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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선물을 오랜만에 들여다보다.
게시물ID : freeboard_7829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울붕어
추천 : 0
조회수 : 18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19 21: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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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잔업의 연속 고된하루를 끝내고, 방 정리를 하는 도중에 찾게 된 너의 생일 선물

2년전에 내 생일이 되기 한 두달전에 쓴 글들을 선물로 주었지.

우리가 이때까지 사귀었던 3년이 넘는 시간. (사실 나머지 2년은 네가 군대를 가버렸지만)

그때의 절절한 마음이 아직까지도 와닿는건 진심이 담긴 글이라서 그렇겠지? 

지금은 너는 학생의 신분으로 공부를하고, 나는 직장인이되어서 바쁜 하루를 지내느라 한달에 한번 만날까 말까지만 

그날의 기분으로 돌아가고픈걸까.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네가 나에게 남긴 소중한 글을 여기에서나마 적어갈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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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일

눈이 왔다.

어느 정도냐고 하면, 대구치고는 많이 온 편인데 눈이 왔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정도랄까.

밟아도 기대했던 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기껏해야 추운 것 밖에는 얻은게 없는, 찝찝한 양의 눈이 곳곳에 쌓였다.

발을 내딛는 걸음에 힘이 실리고, 서두리는 통에 몇 번인가 넘어질 뻔 했지만 무사히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준비를 늦게 마친 터라 빨리 오려고 노력했건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지하철역에는 아무도 없었다. 

네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 늦는다고 한다.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에 이미 출발했다고 능청스레 대꾸했다. 

배터리가 없는지 통화는 금방 끊어졌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나는 그 미묘한 떨림을 가진 기다림이 좋다. 

내 주위로 천천히 흐르는 그 시간은 굉장히 가볍다. 

손에 잡힐 것 하지만 끝내 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부유하는 나는 한없이 무겁다. 

늘어진 적막이 나를 감싸고, 애써 태연한 척 시간을 흘려 보내고 난 후에야 닿는 그 시간이 값지다.

바쁜 종종걸음으로 이쪽을 향하는 여자의 얼굴에 시선이 닿자마자, 나는 급히 몸을 돌려 기둥을 따라 한 바퀴 빙글 돌았다. 

너는 한눈에도 바쁨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급하게 걸어갔다. 또각또각, 멀어지는 구두소리를 놓칠 새라 네 뒤에 따라붙었다.

사랑스런 작은 등에 딱 붙어 가만 너를 쫓았다.

한 걸음 멀어지면 한 걸음 다가가고, 두 걸음 멀어지면 두 걸음 다가가는 우스꽝스런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윽고 가쁜 숨을 내쉬는 네가 에스컬레이터의 끝에 도달했다. 나는 뒤에서 너를 안았다.

"깜짝이야!"

아무 말 않았지만 나라는 걸 깨달은 너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올 때, 내 시간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았다.

사랑해, 나는 속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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