼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 나는 널 좋아했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우리는 연락을 끊었다.
사실 일방적으로 내 쪽에서 끊었다. 남자친구와 있는 널 보면 볼수록 내가 더렵혀져 갔다.

그럼에도 너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내게 연락해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학교 졸업후 2년지나고도 7개월 21일 후의 일이였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싶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널 생각하며 자해했다. 등..

너의 자해벽은 초등학생때부터 알고있었다.
그 사람한테 관심을 끌고싶어서 했던 것도 알고있었다.
그 관심을 끌고싶은 대상이 나로 변경된 것을, 나는 솔직하게 기뻐했다.

반면 생각했다.
싸우고 졸업한 후에도 단 한번도 널 잊지 않은 나인데, 그런 티를 나지 않았던 나인 반면.
너는 내게 진거라고. 너는 지금 나를 필요로 하고 있노라고.

지금은 내가 위.
라고.

마치 중학교때 우리의 관계가 역전된 것처럼.
너는 나를 따랐다. 내가 원하는거라면 뭐든지 해줬다. 양보해줬다. 배려해줬다. 희생해줬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너는 첫키스라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너는 첫경험이라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너는 사랑한다 속삭였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어느 날은 궁금해져서 네게 물었다.
내가 중학교때 널 좋아하는걸 알고있었냐고.
알고 있었다고, 자신도 나를 좋아했다고 대답한 너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너는 금새 내게 만족했는지, 갑작스레 홀가분한 얼굴로 내게서 떠나갔다.
나는 널 믿지 않았기에 그 충격은 크지 않았다. 널 좋아한다는 감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기에.
따로 연락 또한 취하지 않았다.

왜곡된 소유욕이 끓어오르는..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내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XX가 너 찾고있던데, 번호 알려주냐고 물어보니까 그건 거절하더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겨우 역겨움을 참고 남자와 함께 살아가리라 각오한 나에게 너가 나를 찾아온다니?

"저기, 이거. 떨어트리셨어요."
".....고마워요."

너가 반강제로 내 가방에 쑤셔넣은 작은 수첩에는, 너의 현주소 너의 회사 너의 번호가 적혀있었다.

그 순간 온갖 희로애락을 느꼈다.

이번에도 내가 널 이겼구나. 

그런데 이번엔, 참을 수 있을 거 같지 않다.

너가 혼자 살고 있다는건, 이미 알고있다.

오늘밤, 나는 너를 가지고 싶다.

오늘밤, 나는 너를 죽이고 싶다.

오늘밤, 네게 나를 새기고 싶다.

오늘밤, 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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