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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유저의 일기3
게시물ID : mabinogi_804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웃집개발자
추천 : 7
조회수 : 55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9/17 21:06:54
하프서버의 복귀유저입니다. 닉네임은 비밀입니다.
저는 괴수도 아니고 능력자도 아니며 데브캣에서는 초보유저로 분류되어있는 복귀유저입니다.

많은 추천 감사드립니다. 답글에 덧글 못달아드려서 죄송해요. 쑥스러워서 그랬습니다. 
일기니까 반말하겠습니다. 비난이 하나도 없다니 관대하시네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굉장히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얼마나 가난했냐면 초등학교때는 급식비를 낼 형편이 안되서 모두가 고개숙인 교실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을 아이는 거수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수줍게 거수했을정도로 가난했고, 중학교때는 수학여행을 갈 때 사복으로 입고 갈 마땅한 옷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고등학교 때도 별반 그런 생활에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고등학교때는 선생님이 배려심이 좀 있었다. 이웃집개발자야 이번 등록금말인데.. 라고 따로 불러내서 나에게 물어봐주는 배려가 정말로 고마웠던 시절. 아무튼 단언컨대 게임과 덕질은 가장 돈이 덜 들어가는 취미활동이다. (물론 무한대로 쓸 수 있는 취미활동이기도 하지만) 돈은 없었지만 덕스러운 친구들은 많았다. 봉신연의나 건담을 좋아하는데 돈은 필요 없었으니까. 대학생활이 떠올려본다.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게 된 나의 삶은 정말 행복에 겨웠다. 교통비가 굳었고, 식비는 학식으로 아꼈고, 게임은 연구실 컴퓨터로 할 수 있었으니까. 나의 덕질은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게임과 스포츠계에 골고루 걸쳐있었기 때문에 클럽죽돌이들을 제외한 다양한 교우관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인생 참 즐겁다. 

라그나로크와 마비노기는 돈이 없어 심화된 나의 덕질 내공을 게임으로 링크시킨 유이한 게임이다. 다른 MMORPG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처럼 내 심신을 황폐화시키지도 않았고, 여러가지 모바일 게임들 처럼 내 통장을 황폐화시키지도 않았고, 여러가지 추억을 남겨준, 그러나 너무 많은 시간과 미련을 대가로 지불해야만 했던, 그런 애증이 있다. 그때는 즐거웠다. 

지금은 애증 대신 추억과 생소함만이 나를 반긴다. 

현재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경제적 자립에 성공한 솔로탈덕이라 할 수 있겠다. 탈덕상태인지 탈덕을 지향하는건지 가끔 스스로 헷갈리기도 하지만 요즘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내 상태를 보자면 탈덕에 점점 성공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경제적 자립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양친 모두 건강하시지만 유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나는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서 몇가지 사상을 확립했는데, 그중 하나는 현질해서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면 그냥 현질을 해서 노가다를 좀 덜 하자는 사상이다. 

어제의 일기를 돌이켜보면, 나는 약초학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다. 

어제는 어떤 마음씨좋은 고수분의 농장에 초대받아 그곳에 가득 펼쳐진 약초를 모두 싹쓸이했다. 그러나 수련 요구량은 무지막지했다. 고수분은 영원한 잠수에 빠지겠노라 인사하고 농장 시설물에 앉아 잠을 청했고, 나는 고갈된 약초더미를 파헤치며 불우한 약초수련을 계속했다. 고수분께 내가 달인이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싶었지만 아쉽게도 고수님의 농장에 가득한 허브밭으로도 내 수련치를 모두 채우지는 못했다. 고수분은 얼음 속에 갇힌 실 프라인 마냥 잠에 빠져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지금 이시간까지 메신저엔 들어오지 않고 계신다. 잊지 않고 감사했다고 인사드려야겠다.  

인사는 인사고 수련은 수련. 나는 다른 허브농장을 찾아야만 했다. 심호흡을 했다. 잠수한 그분의 모습을 정확히 10초정도 지긋이 지켜보다가 나는 농장을 나왔다. 

친절을 널리 베푸는 어진 사람의 존재는 그리 흔한게 아니다.  
그리고 자신이 초보라는 이유로 마땅히 친절함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근자감 또한 나는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 탑을 갈 때 빼곤 대부분의 시간을 겸손하게 보낸다. 결코 오만하지 않으려 한다. 
초보자채널인지 길드채널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친목의 분위기로 비집고 들어갈 자신이 없었지만,  절박해보이도록 주의하며 초보자채널에 도움을 딱 세번 구했다. 나는 약초학 수련중이고 허브농장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는 내용의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돌이키기 부끄러운 내 나약함은 굳이 일기장에 옮기지 않겠다. 

도움 요청의 절박함 강도가 다소 부족했는지, 그분들께서 너무나 재미있는 아저씨 유우머(난 정말 이걸 보고 있기 힘들다) 를 펼치느라 도움요청이 보이지 않은건진 모르겠지만, 허브농장을 다시 빌리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나는 상기했던 사상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허브펫이란 존재를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mabinogi_2014_09_17_003.jpg

어딘지 머리에 나있는 풀줄기가 주머니괴물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상해씨를 떠올리는 구석이 있는 새끼돼지를 구입했다. 그래서 이름은 길게 생각 않고 저렇게 지었다. 나의 닉네임은 닉변이 완료될때까진 가급적이면 가리려 한다. 이 게시판은 너무 아름다운 짤이 많아서 이런거 보여주기 싫었지만, 돼지가 귀여우니 감안해주면 좋겠다. 옷은 회사 동료(접었지만 잡시 들어왔음) 가 던져준거 입혀놓은 상태이다. 

구입 후엔 그다지 어렵지 않게 특급을 획득했다. 혼자 사는 삶은 어느정도 현질로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지금도 돼지 모근까지 적출할 기세로 맹렬하게 풀을 뽑고 있는 나의 캐릭터를 보며, 조기교육의 중요함과 캐릭터가 노가다 없는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라는 상반된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하곤 한다. 과연 이 노가다는 가치있는 일일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생판 남의 일기를 필요 이상으로 길게 쓰면 읽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써놓고 가야겠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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