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나라에서 새카만 머리카락으로 꾸역꾸역 거리를 누빈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죽기 전에 선진국, 아니 유럽에서 꼭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어리석은 첫 다짐
그렇게 몇 달을 마치
산책하듯 삶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 가운데
혼자 백 미터 질주하는 사람처럼 살았다
뼛속까지 자리잡고 있던 한국인 근성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
"내 나이에 맞게 빨리 성공해야 한다"
"이렇게 허비할 수 없다, 달리자, 달리자, 멈추지 마라, 달려라"
나 자신을 너무나도 가혹히 채찍질하며 달리던 나
그런 나를 수식하던 현지인 친구들은 언제나 나를
"부지런한 한국인"
"미친 한국인"
이라고 부르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곤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들과 나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돈은 많이 벌수록 좋지만 휴가와 여가 시간을 보장받아야 한다"
"내 인생을 행복으로 빛나게 할 직업을 가져야 한다"
"내 나이에 맞게 조금은 더 즐겨도 된다"
"이렇게 일만 하며 인생을 허비할 수 없다, 세상을 더 보고 많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자"
이러한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들 눈에는
내가 부지런한 미친 한국인으로밖에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금발의 나라에서 새카만 머리카락으로 꾸역꾸역 거리를 누빈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죽기 전에 선진국, 아니 유럽에서 꼭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어리석은 첫 다짐
그리고 한국으로 꼭 돌아가서 취업 준비에 성공하겠다던
어리석은 우물 안 개구리
1차 목표를 재설정한다
이 나라에서 영주권을 반드시 획득해서
더 많은 세상을 보고, 많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어른이 될 것이다
꼭 그렇게 되고 말겠다
내일은 더 행복하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