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날 처음봤을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니?
난 이걸 아직도 기억해. 난 너 때문에 울었던 적이 몇 번 있었어.
이 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었구나.
중학교 때 넌 나만 보면 큰 소리로 놀리곤 했지.
난 너 때문에 너무 창피했었어.
내가 지오디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그거 갖고도 엄청 놀렸지.
그래도 우린 집 가는 방향이 같아서 둘이 같이 걸어갔던 적이 가끔 있곤 했잖아.
노을에 비친 너의 옆모습을 보다가 그 시간이 나도 모르게 길어지면 넌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시선을 발끝으로 떨어뜨리곤 했었는데.
그때에 너의 표정은 어땠을까
이건 너도 기억할거야. 우리 둘이 고등학교 다닐 때였지.
난 친구들 사이에 그렇고 그런 일로 혼자 급식을 먹게 되었지.
그 날도 난 혼자 급식을 먹으러 앉아있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너가 앞에 와 앉았지.
난 내 자신이 싫고 그래서 내 앞에 앉은 너도 싫어서 너를 본 척도 안했었다.
겨우 입을 뗀 너가 하는 말이 사실은 자기도 지오디 좋아한다고,
나랑 속도를 맞추려고 공기 반 밥숟가락 반 먹는 너의 모습이 너무 웃기고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그래서 두어 번 더 떠먹다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급식실 문을 나서니까 진짜 눈물이 나와서 아무데로 마구 달렸어.
뒤따라오는 너를 피해서 달리다 그러다 벽 모퉁이에 막혀버리고 나는 꺼지라고 소리쳤지만 너는 내 뾰족한 어깨를 토닥여주었어.
그 뒤로 너는 쉬는 시간마다 내 반에 와서 모르는 문제가 있다느니 이해가 안된다며 혼자 있던 나한테 찾아왔고 난 몰래 거울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졸업식 날, 다들 슬슬 떠나는 분위기 속 너는 나에게 와서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갈 거라고 했어.
나는 또 다시 발끝을 보며 아무 말도 못했다.
너는 핸드폰을 샀다며 번호가 적힌 쪽지를 쥐어주고 가버렸지.
그때에 너의 표정은 어땠을까
항상 넌 먼저 나에게 다가와 주었어. 내가 앞서가고 있을 땐 달려와 주고 뒤쳐져있을 땐 신발끈을 묶었지. 너는 쉬는 시간 마다 내 자리에 찾아 왔지만 나는 한 번도 간적이 없었고.
항상 왜 난 숨기기 바빴을까. 외워버린 너의 번호를 누르자면 수화기를 마지막에 내려놓곤 했다.
난 참 미련한 사람이야. 너무 미련해서 곧 결혼하는 너의 청첩장 너의 이름 옆에 내 이름이 있는 상상을 하고, 그러다 떠나기로 결심했다.
우리가 늙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그 땐 웃으며 이걸 얘기 할 수 있겠지.
그 언젠가에 다시보자. 첫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