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반갑습니다, 드디어 글쓰기가 가능해졌네요. 문빠입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단결된 힘"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는 현재와 같은 혼란한 시기에 언론이 보여줘야 할 정론의 길이 무엇인지 정수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치열한 취재를 통해 가해자(거짓 선동 세력)와 피해자(선동되어 태극기를 든 노인들) 사이를 엄격히 구분하고,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얼토당토 않은 거짓 주장에 선동되는 노인 세대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분노와 상처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없이, 단지 틀닥이네, 닭사모네 하는 등의 조롱과 비난의 돌팔매질을 행사하는 행태는 보다 민주화된 대한민국을 향해 나가려는 깨어있는 시민이 갖춰야할 소양에 오히려 역행하는 일임을 자성하자는 목소리를 차분하면서도 논리 정연하게 들려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교훈을 얻습니다. (저 역시 인테넷 상에서 닭사모니, 정신병자니 하는 욕을 많이 했는데, 정신이 나면서 반성하게 되더군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올바르게 단결된 힘이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민주주의 시스템을 떠받치는 정신을 표상하는 명언 중에 "당신의 의견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견해를 밝힐 당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함께 싸워주겠다."는 말이 있죠.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나오는 순수 지지자 노인세대들에게 이와 같은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많이 수정되어야 할 것 같아요. 가령:
"당신의 의견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견해를 밝힐 당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함께 싸워주겠다. 사실 당신의 견해는 거짓 주장에 선동된 것이지만, 그런 거짓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마음 속 깊이 자리한 당신들의 소외감과 분노와 절망감이 이해가 되고 동정심을 느낀다. 하지만 박근혜의 모습을 사실대로 인식하는 것을 자신의 과거의 삶이 부정되는 것과 동일시하며 자책하지 마시라. 그건 결코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다(It's not your fault. - feat. Goodwill Hunting)"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의 맺는 말(epilogue)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 (전략)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 정국의 태극기 집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던 노인층의 상처가 터져나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사회적인 영향력이 다시 커지기는 어려운 노인 세대가 이번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건 탄핵을 무효화해서라도 자신의 존재 가치가 인정받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발현된 거라는 겁니다.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을 이룬 그 시절의 한복판을 살아 온 노인 세대들에게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과업을 이어가겠다는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 마치 본인들의 삶이 부정당하는 것같은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그분들의 선택과 감정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지제하는 것일 겁니다. 그럴수록 그분들은 더욱 소외감을 느껴 적극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아픈 마음을 이용하려는 누군가들에게는 어쩌면 그분들과 우리가 적이 되는 이 상황이 반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들어가기 전날 밤, 자신의 지지 단체중 한 곳에 앞으로도 열심히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우린 그 보도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탄핵 정국의 정점에 있는 사람은 분명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녀가 전해야 할 메시지는 자신을 더 응원해 달라는 말이 아닌, 고인들이 되신 분들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와 그리고 더 이상의 불상사가 없도록 이제 그만 태극기를 내려 놓고 대립을 멈줘달라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태극기 집회에서 나오는 주장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는 공공연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고, 그걸 근거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특정한 세대 마음 속에 자리잡은 아픔과 분노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자극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들의 정치적인 의도는 비판받을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을 때 다른 때와 달리 자존감을 얻고 보람을 찾는 노인 세대의 마음은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분노와 공포, 소외감을 근거로 만들어진 주장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그 의견들 간에 건전한 토론이 가능한 사회, 그것이 새롭게 시작될 정부가 지향해야 할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출처 |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