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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물가가 무섭습니다.
게시물ID : panic_88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왕둥가
추천 : 15
조회수 : 190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5/25 21:13:30
저에게는 생각하면 굉장히 소름끼치는 이야기 입니다.

세살 때쯤이었습니다. 그 때는 겨울.. 꽤 추운 날씨였습니다. 시골소년은 딱히 할게 없으니.. 빙판위로 올라갔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동네 친구들, 친형과 함께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였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저는 흔들리는 시야와 함께 얼음밑으로 빠졌던 것입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허둥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래를 쳐다봤습니다.
그 때 저는 뭔가를 봤습니다만.. 아쉽게도 너무 어려서 그런지 봤다는 인식만 할뿐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두려워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제 손을 잡았고, 얼음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5살밖에 되지 않은 우리 형이 저를 얼음 위로 꺼낸 것입니다. 
그 다음 기억은 할머니 집에서 속옷차림으로 아랫목에서 눈을 떴던 것입니다.

그 뒤로 초등학교 4~5학년때 였습니다.
여름에 아버지와 형, 저는 냇가로 놀러갔습니다. 흔히 동네에 있는 무슨무슨 천이었습니다. 그리고 좀 멀리는 굉장히 깊은 강이 보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세살 때의 그 기억 때문인지, 눈에 물이 들어가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또 물이 왠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래서 깊은 곳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물장구만 치며 놀았습니다.
아버지와 형은 그곳에서 작은 물고기들을 잡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료해져서 무릎이 조금 넘는 곳에서 엎드려서 물살을 헤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또 다시 무서워졌습니다.
그렇게 센 물살이 아니었음에도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엎드린 상태에서 손으로 돌을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던 아주 평범한 상황이
저를 두렵게 했습니다. 만약 내가 여기서 뭔가 더 움직이면... 이 물살이 저 큰 강으로 나를 쓸고 갈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이 돌들을 놓는다면...저 깊은 강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오싹한 그런 마음이..
더 무서워지기 전에 저는 일어나려 노력했습니다.
돌에서 손을 놓는 순간.. 저는 쭈욱 강쪽으로 밀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바닥에 있는 돌을 잡고 버티고 버텼습니다.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 때 형이 저를 불렀습니다. 
저는 울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형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저를 일으켜주었습니다.
그 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무서워졌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깊은 곳으로는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배꼽까지만 물이 차도 무섭습니다.
가끔 그 뒤로도 계곡, 바다를 놀러가게 되면 깊은 곳을 물끄러미 쳐다보게 되고, 저 먼 바다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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