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매리마운틴 이란 외딴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산이 많아 멋진 경치가 자랑인 작은 마을.
높은 지대에 위치해서 다른 곳과 고립되어있다는 단점만 빼면
정말이지 최고의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엔 땅도 척박하고 식수도 부족한 곳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풍족한 식량과 좋은 환경을 가진 마을이다.
이제 곧 우리 마을 최고의 축제가 열린다.
과거 마을 사람들이 산신에게 풍요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던 것이 이 축제의 기원이라고 했다.
제물을 바치며 제를 지내고 모두가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단순히 놀거리 볼거리도 많지만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이 축제가 여전히 우리를 풍족하게 해준다고 믿는다.
늦은 저녁.
산 아래쪽에 있는 상점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어둑해져서야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산길은 포장도 되지 않은 흙길 좌우로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늘 다니던 길이지만 늦은 밤의 이 길은 무섭다.
“에이씨. 해떨어지기 전에 올 걸...”
괜히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왼쪽 숲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급하게 소리가 들린 곳으로 랜턴을 비추었다.
산짐승일까 생각했던 내 눈에 들어오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
그 소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무에 기대어 흐느끼고 있었다.
늦은 시간, 산길에 어린 소녀가 혼자 있다니 너무도 이상했다.
난 긴장한 채로 조심스레 그 소녀에게 다가갔다.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소녀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가린 상처투성이 손 사이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이 보였다.
소녀의 눈물을 본 나는 한 발짝 더 다가가며 말을 건네었다.
“꼬마야. 괜찮아?”
내말을 들은 소녀는 바람이 빠지는 듯한 기괴한 소리를 내며 얼굴을 가리던 양손을 내렸다.
양손을 내린 소녀의 얼굴을 본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입고리가 귀까지 찢어져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끔찍한 모습.
그 소녀는 피투성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 안에 붉은 혀가 꿈틀거리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난 비명을 지르며 산길을 뛰어 올라갔다.
아무래도 산귀신을 본 모양이다.
혹시나 날 쫒아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말 그대로 정신없이 산길을 타고 올라갔다.
한참을 달리다가 슬쩍 돌아보니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날 따라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안심한 나는 멈춰서 무릎을 짚고 숨을 골랐다.
아직도 그 끔찍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꽤 긴 휴식으로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야 이성적으로 생각 할 수 있었다.
귀신이라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이 산길에 소녀 혼자 부상을 입고 울고 있다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 바보 같은 일이다.
잠시 생각하던 나는 다시 산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주변을 살피며 되돌아가던 중 아까 들었던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침착하게 다시 들어보니 고통에 찬 소녀의 흐느낌처럼 들렸다.
난 재빨리 수풀을 뒤져 나가길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까 그 소녀가 나무 옆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파리한 안색과 더러운 옷. 자잘한 상처로 가득한 손과 발.
분명한 평범한 소녀였다. 다만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있었을 뿐.
그제야 정확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난 아이를 안아들고 급히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는 탈진을 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고통에 겨운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어디로 먼저 가야할지는 명백했다.
“아저씨. 목수 아저씨. 빨리 나와 보세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목수아저씨는 내가 안고 온 소녀를 보고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그 아이를 네가 왜 안고 있어?”
“산길 올라오다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어요. 일단 좀 받으세요.”
아이를 아저씨에게 넘긴 나는 팔 운동을 하며 이어서 말했다.
“팔 아파 죽는 줄 알았네....
도대체 제물 관리는 어떻게 하신 신거에요? 눈치 빠르게 데려오길 잘했지.
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잖아요.”
“이런.. 밧줄을 너무 느슨하게 매놨나 보네. 진짜 큰일 날 뻔 했구나.
고맙다. 내 실수로 축제가 엉망이 될 뻔했어.”
“나중에 맛있는 거나 사 주세요. 근데 입은 왜이래요?”
“시끄럽게 소리 지르면 입을 찢어 버릴 거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듣더라고.”
“하여간 조심하세요. 축제 전에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이니까요.”
“그래. 우리가 잘 사는게 다 축제 덕분인데. 망치면 안되지. 알았다 조심히 들어가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마을을 구한 영웅이 된 기분이었다.
제물이 도망쳐서 엉망이 될 뻔했던 축제는 내덕에 잘 치러지게 될 것이다.
경치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은 마을 매리마운틴.
매년 흥겨운 축제로 모두가 풍족해지는 멋진 마을 매리마운틴.
역시 우리 마을은 최고의 마을이다.
by. neptunuse