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크레파스
어느 신혼 부부가 결혼하면서 집을 구매했다.
중고이긴 하지만, 주변 환경도 좋고 볕도 잘 드는데다
가격도 저렴해서 신혼 부부는 매우 만족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복도를 지나가는데
바닥에 '빨간 크레파스'가 떨어져 있는 걸 보았다.
아직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이상히 여겼지만
전에 살던 가족이 두고 간 거라 생각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며칠이 지난 어느 아침, 남편이 신문을 가지러 복도를 지나가는데
일전에 떨어져 있던 바로 그곳에 또 '빨간 크레파스'가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남편은 부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저도 전에 청소할 때 주웠어요. 당신이 말한 거기서..."라고 말했다.
부부는 이 불가사의한 현상에 의문을 품고
크레파스가 떨어져 있던 장소 주변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이 집을 밖에서 보니, 방이 하나 더 있어야만 했다.
집 도면을 펼쳐서 확인해 보니, 어느 방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방이 하나 도면에 보였다.
게다가 그 방은 바로 그 '빨간 크레파스'가 떨어진 복도 끝에 있는 것 같았다.
둘이서 그 곳으로 가서 벽을 통통 쳐보니, 그곳만 주변과 소리가 달랐다.
남편이 조심히 벽지를 뜯어보니, 미닫이 문이 하나 못질되어 숨겨져 있었다.
남편은 못을 모두 뽑아내고 천천히 미닫이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는 텅빈 방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습도가 높은 그 방의 흰 벽에는 빨간 크레파스로 이렇게 마구잡이로 쓰여져 있었다.
엄마아빠죄송해요여기서꺼내줘요아빠엄마여기서꺼내줘요죄송해요잘못했어요아빠엄마여기서꺼내줘죄송해요아빠엄마죄송해요여기서꺼내줘요아빠엄마꺼내줘꺼내줘꺼내줘꺼내줘꺼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